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름덩굴에 벌써 꽃이 달렸습니다.
오름을 오르며 계속 코끝을 간지르는 상산나무꽃 향기에 취해 있다가
상산나무꽃과 어우러져 피어있는 으름덩굴꽃을 봅니다.
폰을 꺼내 한장 꾹!
작은 꽃이 수꽃이고 큰 꽃이 암꽃입니다.
열매가 맺힐때는 임하부인林下婦人이라 불리지요.
노향림의 시 한수 올립니다.
으름덩굴
으름덩굴을 보러갔다
조금씩 물소리를 내며 다가가도 모른 척
다른 나무만 감아 올라가는 그대
가는 다리를 펴서 허공을 밀고 올라가다
어느 한순간 나뭇가지에 숨죽이듯 멈추는가 싶더니
자홍색 꽃을 피워낸다.
어느 불모의 땅을 건너 가 절규처럼 터졌을까.
어름과 으름 사이의 서늘한 덩굴 밑을 지나가다
길 잃은 기억의 쓸쓸함을 피워 올렸을까.
제 몸 속의 줄기를 버리고 남의 몸 탐내어서
핀 암꽃은 더욱 화색이 짙다.
그대가 피어 있는 지상의 여름도 화색이 짙다.
내 몸 속에 핀 자홍색 슬픔 또한 미세한
우주의 파장을 일으키며 그해 여름 내내
나는 어지럼증으로 시달렸다.
꽃가루로 날리는
나의 전생이 아스라이 일탈할 것 같다.
그대가 피어 있는 동안 나에겐 봄도 여름도
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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