如是我見 寫而不作/블로거기자단팸투어

남원시 운봉읍 행정리의 서어나무 숲

하늘타리. 2013. 9. 6. 16:57

 남원 운봉 행정리의 서어나무 숲 입니다.

 

"사는 동안 몇몇 차례
발부리에 돌이 걸려
그만 주저앉고 싶은 때가 누군들 없었을까


연록색 구름을 휘감은 채 곧게 벋은
서어나무 숲에 와서
나무 따라 나도
수구렸던 무릎을 쭈욱 펴 올리며
하늘을 본다


괜찮아, 이쯤이야 뭐.
괜찮아, 이쯤이야 뭐.


아프게 숨겨왔을 곁가지
흔적 없이 지워버려
그냥 당당하게 서 있는
서어나무의 오랜 하늘을 본다


그런 것이다
굳이 입을 열어 말하지 않아도 보이는 것
전달하려 호들갑 떨지 않아도
피부 속으로 스미는 것


가장 아름다운 숲
서어나무 숲에 와서
오늘, 수많은 메시지를 전달받다."

 

 

박혜옥의 '서어나무 숲에 가다'입니다.

 

 그렇게 당당한 모습의 나무들이 모여 서 있는 곳이지요.

 

 행정마을은 지리산 고리봉 아래 정령치로 가는 길에 있습니다.


골짜기 따라 흘러내린 '람천'이라는 내가 시원스레 흐르는 곳 옆에 서어나무숲이 조성되어 있고


그 숲이 지난 2000년 생명의숲과 산림청이 연 '제1회 아름다운 마을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받았습니다.

 

한 스님이 마을을 지나다 이곳은 사람이 살 터가 아니라며

마을을 지키려면 허한 마을 북쪽에 돌성을 쌓거나

나무를 심어 채우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러려니 하고 말았는데,

그 뒤 해마다 병이 돌고 수해를 입는 등 재난이 끊이지 않자

지금의 자리에 숲을 가꾼 것이라고 마을 어른 들은 이야기 하십니다. 

 

모자람을 채우고 삿된 기운을 막기위해 만든 비보림(裨補林)이지요.

 

그 숲속에서 바람이 일고 바람의 소리가 숲안을 가득 메웁니다.

 

서어나무 숲을 보면 모든 것이 평정된 전장을 보는 듯 합니다.

 

발이 없어 지금 있는 곳을 벋어날 수 없는 식물들은

역설적으로 동물보다 더 심한 영토전쟁을 벌입니다.
나대지에 초본류가 생겨나고

그 뒤에 덩굴 등 관엽식물이 자라나고

햇볕을 좋아하는 소나무가 자라납니다.
소나무는 생각밖으로 까다로운 나무입니다.

무엇보다도 햇볕이 없으면 자신이 죽기때문에 다른 나무들이 그 밑에서 쉽게 자라지 못하게 합니다.
그 밑자리에서 참나무는 이를 악물고 자라나 드디어는 소나무보다 키가 더 커져서,

소나무에게 가는 볕을 차단하여 소나무를 죽게 하고 자기의 자리를 확보합니다.
그렇게 참나무가 자리를 확보했습니다만

서어나무가 참나무의 밑에서 자라나 다른 모든 나무들을 제거하고 한수종으로만 숲을 만듭니다.

 

물론 이곳은 처음부터 서어나무 2~30년생으로 조림하여

그런 고충이 없이 영토를 확보해서인지

나무들 모두 아주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리산 둘레길 1코스를 걷는 분들이라면 놓치지 말고 들러볼 만한 곳입니다.

초록의 힘찬 나무들이 보여주는 당당함을 잊을수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