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이야기/오름

연동 검은오름

하늘타리. 2011. 4. 3. 21:10

4월 3일 오후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맞으며

연동 검은 오름을 오릅니다.

 

굳이 동네이름을 밝히는 이유는 제주도내 여기저기에 몇군데 검은오름이 있기 때문입니다.

 

고려중기이후부터 우마를 방목하면서 우마가 오르내리면서 먹이활동을 하기 쉬운 오름은

목초생산 및 진드기 제거등의 이유로 불을 질렀기 때문에

말그대로 민둥산인 민오름이고

경사가 급하거나 산세가 험하여 우마방목에 적합치 않은 오름은 나무가 짙푸르게 우거져 있어 검은 오름입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대다수의 민오름이 동네이름이나 형태 위치등에 따라 이름이 붙여졌습니다만

검은 오름은 대개 그 이름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자기는 세계자연유산이 아니고 거기서 부터 형성된 용암동굴이 자연유산인데 혼자 큰소리치는 선흘검은오름,

그리고 선흘에 있는 것이 혼자서 검은 오름이라고 큰소리치니까 동쪽에 있는 검은오름이다라는 구좌 동검은 오름

(동검은이 => 동거믄이로 바뀌고 이게 또 동거미로 바뀝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산세가 거미발처럼 갈래를 많이 뻗어서 그렇다가 되었네요),

그리고 검은 오름이 금오름으로 바뀌고 이게 또 한자로 금악이 되어 주변에 마을이 생기면서 이름이 중첩된 금악 검은오름,

그리고 이곳.

 

이곳도 이름이 많아요

검은오름, 거문오름, 금오름, 검오름, 곰오름, 흑악(黑岳), 금악(琴岳), 거문악(巨門岳)

내가 보기에는 그 이야기가 그 이야기인데..
전문가라고 하시는 분이 한말씀씩 하십니다.

 

에~'검은'은 神이란 뜻의 고조선 시대의 '곰(고어)', '감', '검'에 뿌리를 두는 것으로, 즉 검은오름은 신령스런 산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에~ 오름의 생김새가 거문고 모양으로 금오름이라고 한다.
에~ 풍수지리학적으로 거문성의 기운을 띄고 있는 오름이라 거문악이라 한다.
에~
또 에~

 

쉬운 말을 어렵게 해야 전문가 대접을 받습니다만

우리는

가장 오래된 기록인 1702년 이형상의 탐라순력도에 검은오름이라고 기록되어 있으니

검은오름이구나 하고 올라갑니다.

 

여러 입구중 차세우기 가장 무난한 오라골프장과 도로로 접하고 있는 지점에 차를 세우고 오름을 오릅니다. 

 남사면, 한라산쪽은 가파르면서 등성마루가 동·서로 평평하게 뻗어져 있고

북사면, 제주시쪽은 세가닥의 등성이를 이루며 내려온 말굽형 화구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 화구안에 꽤 그럴듯한 묘역이 조성되어 있고

화구내 서북쪽에 알오름이 있고 그 곳에는 일제진지동굴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오름동쪽 기슭으로 올라와 먼저 분화구 안으로 내려갑니다.

 

 

 분화구안이 한 인물의 묘역입니다.

 

 

 풍수는 모르지만 이오름이  木蘭半開形 富貴兼全多孫之地라 하기도 하고
골머리, 걸시, 노리생이를 타고온 지기가 여기에 안온하게 모인듯해서
이렇게 저렇게, 여기 저기서 살펴봅니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묘비에 쓰여 있지만 묘역의 조성시기는 단기 4263년(1930년)입니다.

 멀리 떨어져 세운 문인석도 궁금하고
망주석을 산담에 세운 것도 궁금하고
바닥을 정지하지 않은 것도 궁금하고
이것도...저것도..
어떤 풍습을 따른 건지 궁금합니다만...그냥 궁금하기만 하렵니다.

 

무덤 뒤에서 본 북쪽방향

 

부근에 있는 다른 이의 묘역

어쩌면 이렇게 딱 필요한 만큼의 면적으로 산담을 두른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도 해 봅니다. 

 

비가 그칠생각을 않합니다.
알오름 동굴을 찾아가는 것은 생략하고 서쪽 능성이를 올라갑니다.

개구리발톱

 벌써 고사리가 나왔네요...

 

오름정상 경방초소..

 

그 옆 국가기준점표시

 

표고가 437미터랍니다. 


통상적 오름정보에 표고 438.8, 비고 129라고 나와있으니까 비고를 다시 계산하면 127이네요.

 

높이를 따지는게 아니고 비고에 비해 전망이 기가 막힌 곳인데....
오늘은 아무것도 보이는 게 없어요. 


눈을 감고 그 방향으로 섭니다.
남쪽으로는 바로앞 노리생이, 걸시, 골머리, 어승생,
그리고 족은드레,큰드레 사이로 머리를 내민 한라산
북쪽에 도열한 생이, 광이, 낭짓슨, 그리고 연동 민오름
아참! 생이 왼쪽 멀리 도들오름이 있구나
동쪽으로는 빗겨서 보이는 사라봉, 별도봉, 원당봉
정동방향으로 개오리, 새미
바로 밑으로 보이는 일본군 58군 96사단 예하의 294연대 병력과

포병부대, 대전차부대 등이 주둔했던 도노미라고 불리었던 개활지, 지금의 오라골프장.
정서방향으로는 크고 작은 노꼬메와 산새미...

 

다 어디론가 놀러 가버렸습니다.


못찾겠다 꾀꼬리 나는 야 술레~


이길로 내려가면 노리생이를 거쳐 한라산 꼭대기로 갈 수 있습니다만

 

함몰된 갱도입구위에 모여노는 괴불주머니들 구경하다가
동쪽 등성이로 몸을 돌려 내려갑니다. 

 

 예전 이 오름에서 우마를 방목할때 철조망을 설치했던 흔적

 

이 능선 넘어서 굼부리 방향으로는 깍아지른 절벽입니다.

멀리서만 고개 기웃해서 한번 보고...

등성이를 미끄러 지면서 내려갑니다...

 

내려가는 길 떠오른 杜牧의 시한수

淸明時節雨紛紛

 路上行人欲斷魂

 借問酒家何處有

 牧童遙指杏花村

청명절에 부슬부슬 봄비가 내리니 산을 오르는 나그네의 발걸음이 고단하네.

술한잔 할 곳 어디인가하고 물으니 목동이 손짓하여 행화촌을 가리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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