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사슴이 오름입니다.
오름으로 올라갑니다.
올라가면서 계속 뒤돌아 봅니다.
점점 멀어지는 오름들이 공연히 야속합니다.
앞을 보고
오름 중턱으로도 희미한 잣의 흔적이 있는데
중잣이라고 추정된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큰사슴이오름으로 올라가는 계단
갯수는 꽤 많지만 칸칸 높이가 적절해 크게 부담가지는 않습니다.
갑마장길 표식
바로 정상으로 가는 것이 아니고 굼부리를 빙돌아 가도록 길이 설계되었습니다.
일단 직선으로 정상을 갔다 다시 오겠습니다.
정상임을 나타내는 삼각점 표시입니다.
갑마장길은 이 표시를 지나지 않고 약간 더 앞지점으로 나옵니다.
갑마장길이 나오는 휴게전망대입니다.
작은 사슴이를 힐끗 보며 이따 갈게하고 말을 던지고
산장구마의 옛터, 정석비행장을 내려다 봅니다.
박무가 가득해 활주로가 아예 식별되지 않습니다.
다시 올라가 굼부리를 돌아가는 갑마장길로 갑니다.
정상에서 경사가 급하게 깍이는 면에 있는 바위를 한번 흘깃거려 봅니다.
이 아래로 내려가면 일제때 구축한 진지동굴이 있습니다.
큰사슴이 오름에서 10곳정도가 발견되었는데
이제는 이렇게 나무에 다 길이막혀서 접근하기 힘듭니다.
굼부리를 돌아 다시 올라가는 길에서 한곳을 만날 수 있습니다.
가장 정상부근, 위에서 아래로 굼부리를 봅니다
내려오는 길,
사이프러스골프장연못이 갑자기 눈에 들어옵니다.
굼부리를 돌아가는 갑마장길로 들어섭니다.
능선 활엽수림 사이를 지나고
굼부리를 돌며 갑니다.
다시 정상쪽으로 올라가다가
일제 진지동굴로 갑니다.
정석비행장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진지동굴이랍니다.
45년 초 패전의 그림자가 짙게 내리울때
제주도에 연합군이 상륙하여 정석비행장을 점령하려 접근한다면
연합군을 뒤에서 공격하거나 세 불리할 때 함께 죽기위해
매복해 있으려고 판 동굴진지입니다.
꽤 깊은데...
가다가 돌아나왔습니다.
큰사슴이오름 굼부리를 따라 돌면서 작은사슴이오름을 봅니다.
굼부리를 다시 보고
조금 전에 왔던 휴게전망대로 왔습니다.
오름길을 내려갑니다.
기슭으로 난 소로길
큰사슴이 기슭을 타고 내려갑니다.
번널오름에서 작은 사슴이오름으로 이어지는 잣담입니다.
중잣으로 추정합니다.
그 담을 지나 작은 사슴이오름 속으로 들어왔습니다.
우거진 삼나무와 잡목림을 헤치고 가면
정상이 나오는데....
아무런 조망이 없습니다.
예전에 안내판을 설치했던 파이프를 찍어 인증샷을 하고
정석비행장 비행기계류장이 가장 잘보이는 곳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대한항공에서 비행 훈련이나 VIP를 위한 활주로로 이용하는 곳입니다.
갑마가 뛰던 곳 위로 천마가 날아갑니다.
다시 내려가는 조금 빠른 길이 있습니다만...
잡목에 옷이 자꾸 긁혀서 빙돌아 편한길로 갑니다.
잣담옆으로 나왔습니다.
잣담을 연해 걷습니다.
옆에서 올려다 본 큰사슴이오름입니다만 그리 높지 않네요.
큰사슴이와 작은사슴이 사잇길
목장길 따라 산길 거닐어...
대록산 정상가는 길 표시를 못본척하고 지나고
갑마장길 표식을 따라 걷습니다.
유채꽃프라자로 가는 길입니다.
너른초원에서 풍력발전기들이 마음껏 돌아갑니다.
엉뚱하게도 유치환의 시 '깃발'이 생각나네요
소리없는 아우성이자 노스텔지어의 손수건...
큰사슴이 오름을 돌아보고
길이 바람을 만듭니다.
마른 억새를 서걱거리게 합니다.
어스름 햇빛이 넘어갑니다.
정자에 앉아서 큰사슴이를 다시 봅니다.
유채꽃 프라자
이 들녘주변은 봄이면 사람의 물결이 넘실거리겠지요.
들판을 걷습니다.
앞을 보고 뒤를 보고 옆을 보고...
포장도로로 나와 큰길쪽으로 갑니다.
큰길 직전에서 몸을 왼쪽으로 돌려 활엽수림으로 들어갑니다.
활엽수림길을 쭈욱 걸어오다가 만나는
꽃머체입니다.
꽃이 피는 돌무더기라고 해석하면 됩니다.
돌무더기 위에 자라난 나무에서 예쁜 꽃이 핀다고 꽃머체라는데 ...
꼴머체라는 이름이 불리어지는 과정에서 꽃머체로 바뀌었습니다.
여기서 꼴은 추초芻草, 마소 따위의 가축에 먹이는 풀을 이야기 합니다.
머체는 돌무더기으 제주어로 이곳에서는 크립토돔을 나타냅니다.
크립토돔이란 마그마가 지표상에서 굳어진 용암돔과 반대되는 것으로
마그마가 지표아래에서 굳어져 생성된 돌이
오랜 세월의 침식 작용으로 지상으로 돌출된 것입니다.
주변에 조그만 크립토돔이 여럿 있고
여기서 조금 더 가면 행기머체라 하여
동양에서 제일 크다는 크립토돔을 만날 수 있습니다.
가시천에 흐르는 물입니다.
물이 흐르니 내천川자를 쓰는 것인데
무어 새로울 것 있겠습니까만...
제주 하천은 대개 폭우 직후에 잠시 물이 흐르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건천으로 변해 버리기 때문에
흐르는 물을 보는 것이 그리 흔한 일은 아닙니다.
가시리 종합안내도
안내판에 제시된 문화여행 10선 중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행기머체에 왔습니다.
한바퀴 돌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오늘은 정상에 올라가지 않으렵니다.
그냥 지금도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려고 합니다.
무엇이?
이 크립토돔 정상에는 놋그릇에 담긴 물, 행기물이 있습니다.
설문대할망이 오랜 옛날 밥을 지어 먹으려다가
한라산 백록담 물이 부족하여
제주시 지금의 애월 솟덕바위 옆에 있는 '하물'을 떠다 밥을 지어 먹고
숭늉을 놋그릇에 담아 올려놓았던 곳이라
아직도 그 물이 마르지 않고 고여 있습니다.
행기머체 주변에 말과 관련된 조형물들이 있습니다.
잊었던 목축사를 끌어내는 첫작업으로
2009년도에 가시리 공공미술 프로젝트 ‘녹산장의 기억-테우리의 들’을 조성했습니다.
가시리 아이들의 손과 감성으로 만들어진 ‘마상만상(馬像萬象)모빌',
청동 입체소조상인 ‘테우리의 전설’,
그리고 30마리의 철제 군마가 들판을 거침없이 내달리는 느낌의 ‘산마의 질주’가 만들어 졌지요.
아이들이 만든 마상만상은 모빌이 잘 어울려있던 작품인데 모빌들은 다 어디로 갔나요?
새로운게 만들어 지면 예전 것은 관심을 않가지니
결국 변형되고 이그러져 없어집니다.
행기머체를 한번 더 돌고 조랑말박물관으로 가려다 발을 멈춥니다.
지금 시간 다섯시 40분
조랑말박물관도 문을 닫았을 것이고
여기서 마을디자인 센타 갑마장출발점까지 직선거리만 해도 7Km입니다.
사실 여기저기 중간에 새다가 돌아왔으니 그 길이만 해도 총 20km는 넘겠습니다만
갑마장길 거리로는 8시간을 걸어서 13Km뿐이 못왔습니다.
박물관은 가봐야 하는데...
박물관은 제주마의 역사를 볼 수 있는 곳으로
말과 관련된 유물 및 문화예술작품 을 볼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조랑말박물관 2층 마음(馬音) 카페에서
몽생이쿠키에 가시리카노 한잔을 마시며 지친 몸을 조금 쉬어줘야 하는데....
이미 문을 닫았을 것입니다.
멍하니 도로변에 서있다가...
신발끈 다시 묵고 베낭을 다시 추스리고
행기머체에서 가시리마을회관까지 이어지는 약 7km의 도로,
그 옆을 걷기 시작합니다.
길이 넒어서 차가 쌩쌩달리는 길입니다만
이시간에는 가시리쪽으로 가는 차는 없으니 그나마 안심하고 걸어갑니다.
걸어가면서...
머리속으로 봄 또는 가을의 이 길을 생각합니다.
이 길은 언젠가 ‘아름다운 길 100선’에 뽑힌 길입니다.
봄이면 노란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환상의 꽃밭길이고
가을에는 울긋불긋한 코스모스의 융단이 깔리는 길입니다.
또 머리속으로 생각합니다.
오늘 갑오년에 갑마장길을 걸었으니 더블 갑甲이로구나.
갑선이오름도 올라갔으니 트리플 甲, 에이스로구나.
갑오년의 갑은 첫째 천간(天干)을 나타내니 방위로는 동방, 오행(五行)으로는 木, 색으로는 靑,
갑마장의 갑은 빼어나다. 등급에서의 첫째를 뜻하고
갑선이의 갑은 등딱지를 뜻합니다.
연초에 트리플갑을 이루었으니 연말에는 콰드루플 갑을 만들어 볼까요?
그런저런 생각을 하며 어두운 저녁길을 한시간 반을 걸어 가시리 디자인센터앞으로 왔습니다.
오늘 못걸은 길은 예전 언젠가 걸은 것으로 대체하려 합니다.
하루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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