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꿈/복지마을단상

호밀밭의 파수꾼에 비추어 본

하늘타리. 2006. 7. 23. 22:42
 

1. 서론

탐라도서관에서 몇 권의 책을 골라들고 읽고 있다가 문득 "겨울에 물이 얼면 호수에 있는 오리들은 어디로 갈까?"라는 물음이 떠올랐다.

이 황당한 생각은 어디서 나온 것 일까?

읽던 책을 덮고 도서관 중정으로 나와서 곰곰 생각해보니.

70년대 중반의 어느 날. 가족은 미국으로 이민가기로 되어있고 나만 혼자 남겨져야만 했던 시절. 학교는 가족이민 갈 때 따라간다고 등록안한 상태에서 수속은 미뤄지고 결국 가족이민이 허가됐을 때는 나는 제1 국민역에 편입되어 있어 출국이 금지되었던 암울한 시기..

그시기에 다이제스트로 읽었던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주인공이 공원에서 택시기사에게 묻던 바로 이 "겨울에 물이 얼면 호수에 있는 오리들은 어디로 가요?"라는 말이었다.

그 대목이, 그 말이 "내일이 되면 나는 어디로 가야할까?"로 읽어졌던 기억이 떠올라서 읽고 있던 책을 반납하고 최근에 재 발간된 "호밀밭의 파수꾼"을 대출받아 이 책을 텍스트로 하여 읽혀지는 청소년 문제와 그 해결방안을 쓰고자 한다.


2. 호밀밭의 파수꾼

가. 텍스트 : 호밀밭의 파수꾼 [The Catcher in the Rye]

      저자 : Jerome David Salinger 

      번역 : 공경희 (민음사. 2001)

나. 내용요약 :

이 소설은 세 번째 퇴학을 당하고 네 번째 학교의 기숙사에서 생활하던 홀든 이라는 학생이 또 다시 퇴학을 당하게 되어있는 학교 기숙사를 뛰쳐나와 집으로 돌아가기까지 3일 동안의 기록이 주요 줄거리이다. 홀든은 한 과목을 제외한 나머지 과목에 모두 낙제점을 받아 퇴학을 당하게 된다. 학교 측에서 그의 부모에게 퇴학을 알리기 위해 보낸 편지는 크리스마스이브인 수요일에나 도착할 예정이므로 그는 그 전까지 기숙사에서 버틸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나마 존경하던 선생에게 작별인사 겸 찾아갔다가 쓸데없는 잔소리만 잔뜩 듣게 되고 기숙사에서 책을 읽으려는데 누군가가 훼방을 놓고 또 다른 선배에게 대들어 한방 맞게 되자 퇴학을 나흘 앞둔 토요일 기숙사 동료들을 저능아라 욕하며 기숙사를 뛰쳐나온다.

작중에서 키가 크고 머리 한 쪽이 허옇게 세어 곧잘 어른 흉내를 내기도 하는 그는 거리로 나와 돌아다니면서 나이를 속이고 클럽에 들어가 직장여성들을 꼬셔 춤을 추고, 호텔에 투숙하여 창녀를 부르고, 고주망태가 되도록 술을 마시는 등..이런 저런 일 들을 한다.

하지만 낯모르는 여자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퇴짜를 맞고, 함께 춤춘 여자들한테서 퇴짜를 맞고, 데이트한 여학생으로부터 퇴짜를 맞고, 호텔에서 창녀를 불러다 대화나 하자고 했다가 바보 소리를 듣고 돈만 빼앗기고 만다. 그러면서도 짝사랑하는 동네 여학생에게 전화를 걸까 말까 수십 번 망설이다 결국 포기하고 만다.

그리고 그래도 마음이 통한다고 생각한 친구와 만나기도 하지만 그 친구는 거만하게 와서는 홀든의 말은 다 무시한 체 자기 할말만 하다가 바쁘다며 그냥 가버린다. 홀든은 그가 나간 뒤에도 남아서 술을 더 마시고 완전히 취해서 여자친구에게 전화로 술주정을 해대다가 화장실에서는 그 클럽의 남자가수에게 또 시비를 건다.

그리고 나서 매디슨 가에 있는 공원에 가는데 돈을 너무 많이 써버려서 택시는 못타고 버스는 타기 싫어서 그 먼 곳까지 걸어가게 된다. 홀든은 공원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자기가 죽으면 자신의 장례식에 몇 명이나 올까?'같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한다.

이제 더 이상 오갈 데가 없어지고 귀여운 여동생도 보고 싶어서 그는 몰래 집으로 들어간다. 여동생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려고 모아두었던 돈을 그에게 모두 준다. 그는 어린 여동생으로부터 돈을 받고 감격한 나머지 울음을 터뜨린다.

다시 집에서 나온 그는 전에 다니던 고등학교 선생의 집에서 신세를 지게 되는데, 선생은 늦은 시간임에도 친절하게 그를 맞아줄 뿐 아니라 유익한 충고도 해준다. 그러나 그는 자던 중 선생이 자신의 성기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을 깨닫고 혼비백산하여 그 집을 뛰쳐나온다.

이제 그는 도시와 그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환멸을 느끼고 서부로 떠날 결심을 한다. 시골로 가서 벙어리 행세를 하며 아무하고도 말을 하지 않고 지내야지……. 그는 편지를 써서 여동생이 다니는 초등학교에 전달하고 여동생을 만나기 위하여 박물관에서 기다린다.

놀랍게도 그의 여동생은 여행가방을 들고 나타난다. 서부로 떠난다는 그의 편지를 받고 오빠를 따라가기로 한 것이다. 그는 난감한 나머지 여동생을 학교로 돌려보내려고 무진 애를 쓴다. 결국 그는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약속을 하고 만다.

그는 여동생과 함께 동물원 구경을 하고 여동생에게 회전목마를 태워준다. 갑자기 폭우가 내리지만, 그는 비에 맞아 흠뻑 젖으면서도 회전목마를 타고 돌아가는 여동생의 귀여운 모습을 보며 행복감을 느낀다.

사회와 주변의 위선과 비열함에 절망한 주인공은 어린아이들에게 애정을 갖게 되고, 호밀밭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안전을 지켜주는 파수꾼이 되고 싶어 한다. 먼 곳으로 떠나려고 결심했던 주인공은 그러나 여동생 피비의 믿음과 사랑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피비의 맑은 영혼이야말로 고독한 호밀밭의 파수꾼 홀든을 지켜주는 파수꾼이었던 것이다

이후 그는 집으로 돌아가고 요양을 하게 된다.


3. 등장인물의 특성과 환경과의 관계, 제공 가능한 서비스


가. 주인공의 특성

이 소설 속에서 마음을 털어놓을 친구조차 없는 낙제아 홀든은 자신을 바보에다 미친 놈이라고 생각하며 감수성이 예민하고 소심하며, 지독한 열등감과 결벽증의 소유자이다. 그가 세 번씩이나 퇴학을 맞을 정도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도 예민하고 결벽증적인 성격 때문이다. 선생이나 학생들에게서 으례 엿보이는 허영이나 위선을 그는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현실에 맞딱드릴만한 의지도 없어서 또다시 퇴학을 당한 후 집으로 돌아갈 용기가 나지 않아 낯선 거리의 뒷골목을 떠돌며 현실세계와 직면하고 더욱 큰 상실감을 맛보게 된다.

이것을 청소년기 발달 영역별 특성에 비추어 보면 작중 인물인 홀든은 인지발달에 의한 영향으로 추상적 관념에 몰두하여 불완전한 현실을 비판하고 거부하게 되고 표현은 안 되어 있지만 학습능력이 않되는 돼도 계속되는 재취학으로 인한 진학에 대한 과도한 염려 그리고 막상 관계를 맺지 못하는 결벽증으로 인한 이성교제의 과불안을 가지고 있다. 또한 기숙사를 뛰쳐 나올 때 다른 동료들을 모두 저능아라고 욕하는 것을 보면 자아정체감형성에 있어 자신의 역할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수행했는가에 대한 자기평가의 결과로서 자아존중감이 아닌 동료들은 책도 잘 않 읽고(홀든은 작중에서 학업에는 열중하지는 않지만 명작은 많이 읽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데이트만 하면 상대와 육체관계를 갖는 속물이라고 무시하면서 만들어진 열등감의 또 다른 발현양식인 자가발전적인 자기 우월감을 가지고 있다.

정서발달에 따른 심리적 영향 면에서도 다른 동료들은 모두 저능아라는 자만과 과연 내가 죽으면 장례식에 몇 명이나 올까하는 비관. 선배에게 매를 맞고 창녀를 불러준 호텔 보이에게 돈을 뺏기고 느끼는 수치심. 밤거리 뒷골목을 다니며 느끼는 우울, 분노 등이 불안장애 또는 대인공포를 야기하여 아무도 없는 곳에서 살거나 자기보다 약한 존재인 아이들을 지켜주는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나. 환경과의 관계

   1) 가족환경

       작중인물의 가족환경은 부유한 계층에 속해 있는 편으로써 변호사인 아버지와 어머니. 여동생, 할리우드에서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는 형이 있다. 가족관계에서의 상실을 들자면 백혈병으로 죽은 똑똑하고 착했던 남동생 앨리로서, 그가 죽었을 때 홀든은 너무나 슬픈 나머지 맨주먹으로 차고의 유리창을 깬다. 그는 혼자 있을 때면 앨리와 대화를 할 정도로 죽은 동생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그러나 그 스스로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형은 속물이라 여기고 여동생과의 관계를 제외하고는 스스로가 관계를 단절하고 있다.

   2) 친구관계

      작중에서 주인공은 낙제아이기 때문인지 동료의식과 친밀감을 나눌 친구가 없고 기숙사에서 같이 생활하는 선배들과의 관계를 보면 그들 모두를 속물이고 저능아라고 여기고 있다.  펜싱대회에 참석하러 가서 펜싱도구들을 모두 지하철에 놓고 내리는 바람에 펜싱부원들로부터 엄청 욕을 먹는 것을 보면 클럽활동에서도 적극적이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다양한 장소 및 기회에서 또래들과 어울리며 인간관계의 폭을 넓혀갈 수 있는 어떤 계제도 없었기 때문에 그의 관심과 애정은 모두 자기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것(약하다고 판단되는 것)에 집중되어 있다 - 죽은 남동생, 초등학교 여동생, 호수의 오리, 수녀의 청순한 인상(수녀 그 자체가 아님) 등 : 이 모두를 호밀밭에서 노는 아이들로 인식하고 있다

   3) 학교

       학교에서는 전형적인 문제학생이며 그리고 그나마 그 학교에서 존경하는 스펜서 선생님께 작별 인사 겸 찾아뵈러 가서는 잔뜩 잔소리만 얻어먹고 거의 도망치다시피 그 집을 나와 버렸다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선생님들과의 어떤 상호관계도 없다. 그리고 계속되는 낙제와 재취학으로 인해 소속욕구 충족, 사회화 연습, 정오를 판단하는 행동의 준거 습득, 세대갈등을 극복할 세대변동성 등의 학교문화의 순기능적 요소를 경험하지 못했다.

    4) 지역사회

       작중 주인공에게 구체적인 지역사회와의 관계는 아직 없다. 그러나 본인이 느끼는 사회는 그가 헤매고 다닌 밤거리의 모습이 전부이고 예전에 선생이었던 지역사회 이웃은 그를 성추행하려 해서 성인에 대한 혐오감을 더해주었다.


다. 제공 가능한 서비스

      주인공 홀든의 정신적 방황은 청소년기의 불안정한 이중성을 상징적으로 말해주며, 사춘기 청소년이 사회와 가정에 대해 느끼고 있는 심리를 잘 표현한 작품으로 작가는 주인공의 이 같은 이중성을 단순명료하게 형상화함으로써 소설적 설득력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 작품을 읽으면서 청소년 복지측면에서의 해결책은 참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청소년 복지란 모든 청소년들이 기본적 욕구의 충족과 함께 정신적, 정서적, 신체적 발달을 성취하도록 육성하기 위해 청소년 혹은 가정을 통해 직, 간접적으로 제공되는 모든 사회적 활동을 지칭한다고 할 때 이 작중인물에 대해서는 복지권의 대한 보장에서 전개되고 실천되어야 할 배려는 구체적인 사항보다는 구체적이지 않은 사항(추상적인 사항)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소설의 결론이 요양원에 들어가는 것으로 끝난 것이 아닐까?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의 입장에서 현재 겪고 있는 문제해결을 위한 정책적, 실천적 접근방법을 찾고자 한다.

  1) 정책적 접근방법 - 심리적 복지 강화

     작중인물의 가정은 부유한 편이고 작중인물의 말에 의하면 공부를 못하는 것이 아니고 않하는 것이라면 정신적, 심리적 안녕을 위한 복지 서비스가 무엇보다 필요함. 빈곤가정이나 결손가정도 아니고 부모가 사회적 통념상 문제 인물도 아닌데 자식이 부모를 그냥 속물이라고 여기는 심리현상과 공부는 해서 무엇 하나 하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않고는 그 어떠한 접근방식도 효과적일 수 없다. 주인공 스스로 암울한 미래를 예상하여 "겨울에 물이 얼면 호수에 있는 오리들은 어디로 갈까?"라고 한 물음에 누군가가 대답을 해주어야 한다. "겨울이 되어도 오리들은 여기에 그냥 있다."고 그리고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 봄부터 오리들은 체력 축적을 위해 열심히 먹이를 잡아먹고 날개에 추위를 이겨낼 지방을 저장하고 있다"고. 그리고 작중 주인공이 그 대답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계제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러나 누가 이 역할을 맡을 것인가? 작중에 나오는 선생님 두 분은 한명은 쓸데없는 잔소리꾼이라 인식되었고 한명은 성도착자인데.....  그렇다면 그 부모? 그 부모는 작중주인공한테 속물이라고 무시 받고 있는데…….그렇다면 친구? 작중인물은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가 한명도 없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고 여자 친구에게 조차도 마음 고백을 못하는데....그렇다면 그 동생? 작중 동생의 역할은 무조건적으로 오빠를 믿고 따름으로서 작중 주인공 스스로가 그 믿음과 사랑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집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지 동생 스스로 어떤 의지를 가지고 오빠를 변화시킨 것이 아닌 것이다..

똑같은 질문을 "내일이 되면 나는 어디로 가야할까?"로 이해했던 내 경우에서도 내 스스로가 검정고시를 통해 사관학교를 가자라고 결정해서 그 암울한 시기를 극복해 나왔듯이 이런 심리적 복지에 관한 사항은 일면 막연한 사항이 많으나 사회 전반의 청소년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높일 수 있는 사항으로서 청소년 스스로가 어떤 목표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므로 심리적 복지의 강화는 정책적 목표와 시행수단을 보다 구체화시킨다면 작중 케이스에 가장 효과적이라 할 것이다. 

   2) 실천적 접근방법 - 개별상담, 자원봉사활동에의 참여

       현실적으로 청소년은 문제에 봉착할 때 부모, 교사보다는 또래에게 도움을 구하거나 상의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으며 또 그 방법이 일부 부작용도 있긴 하지만 효과적인 경우를 많이 접할 수 있음. 그러나 작중 주인공에 경우는 또래와의 교우관계가 거의 없으므로 또래 상담은 불가능하고 누군가에 의한 개별상담만이 문제를 풀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작중 주인공이 상담을 할 경우는 자신이 상담의 필요성을 느끼고 오지 않았을 것임. 과연 누가 데려 올 것인가? 작중에서는 부모중의 한명이 이 역할을 수행할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상담의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고 거부적인 태도를 보일 것임. 특히 작중 주인공은 교사에 대한 어떤 실망감으로 인해 더욱 비협조적이라 생각됨. 게다가 호밀밭의 파수꾼(약자의 보호자, 대변자)이 되겠다는 비현실적인 집착으로 인해 충돌이 생기기 쉬움. 개입방법의 선택과 개입실행에서의 고도의 전문화가 필요함.

그리고 그 후에는 자선 및 구호활동과 같은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의미있는 활동을 한데 대한 뿌듯함과 무언가에 기여했다는 성취감, 그리고 어딘가의 구성원이라는 소속감등을 고취시켜 새로운 사상과 관념을 가지고 자기의고착된 신념과 태도의 변화를 꾀함으로서 개념적인, 아니 막연한 호밀밭의 파수꾼이 아닌 사회적 약자를 위한 진정한 호밀밭의 파수꾼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4. 결론

  " 사람이 어떤 특별한 한 사건을 통해 한 순간에 어떤 이치를 깨닫고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살아가면서 아주 사소하고 작은 사건들이라도 그것은 그 사람에게 끊임없이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고 그런 것들이 쌓여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 라고 하는 누군가에게 들었거나 아니면 어딘가에서 읽었을 글처럼 텍스트로 삼은 "호밀밭의 파수꾼"에서의 주인공은 그렇게 성장해 갔다. 적절한 시기에 청소년 복지에 접하게 되었다면 보다 건실한 청년으로 성장하였을 텐데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진다. 주인공은 떠나겠다는 말을 한다. 뉴욕을 떠나겠다고, 집을 떠나겠다고, 부모를 떠나겠다고…… 그것은 허위에 가득 찬 주류만이 판친다고 생각한 세상과의 결별을 뜻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동생이 오빠를 따라나서자 결국 떠나지 못한다. 그것은 목적지가 있어서 떠나겠다는 것도 아니고 사랑하는 누군가를 데리고 갈 곳도 아니라는 것을 주인공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이 자리를 회피하고 싶어서 일뿐이다. 떠나고 싶다고 떠날 수 없는 것이 세상의 법칙이 아닐까? 주인공은 이렇게 말한다. 하고 싶은 일은 한 가지뿐이라고, 넓은 호밀밭에서 아이들이 뛰다가 넘어지려 하면 얼른 잡아주는 일, 그 일을 하고 싶다고…….

하지만 내 생각으로는 어른이 무섭고 사회가 무섭고 그 무서움을 무관심으로 포장하고 그 자리를 피해서 본인 보다 강자가 없는 곳에서 약자에 대한 보호자역할을 자임한다면 그 약자가 자기 의지대로 움직여 지지 않을 때는 또 다른 가해자의 입장에 서게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요양원에서 적절한 육체적 처치와 함께 정신적 처치도 받은 후 허위에의 적응이 아닌, 진정한 회복을 한 후에 진정한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본인의 의지가 중요하고 의지의 실현을 보장해 줄 수 있는 복지체제가 필요하며 작중 주인공의 경우처럼 외견상 정상적으로 보이는 잠재적 요보호청소년들에 대한 심리적 복지의 강화와 같은 정책적 접근, 그리고 개별케이스에 대한 상담기법의 강화. 그에 후속하는 적합한 자원봉사의 기회 제공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