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경노씨 삼의사 생가를 둘러보고 한참을 다른 쪽으로 걷다가
정자나무 그늘아래서 다시 힘을 얻어 걷습니다.
어디보자 함박꽃인지 작약인지….
혼자 걸으니 심심한가 봅니다.
함박꽃이 작약이고 작약이 함박꽃인데 강원도 사람도 아니면서 그 걸 굳이 구분하려는 걸 보니 혼자 걷는 길이 심심한가 보지요.
함박꽃, 강원도에 가면 생강나무를 동백나무라 하고 철쭉을 함박꽃이라 하지요.
서울 사람은 작약을 천녀화라고 합니다.
자 심심하면 노래합시다.
꽃사시오 꽃을 사. 사랑 사랑의 꽃사시오 이 송이 저 송이 각 꽃송이 향기가 풍겨 나와요.
이 꽃 저 꽃 저 꽃 이 꽃 해당화 모란화 난초지초 왠갖 행초 작약 목단의 장미화.
사랑 사랑 사랑 사랑 사랑 사랑 사랑 사랑의 꽃사시요.
꽃사시오 꽃을 사. 사랑 사랑의 꽃사시오. 한 송이 두 송이 만 꽃송이 노래가 절로 나와요.
이 꽃 저 꽃 저 꽃 이 꽃 수선화 모란화 난초 지초 왠갖 행초 작약 목단의 장미화.
사랑 사랑 사랑 사랑 사랑 사랑 사랑 사랑의 꽃사시요.
월미동 마을 너른 논지대를 지납니다.
만경 노씨 삼의사 생가가 있는 귀산리와 같이 우성면에 속해 있다가
1986년 공주읍이 시로 승격되면서 공주시에 편입된 금강 북쪽 연안마을입니다.
귀산리와의 사이에 반촌천이 흐릅니다.
효자오공묘표라는 비석이 있습니다.
비문을 보니 공주 우정면 상미산자락에 살던
(예전에는 우성면이 아니고 우정면 그리고 연미산이 아니고 상미산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한때는 제비 연이 아닌 수리 취를 써서 취미산이라고도 불리었다 합니다)
오재하님의 효행을 최익현 선생(정헌대부 의정부찬정 월성인)이 기술한 것을
1901년인지 1961년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신축년에 증손이 비를 세운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내용여부에 상관없이 오래 이 자리에 있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주변 농가는 폐가가 되어 있고
남아 있는 논을 지나서는 산기슭이 절개되어
넓은 고속도로가 이어집니다.
오늘은 좋은 날
빨간 인동을 봅니다.
인동초중 귀신을 다스린다는 붉은 인동, 統靈草
인동꽃을 통상 금은화라고 하듯이 노랗고 하얀 인동은 자주 볼 수가 있지만
이렇게 빨간 인동은 보기가 힘듭니다.
하얗고 노란 인동이 순결과 평화의 상징이라면
빨간 인동은 순결과 평화에 더한 정열과 위엄이라고 할까요.
인동꽃 바라보는 동안 풍겨나는 향기에 나, 완전히 취했습니다.
아쉽고 또 아쉽게 연미산 쪽으로 발걸음을 뗍니다.
고속도로 밑 굴다리를 통과해서 연미산 기슭에 도착했습니다.
기슭을 따라 등성이로 올라갑니다.
공주 역사의 산증인
곰 전설의 고향
의자왕의 아들 부여융의 굴욕의 회맹지
그곳을 직접 발로 걷는다는게 오직 고마울 따름입니다.
산세가 좋을지 나쁠지
조망이 좋을지 나쁠지..
좋으면 좋은데로 나쁘면 나쁜데로 그렇게 걷습니다.
아래 쪽에는 페인 고사리가 지천이고
좌우로는 나무에 가로막혀 주변조망이 없습니다.
능선위로 올라 왔습니다.
흐드러진 꽃 가운데 앉아 오른쪽으로 갈까? 왼쪽으로 갈까?
무지무지 망설입니다.
오른쪽으로 가면 금방 연미산 정상이 나오고
그 길로 바로 내려가면 연미산 전설의 핵심,
곰이 살았다는 굴과
몇 가지 미술작품이 있는 소공원이 나옵니다.
왼쪽으로 가면?
모릅니다.
사전에 지도상으로 보았을 때 공주톨게이트쪽으로 나오는 것으로만 되어 있고 주변조망이 어떨는지,
중간에 무엇이 있는지 길의 상태나 경사도가 어떨는지 아무것도 모릅니다.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왼쪽으로 몸을 틉니다.
왜냐고요?
연미산 소공원에는 가봤지만 왼쪽 길은 아니 가봤고
언제 다시 이 길을 올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숲길을 걸으렵니다.
혹시 섭섭할까봐
연미산 소공원자료 몇 장 올려 봅니다.
아직 가지 않은 길은 아름답다.
누구든지 잠 못 이루며 그 길을 바라보리라.
아직 가지 않은 길은 아름답다
누구든지 잠 못 이루는 이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숲 가까이서 혹은 멀리서
그 길을 지켜보리라
(노향림, 숲에 가서, 부분)
서쪽 봉우리에 연미산이라는 표석이 있는데
여기에 있는 측량표지석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나무사이로 흘끗흘끗 보이는 주변을 보면서 걷고 또 걷다보니 안내판이 나옵니다.
앞으로 2.8킬로를 더 가면 등산로 입구로 내려갈 수 있답니다.
공주 서북쪽 너른 들이 다 보입니다.
당기고 또 당기니 귀산리 삼의사 생가도 보이네요.
하이고 저곳에서 이곳으로 바로 올라왔으면 산 능성이를 종주해서
서쪽 연미산 터널 쪽으로 나갈 수 있었을 텐데..
아니다.
그리 왔으면 아름다운 天女(함박꽃의 별칭 천녀화)도 못 만나고
목이 길고 청수한 자태가 학이 나는 모습을 닳았다 하여 鷺娑藤이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는 인동,
그중에서도 붉은 인동, 統靈草를 만날 수 없었을 겁니다.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면 이야기할 것입니다
.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로버트 프로스트, 숲, 부분)
이쪽은 공주의 북쪽입니다.
내려가는 길...
바로 앞에 보이는 공주톨게이트
하이고 이쪽으로는 국도, 지방도 이런 것 없이 농로뿐이라서 대중교통이 전혀 없습니다.
걷자. 또 걷습니다.
힘들테니 쉬었다 가라고 또 작약 꽃이 피어 있습니다.
그것도 홑꽃과 겹꽃이 함께 피어 있습니다.
역시 천녀님, 고마울 뿐이지요.
넓게 펼쳐진 논 뒤로 멀리 공주시 도심부가 보입니다.
도심부 쪽으로 가는 길에
산기슭으로 다시 올라갑니다.
무속관련 시설들이 많아서 한번 둘러보려고요.
당집 한곳, 절집 한곳을 둘러보고 오늘 산행을 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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