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서동으로 갑니다.
중문단지 한참 북쪽, 색달동의 한 구역이지요.
오 창명 선생은 천서동을 냇새왓 즉 내와 내 사이에 있는 마을이름을 한자로 차자 표기할 때 새를 서로 음가자표기한 것이니
내 서쪽에 있는 마을이 아니고 내와 내 사이 마을이다라고 합니다.
색달천 동쪽이자 천제천 서쪽이니 그 말이 맞는 듯도 하지만
현장에서 우연히 만난 비문에 이름이 있는 냇서왓 마을 후손 중 한분은 천제천 서쪽에 있어서 냇서왓,
그래서 천서동이 맞다고 하십니다.
색달동 마을지에도 내 서쪽에 있어 천서동이라 합니다.
마을지에 의하면 1960년대 마을이 형성되어 사람이 살며 목축을 하기도 하였으나 지금은 두가구가 살고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여기 비석에 의하면 꽤 오래전부터 사람이 살았다가 4.3때 소개되어 흩어졌고
1962년도에 융자금으로 재건 입주하였으나 소득이 떨어져 모두 마을을 떠났다고 되어 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분의 말씀에 의하면 지금은 한 세대가 남아있다 하시더군요.
마을을 재건할 때의 마을 회관과 국기게양대 그리고 게시판 등 등의 흔적입니다.
(게시판으로 만든 콘크리트구조물에 1975년이라고 쓰여있습니다)
두가구가 남아있던 시절에 (년도는 잊어버렸는데 하여간 최근에 전기를 설치할 때 )가설한 전봇대랍니다.
지금은 사는 사람이 없어서 전기선을 철거했나봅니다.
롯데스카이힐골프장이 생기기 전에는 이 길로 해서 우보악까지 내려가면 삼나무길이 기가 막히던 곳이었는데
04년도에 공사차량에 놀란 다음 최근에는 이 길을 와 본 적이 없습니다.
산록도로로 돌아 나와서 영남동으로 갑니다.
영남동..
이런 저런 의미로 꽤 많이 알려진 곳입니다.
탐라지와 제주읍지등에는 고둔(羔屯)/염둔 이라고 표기되다가
한말을 전후하여 그 일대 마을과 합쳐서 영남리라고 불리우기 시작한 마을입니다.
오창명 선생 책에 의하면 한라산을 일컫는 영주산의 瀛과 그 남쪽을 뜻하는 南을 결합하여 만든 새로운 이름이라 합니다.
4.3때 폐동된 이후 거주자가 한명도 없는 영남동이라고 합니다만
이런저런 이유로 거주하는 분들이 있기는 합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어느 정도 규모인지는 몰라도 콘도를 개발하고 있고
작년 가을 제주일보기사에 영남동 소재임야 4만 평방미터는 맹지이고 법정지상권임에도 불구하고
감정가에 6배 이상, 매각가율 433%로 낙찰되어 주목을 끌고있다라는 기사가 실렸던 것을 보면
계속적인 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작년 4월 4.3 사건 희생자 위령제에서 낭송된 광주학생이 지은 "그곳에 우물이 있었다."라는 시의 일부를
혼자서 중얼거리면서 남겨진 흔적을 따라 한바퀴 돕니다.
사라져 버린 영남동 마을 귀퉁이
다 허물어져 가는 우물이 있었다.
우물을 사이에 두고
영남동 사람들은 누구나 꽃이 되었다.
…………….
침묵만이 고여 있는 우물은
피어보지도 못하고 져버린 이들의 얼굴만을 기억하고 있다.
이곳엔 아직 그 날의 파장이 메아리치는데
목메인 목소리는 고여 있고
바람은 우물 속을 물결치지 못한다……
무주선원
나무로 조성된 불이문이랍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수미산정상에 오릅니다.
수미산정상
이 자리에선 모든 분별과 시시비비가 사라집니다.
이제 물러남도 나아감도 없고 모든 망상이 사라지는 불국정토를 들어서는 해탈의 문 불이문…
나와 네가 둘이 아니고, 삶과 죽음이 둘이 아니다.
상대적 개념 모두가 둘이 아니니 이곳 영남동에서는 가해자도 피해자도 둘이 아니다.....라는....
그런 의미로 불이문이라 했을까요?
아니면 어디에나 있는 산사의 문인데 해석을 너무 거창하게 했나요?
그냥 한바퀴 돌고 부처님께 인사만 드리렵니다.
부처와 내가 하나인 경지는 나에게 오지 않을 테니까요…
서쪽에서 내려왔지요.
동쪽으로 올라갑니다.
길을 가운데 두고 좌우에 조그만 샘이 있습니다.
이 지역이 개발이 된다면 주변에 잡초만 우거진 이 두 샘 모두, 아니면 둘 중 한 곳은 도로확장을 이유로 매몰될 겁니다.
이미 서쪽에서 내려오는 길옆에 있던 우물에는 공사 중 파내었을 듯한 돌무더기들에 덮여 있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에 어느 정도의 개발이 없을 수야 없겠지만
개발을 하더라도 이 지역의 의미 그 자체는 좀…남겨주길 바라며 답사를 마칩니다.
Bela Bartok
'제주이야기 > 제주의 마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양도 1 (0) | 2010.08.20 |
---|---|
대정고을 (0) | 2010.08.17 |
제주의 마을(개척마을과 없어진 마을 중 몇 곳. 2) (0) | 2010.07.19 |
제주의 마을(개척마을과 없어진 마을 중 몇 곳. 1) (0) | 2010.07.18 |
화북마을 (0) | 2010.04.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