如是我見 寫而不作/블로거기자단팸투어

양구여행 1. 박수근 미술관

하늘타리. 2014. 9. 4. 20:31

어느날 새벽 6시 50분쯤...


청량리역 플랫폼 어느 기둥에 기대어 서서

어떤 노래를 흥얼거립니다.


"...버스 정류장에 서 있으마
첫차는 마음보다 일찍 오니
어둠 걷혀 깨는 새벽 길모퉁이를 돌아 내가 다시 그 정류장으로 나가마
투명한 유리창 햇살 가득한 첫 차를 타고 초록의 그 봄날 언덕길로 가마..."

 

박은옥이 부른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의 끝부분입니다.

 

기차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며 흥얼거리는 노래치고는 조금 무겁다 싶은데...

왕십리에서 전철을 갈아타고 이곳 청량리역에 오면서 문득 떠오르더니

계속 입속을 맴돕니다.

 

아마 춘천까지 타고갈 ITX청춘이라는 열차의 이름에서

청춘들이 갈 수 있는 초록의 그 봄날 언덕으로...
정말 초록의 봄날 언덕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이 부분만을 무한 반복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청춘 열차가 용산에 접근한다고 표시되었습니다.

곧 기차가 이곳으로 올겁니다.

 

춘천에서 내려 다시 버스를 타고 초록의 봄날 그 언덕에 있는 양구,
그들이 표방하는 청양구로 갑니다.

 

버스가 양구군으로 진입합니다.
양구군 관내에 있는 박수근 미술관에 도착했습니다.

 

박수근은 1914년에 이곳 양구에서 태어나 1965년 사망한 서양화가입니다.
보통학교졸업 후 독학으로 미술 공부를 하였다고 합니다.


 1932년 제11회 조선 미술 전람회에 입선함으로써 화단에 등장하였는데

1952년 제2회 국전에서 특선을 한 후 부터 국내외 미술전에 여러 차례 참가하였습니다.


그의 작품들은 단조로우나 한국적인 주제를 소박한 서민적 감각으로 다루었다는 평을 받습니다.
 그런데 그의 작품들은 경매에 나오기만 하면 최고낙찰기록을 경신하곤 합니다.
 그 돈으로 미술관을 운영하는 것은 아니고

양구군에서 고향을 빛낸 위대한 화가라 하여 미술관을 건립하였고

그의 작품을 보관, 전시합니다.

 

미술관 외부를 먼저 돌아봅니다.

 

이종호 건축가가 미술관 자체가 작가와의 만남을 만들어내는 통로이어야 하며

그것은 박수근이 경험했을 풍경을 매개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여

대지에 미술관을 새겨 나간다고 하며 지은 곳입니다.


과연 이 건축물이 그 매개과정을 조율하는가가 궁금해서이지요.

 

 

 

 

먼저 2기획전시실로 갑니다.

 

 

2기획 전시실에서는

박수근 화백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오마주 - 현대미술 41인 전을 하고 있습니다.

 

박수근화백의 그림은

사진이나 도록등으로나마 자주 접해왔으니 잘 안다고 감히 생각하기로 하고

신예작가들이 박수근 화백의 어떤 그림을 어떻게 차용하여 그들의 존경의 염을 표현하였는가를 먼저 알아보려 합니다.

 

신예작가들의 그림을 통해 박수근화백을 다시 한 번 추억해보시지요.

 

 

 

 

 

 

 

 

 

 

 

 

 

 

 

...그리고

박수근의 판화를 보고 내려오면서

벽면에 서있는 애기업은 두소녀에게 말을 걸어보았습니다.

 

대답이 없네요...

 

1관으로 갑니다.

 

 

 

박수근 선생이 앉아계십니다.

그런데 딱히 드릴말씀이 없어 다가가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아까 판화를 보았는데 단순성과 조형성을 절묘하게 결합하고 있더군요"라고 말씀 드린들

내 수준이 빤하니 그리 기뻐하지 않으실 겁니다.

 

자작나무 숲앞에 빨래터가 재현되어 있군요.

 

 

 

1관은 기념전시실과 제1기획전시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입구쪽 기념전시실에는 박수근 관련 유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들 사진을 좀 찍고 싶은데 직원들의 눈초리를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지정된 동선따라 주욱 지나쳐 갑니다.

 

박수근과 그 부인의 묘소를 가보았습니다.

그가 생전에 좋아했다는 백합꽃 한송이정도는 있을지 알았는데...

 

묘비옆 또 하나의 비석에 새겨진 1960년대에 박수근이 그렸다는 아기엎은 여인네를 보면서

가난 속에서도 평생 따뜻한 시선으로 서민들의 모습을 그렸던 박수근을

한번 더 생각해 봅니다.

 

아쉬움 가득 남기고

박수근 미술관을 떠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