5월 16일에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 기획전시실에서 이철수 판화전이 열렸습니다.
전시회를 보러 가는 중에
문득 떠오른 기억들..
2011년 6월 22일 관훈갤러리에서 이철수 목판화 30년 기획 초대전을 했습니다.
다행히 기회가 주어져
내리는 비를 맞으며 추레한 모습으로 잠시 다녀온 적이 있지요.
그날 정희성 시인이
'꼬리를 자르면 날개가 돋을지'라는 시를 낭송하더군요.
평소같으면 함께 공감했을 이야기인데도 그날은 꽤나 생뚱맞게 느껴지더군요.
정희성이 낭송한 시를 옮겨 볼까요?
'손에서 일을 놓았다
나도 이제 이 지상에서 발을 떼고 싶다
샤걀이 그 아내와 함께 하늘로 떠오르듯
중력을 버리고 이 병든 도시로부터 가벼이
사는 동안 꼬리가 너무 길어졌다
꼬리가 끌고 온 무거운 길을 돌아보며
이쯤에서 나도 길을 내려놓고 싶다
돌아가는 길을 지워버리고
길섶에 핀 풀꽃과 인간들의 거처를 지나온
이 보잘것 없는
흉측한 짐승같은 삶의 꼬리가 밟히기 전에
꼬리를 자르면 길이 사라질까
꼬리를 자르면 날개가 돋을까
영혼이 깃털처럼 가벼워질까?'
아니지요.
이철수가 그려서 보여 주었습니다.
'새는 온몸으로 난다'고요
손에서 일을 놓고 꼬리를 자른다고 새로운 날개가 돋아 가볍게 날아오르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좌우의 날개로 나는 것이 아니고 온몸으로 난다고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철수는 그 해 6월 30일 중앙일보 기자와 대담에서 이야기 했습니다.
“저는 그림에 늘 이야기를 담아요.
그 이야기는 거칠게 요약하자면 ‘착하게 사는 게 좋을걸’
‘말 한마디라도 곱게 하고, 이왕이면 나누는 게 어떻겠나’ 하는 거예요.
그림으로 말해 놓은 게 많다 보니 만나는 사람들이
‘너 진짜 그렇게 살고 있어?’ 하는 눈빛으로 절보는 것 같았어요.
해서 ‘그렇게 살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제가 막살지 못합니다.
판화를 만들어 놓은 게 족쇄처럼, 그림이 도리어 저를 지켜주는 존재가 된 듯 해요.
나쁘진 않아요.”
“이번 그림 보시게 될 분들과 화두처럼 얘기해 봐야겠다 싶은 것은 독수리 그림입니다.
판화로는 크기도 크고요, 칼질도 정밀합니다.
기존의 선묘와는 다른 사진적 효과를 냈습니다.
독수리의 비상을 육박하는 힘으로 보여주고 싶어서 안 하던 짓을 좀 했어요.
이번에는 특히 온몸, 온 존재, 온 마음을 화두로 끌고 가고 싶다는 생각이어서요.”
-그 판화에 “새는 좌우의 날개가 아니라 온몸으로 난다”고 쓰셨네요.
“저를 두고도 그러셨지 싶은데요. 왼쪽일까 오른쪽일까 계속 궁금해하시고 물으셔요.
그에 대한 대답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말하는 갈등, 즉 국경 갈등, 좌우 갈등이 좀 지워진 시대인데도요.
그리고 온몸에 대해서는 별로 얘기들이 없었던 것 같아서요.”
저에게서 80년 후반 이후의 이철수의 판화는 하나의 경전입니다.
시와 글씨와 그림이 한 화면에서 조화롭게 공존하는 형식이 나를 붇듭니다.
그림 앞에서면 그림이 감각을 두드리는 사이 글이 마음으로 들어와버립니다.
그러면 내마음은 무언가를 되새기기 시작합니다.
5월 16일에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 기획전시실에서 이철수 판화전이 열렸습니다.
주제가 서울 관훈갤러리에서처럼 '새는 온몸으로 난다’입니다.
안개가 자욱한 돌문화공원을 찾아갑니다.
작가의 인사말이 끝난후 부터 마음놓고 사진을 찍었지요.
목판화를 사진 못 찍게 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이기도 하고요.
몇년전 관훈갤러리에서 요란하지만 않게
그리고 후레쉬만 사용안하면 마음놓고 사진을 찍어도 된다는 말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총110여점의 판화작품을 전시한다고 하지만
전시실에는 50점정도 걸려 있고 작품을 주기적으로 교체할테니
오늘 본 작품이 내일이면 다른 작품으로 바뀌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그날의 전시작품은 다 올리겠습니다.
즐겁게 감상하세요.
그리고 마음이 동하시면 오늘이 6월 8일...
7월 31일까지 전시회를 하니까 한번 다녀오세요.
두점의 보너스
하나는 내가 참 좋아하는 작품인데 그날 전시않된 것 한점과
저의 집에 걸려 있는 92년도 작품 한 점입니다.
Chopin Piano Trio in G minor, Op. 8, CT. 206 IV. Finale: Allegret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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