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이야기/절오백 당오백

전통문화연구소와 함께한 당올레 기행 두번째 1.

하늘타리. 2011. 6. 1. 13:49

5월 28일

 전통문화연구소에서 실시하는 당올레기행의 두 번째입니다.


오늘은 제주시 서부지역인 애월읍 일대를 다녀왔습니다.

애월읍 지역은 꽤 많은 지역에 송씨할망이 치병을 하시는 일뤠중저이시면서

마을의 도주관인 본향신으로 좌정해 계신 곳이 많습니다.
이 송씨할망신앙에 대해서는 그 시원과 갈래를 여러 가지로 이야기합니다만

설화의 특성상 저마다 받아들이는 부분이 다르기도 합니다.

 

답사간 문무병선생님이 이런 저런 보충설명을 해주십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거의 모든 내용을 수긍합니다만...
그간 현용준선생이나 진성기선생 등의 글에서 알게 되고 인식된 것과의 작은 차이는 그냥 넘어가려합니다. 

 

민속신앙에 관심이 있는 여러명과 함께 기행을 할 기회가 주어졌다는 그자체가 고맙고

누군가와 민속신앙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음이 참으로 기쁩니다.

 

보다 많은 분들이 함께 했으면 하는 아쉬움 속에 구엄리에서 부터 시작한 애월한바퀴의 기록입니다.

 

제주도에 내려오는 천지개벽이야기....

 

" 태초에 하늘과 땅이 구분이 없어 한 덩어리로 있었다.
갑자년, 갑자월, 갑자일, 갑자시에 하늘이 먼저 열리고,

땅이 열리고, 물과 별이 나타나고, 인간세상이 열렸다. 
그러나 혼돈의 세상이어서 햇님도 둘이고, 달님도 둘이며,

귀신과 생인의 한계가 뚜렷하지 못하여 귀신을 부르면 생인이 대답하고,

 생인을 부르면 귀신이 대답하는 질서가 없는 세상이었다.


이때 천지왕이 영을 내려 대별왕과 소별왕이 천근이 나가는 활에 백근짜리 화살을 메어

앞에 떠오르는 해는 남겨두고 뒤에 떠오르는 해를 쏘아 바다로 떨어뜨리고,

또 앞에 오는 달은 놔두고 뒤에 오는 달을 쏘아 바다로 떨어 뜨렷다.
또한 영을 내리기를 “귀신은 어두운데서 살라”하고 “생인은 밝은데서 살라”하여

귀신과 생인의 구분을 짓고 구역을 따로 갈라놓았다.
그리고 솔잎가루를 닷 말 닷 되 다섯 홉을 사방에 뿌리니 귀신은 혓바닥이 칭칭 자려서 말을 못하게 되었다.
 

 

 거인족 여신 설문대는 어느 날 망망대해 한가운데에 섬을 만들기로 했다.
그래서 치마폭에 가득 흙을 퍼서 나르기 시작했다.
하늘을 닿을 듯 높아진 흙무더기는 은하수를 만질 수 있을 만큼 높다 하여 한라산이라고 이름이 지어졌고,

치마폭 사이로 떨어진 흙은 군데군데 오름과 섬들이 되었다.
산을 만들다 너무 높아 봉우리를 꺾어 던졌더니 바닷가에 떨어져 산방산이 되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영주섬에 사람이 들어와 살기 시작하였고
이때부터 하늘에는 옥황상제가 좌정하고, 땅은 지부대왕, 산은 산신대왕, 물은 동해용왕이었다.
또 천하 임정국대감, 지하 임정국부인, 녹아단풍 자기명왕 아가씨는 무조신으로 자리 잡았다.
죽은 인간의 목숨은 열명의 시왕이 차지하였다.
첫 째 진왕대왕은 도산지옥을 다스리고, 둘 째 초강대왕은 화탕지옥,

셋 째 송제대왕은 한빙지옥, 넷 째 오관대왕은 검수지옥,

다섯 째 염라대왕은 발설지옥, 여섯 째 변성대왕은 독사지옥,

일곱 번째 태산대왕은 거해지옥, 여덟 번째 평등대왕은 철상지옥,

아홉 번째 도시대왕은 풍도지옥, 열 번째 전륜대왕은 흑암지옥을 다스렸다.
그 밑으로 중생을 인도하는 어지신 지장대왕, 생명의 탄생을 좌우하는 생불대왕,

옳은 자와 그른 자를 가리는 좌두대왕, 우두대왕, 동자판관,

하늘의 심부름꾼인 천황차사 일직사자, 땅의 심부름꾼인 지황차사 월직사자,

인간세계의 인황차사 금부도사, 저승차사 이원사자, 이승차사 강림사자,

용왕국의 용궁사자, 농경신인 상세경,중세경,하세경 등 일만 팔천의 신들이 생겨났다.


산천의 영기를 받아 모흥굴(삼성혈)에서 을축 삼월 열사흗날 자시에 고을나,축시에 양을나, 인시에 부을나가 솟았다.
땅을 갈라 일도와 성안은 고씨, 이도와 산방은 양씨, 삼도와 토산땅은 부씨가 차지하고

도성에는 광양당, 산방리에는 옥녀당, 광정당, 토산리에는 토산당이 생겨서

인간들이 신을 섬겼다."

 

 

여기서 이어지는 애월읍 지역 신화에서 송씨할망이 등장합니다.


옥황상제의 신하 송(宋)씨대왕(송제대왕)이

한라산 안스못밭에서 낳은 딸인 송씨 할망이 마을에 들어와 수호신이 됩니다.
인간의 성씨 송씨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송제대왕의 딸이라는 이야기이지요.

송씨할망이 자리 잡은 당은 도두에서부터 한림에 이르기 까지 제주도 서북부에서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주로 김씨하르방과 같이 있는데

이 일대 대다수의 당에서는 송씨할망이 주도권을 잡고

김씨하르방은 겨우 그 곁에서 얻어먹고 살고 있습니다.

 

먼저 구엄리 본향 모감빌레당입니다.

 베릿골 동북쪽 옛 목장이 있던 자리라 모감(牧監)빌레라 하는 곳에 있는 당입니다.

 

제주도 신당은 통상 본향당, 일뤠당, 여드렛당, 해신당, 미륵당으로 나누어집니다만

이곳 서부지역은 본향당과 일뤠당이 구분이 명확하지 않고

그 기능을 같이 하는 곳이 많습니다.
세월이 흘러내려오면서 당이 훼철되고 폐당되면서 인근의 당과 합쳐진 경우도 있지만

 애월지역 송씨할망신앙의 특징이 나타난 것입니다.


이곳에서도 일뤠중저인 송씨할망이 산육과 치병을 담당하면서

마을 도주관으로써 생산, 물고, 호적, 장적을 다 관장하십니다.

 

새로 지은 당집안에 걸려 있는 물색과 지전

 

 당집뒤 신목들

 

 

지금은 잡풀이 우거져 있습니다만 저 신목가운데에 옛 제단이 있습니다.

 

 제장에 당집을 지은 겁니다.

 

돌아나와 밖에서 둘러봅니다. 

 

 

 수산리 당팟 서목당으로 갑니다.

 

 

 차를 꽤 멀리 세워 조금 걸어갑니다.

 

수운교앞을 지나고

 

 보리밭앞을 지나고

 

 저 폭낭뒤에 본향당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일대를 차지하던 당으로서 동네이름자체가 당동입니다만...


지금은 비닐하우스 한겻 돌담 옆에서 조그마한 움막 속에 당이 있습니다.

 

게다가 옆 과수원을 밀고 도로를 내는 바람에 접근조차 힘이 듭니다. 

 

 

 

 

일뤠중저 송씨할망과 바람알또 김씨영감이 좌정해 있습니다.

 

 

 

쌓여 있는 초와 오래되고 새로 걸린 물색들을 보고

당신과 당궐들이 항상 편안하시길 바라며 당을 돌아 나옵니다. 

 

 

하귀리본향 돌코릿당은 시간이 많이 걸릴 듯 하여 오늘은 가지 않는다 합니다..
당의 이름처럼 돌코냉이 닮은 뭉툭하게 돌출된 바위가 있고

그 바위를 중심으로 제단이 마련되어 있는 곳입니다.
하귀2리사무소 부근에 있었는데

이재수란 때 교인들이 당과 절을 부숴 버리니

당궐들이 현재의 돌코리로 옮겨 감추어서 지금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이 당은 노산주부인(송씨할망)과 신산주영감(김씨하르방)이 이 마을 사람들의 생산, 물고, 호적을 관장하는 본향당입니다
둘러보지 못한 아쉬움에 당 돌코리의 모습과 본풀이를 옮겨 봅니다.

 "노산주부인과 신산주영감.
일천백마기 거느려서 한라영산에서 백록담으로 내려와
노루송이 오름으로 천하오름 삼심악으로 내려와
가시나물 동산에 앉아 내려다보니
하귀2리 당밭이 정결처로 정하여
만민백성들이 정월이 나면 과세문안하고
여름나면 여름철갈이 가을에
일년에 3번 상을 받는다."

 

소앵동으로 갑니다.

 4.3사건 때 소실되어 사라졌던 마을인데 그 후 새롭게 재건된 마을입니다. 

원래의 마을이름은 엉겅퀴가 하도 많아서 소왕이, 소웽이, 가시나물 동네라 하였습니다. 

 

 이 마을 명칭은 1760년대 작성된 탐라방영총람에 소왕촌(소웽이 마을)이라 기록되어 있고
일제강점기때 5만분의 1 지도에는 소왕동(소웽이동네)으로 표기되어 있으며

소왕물. 소왕동산. 소왕천 등 지명으로도 마을명칭을 알아 볼 수 있습니다.

 

마을 재건이후 마을 형태가 앵무새 둥지형이라 하여 소앵동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전합니다.

 

당으로 가는 입구

보리밭 옆으로 ...

 

 당으로 내려갑니다.

 

 바람위에 좌정하신 송씨부인과 바람아래 좌정하신 하르방을 모시고 있습니다.

 

하르방에게 제수를 올리는 궤

 돌담안쪽으로 할망이 계신 곳

 

 

 

 

 

 

  

궤 정면 벽에 쓰여진 글

역술인 또는 무속인이 다녀가면서 임수와 계수에 대해 몇글자 쓰고 갔습니다만 ...

국운이 임계수라  토극수로 막으려 4대강에 제방을 쌓나요?

장소를 잘못 찾으신 것 같아요

이곳은 제주의 당신을 모시는 곳이지

무격을 모시거니 명리학을 하는곳이 아닙니다.

 

그래도 무언가를 탐구하고 계시니 虛靈不昧(사심이 없고 영묘함)의 경지까지 정진하시길 바랍니다.

 

 당은 분위기가 있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조금 슬픈 이야기가 전하는 당입니다.

할망과 하르방 두분이 평화롭게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하르방 꿈에 이무기가 나타나

"나는 용이 되어 하늘로 날아가야 하는데 지금 당장 배가 고파서 날아 갈수 없으니

당신 내외중 아무도 좋으니 두 분이 의논해서 나에게 재물로 받쳐 준다면

그 보답으로 이 마을에 자손의 번영과 번축하게 하며 모든 재난을 막아주마"하고 사라져 버렸습니다.
잠에서 깨어난  하르방이 어젯밤 꿈에 있었던 일을 할망에게 말했더니

이 말을 들은 할망은 "아이고 이 노릇을 어떻게 호랴 하르방이 죽어도 나 혼자 못살고,

내가 죽어도 하르방 혼자 어떻살코"하면서 고민 끝에 천지 신령님께 기도하는 수 밖에 없다하여 매일 같이 기도를 올리는데

자기 음력 정월 초이렛날 폭풍우가 몰아치고 천지가 요란하게 진동하며 커다란 구멍이 뚫리

용이 하늘로 날아가면서 그 자리에 할망이 절명했고,

뒤이어 하르방도 희생된 할망곁으로 가다가 채 못미쳐 옆바위 틈에 끼여 순화하였다합니다.


그 후부터 이 마을 사람들은 그 두 분이 죽은 자리에 제단을 차리고

매년 음력 정월 초이렛날을 제사일로 정하고 심방을 초청하여 큰 굿을 해오다

1960년 초부터 굿은 중단하고 개인적인 비념만을 해오고 있습니다.


이 당에서 모시는 할망과 하르방의 딸 넷 중,

큰 딸은 소길리로, 둘째는 더럭마을로, 셋째 딸은 장전리로, 넷째 딸은 엄쟁이(신엄, 구엄, 중엄)로  좌정하였다고 합니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할망이 하르방을 돼지고기 먹는다하여 내치게 되어

갈 곳 없는 하르방이 입구에서 메를 받아먹고 있다합니다.

그래서 제를 지낼 때 입구에 있는 하르방의 궤에는 돼지고기를 올립니다.

 

 

 

 

 

 

 

고내봉입니다.

 

 고내봉을 보면서 더럭마을 오당빌레 할망당으로 갑니다

 

 아주 예전에는 말테우리들이 정성을 들이고 테우리 코사를 지내던 오당이 있었답니다.

그래서 이일대 빌레지역을 오당빌레라 하였습니다만

큰신머들 새당에서 산신백관, 을서/병서또, 세제동공과 함께 초립동이를 옮겨 모시면서

이당 폭낭아래로 일곱 아기 단마실청을 거느리신 송씨할망을 모셨습니다.

 

 

 

지금은 이곳에, 이곳 할당당으로 가져오려고 차려놓은 음식을 먹었다고

그 어미에게 한소리 듣고 엉덩이에 종기가 나서 고름이 차자

이곳에 와서 엉덩이의 종기를 터뜨리고 그 고름을 당에 뿌리고 죽은 변도령도 함께 위하고 있다고 합니다.

불쌍해서인지 해코지하지 말라는 뜻인지 그건 모르겠습니다.

 

 

 

 

 

 

많이들 아쉬워하십니다.
예전에는 참 아름다운 당이었는데...하시면서요.
신목인 팽나무 두그루 중 한그루는 고사하고 한그루는 태풍에 패여

마을에서 나무를 다시심고 돌담을 새로 쌓았습니다.
없애지 않은 게 다행이겠지만 그 모습이 너무 위압적이 되었습니다.

요사이 다른 곳에서도 당 정비할때 보면 이렇게 담을 높이던데 어던 지침이 있는 건지 아니면 유행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아쉬운마음에 옛사진 한장 올립니다.

 

당 뒤쪽 빌레를 돌아 나옵니다... 

Gloomy Sunday (Ein Lied Von Liebe Und Tod) Soundtrack (By Detlef Petersen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