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이야기/한라산 자락

제주 돌문화공원 2구역

하늘타리. 2013. 6. 26. 18:52

 이철수 판화전을 보고

지하에서 한적하게 쉬고 있는 조록나무 형상목들을 둘러보고

500장군 갤러리를 나섰습니다.

 

시간의 여유가 있어 공원내 한구역을 한바퀴 돌아보려고 합니다.


2구역쪽으로 갑니다.

 

 

 

 

 

2구역으로 가는 길에 500장군의 석상 끝 부분에 있는 어머니의 방으로 들어갑니다. 

 

돌무더기를 쌓아 놓은 모습, 제주어로 머들형으로 석실을 만들어

어머니가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의 용암수형 캐스트를 위치시켰습니다.

 

사실 이 캐스트보다는 그림자가 더욱 그럴듯 하기도 합니다만....
하여간 500장군의 어머니인 설문대할망의 애틋한 모성애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밖으로 나오니 공원 조성기념탑과 물장오리를 상징하는 못이 보입니다.

 

비슷한 형태의 기념탑이 입구에서 1구역으로 가다보면 하나 더 있습니다.

 

그리고 물장오리를 상징하는 못은 인공연못을 포함 두어곳 더 있습니다.

 

 

 

멀리 길다란 용암석이 보입니다. 

 

 

이 용암석은 '어머니를 그리는 선돌’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돌은 설문대할망 전설 속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막내아들의 모습을 연상토록

한라산 영실을 향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물장오리와 500장군은 연관이 되질 않지요.


제주도에 전해져 내려오는 설문대할망이 사라지는 스토리는 크게 세가지로 나뉘입니다.


첫번째 스토리입니다.
설문대 할망이 오백명의 아들을 먹이기 위해 큰 가마솥에 죽을 끓이다 그만 가마솥에 빠져서 살과 뼈가 녹았습니다.

그 어미가 죽솥에 빠진 사실을 알리없는 아들들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죽을 떠서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맨마지막에 막내아들이 죽을 뜨려고 솥을 젓다가 큰 뼈다귀를 발견하여 어머니가 빠져 죽은 것을 알게 됩니다.

막내아들은 어머니가 죽은줄도 모르고 죽을 먹어치운 형제들과는 함께 못 살겠다면서 애타게 어머니를 부르며 소리치며 뛰어가다

한경면 고산리 앞바다에 가서 섬이 되었답니다.

 

두번째 스토리입니다.
설문대할망은 키 큰 것이 자랑거리였으므로 제주도 안에 있는 깊은 물들은 모두 들어가서 얼마나 깊은지 시험해 보려 했다고 합니다.

우선 제주시 용담동의 용연이 깊다는 소문을 듣고 들어서보니 물이 발등에 겨우 닿았다고 하고..

다시 서귀포시 서홍동의 홍리물이 깊다해서 들어서보니 무릎까지 찼답니다.

이렇게 제주도 곳곳을 돌아다니면 물을 재보던 어느날 한라산 물장오리에 들어섰다가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물장오리는 밑이 터진 제주어로 창터진 물인지를 미처 몰랐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세번째는 설문대 할망이 스스로 떠났다는 이야기인데...
조천 관곶 앞바다에 그 전설이 남아 있지요.
세번째 스토리는 쓰지 않는 이유는

설문대 할망을 추앙하여 모든 것을 설문대할망에 귀일시키는 이곳에서

이상하게 이 스토리를 언급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떠나서,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면 제사를 지낼 수 없어서 그런지

설문대할망제를 지내는 이곳 돌문화공원의 설문대 할망은

물에 빠져 죽었거나 뜨거운 물에 삶겨져서 죽어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어느 한편으로는 500장군을 형상화하고 어느 한편으로는 물장오리를 형상화합니다.

두가지의 스토리텔링이 혼재되어 있는 것이지요.

 

문득 탐라목석원의 모습이 그리워 집니다.

1971년 문을 열어 30여년 넘게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탐라목석원..

 

그때의 소박한 이야기들...

 

옮겨 지어진 요철사랑凹凸舍廊으로 갑니다.

 

벽면에 붙어있는 정주석 구멍을 통하여 외로운 凸을 봅니다.
박제되어 있는 凹없이 외로운 凸

마음이 도리어 공허해 집니다. 

 

 

 

이돌들은 탐라목석원에서 갑돌이와 갑순이스토리를 구성하였던 아이들인가 본데... 

 

역할이 사라져서 이곳에서는 그냥 모아놓은 돌일뿐입니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나 자기가 모시던 주인곁을 떠나온 동자석들 앞을 지납니다. 

 

주인들은 어떻게 지내시니? 

 

100여점의 옹기앞을 지납니다. 

 

자연적인 흙의 성질을 그대로 유지해 ‘공기가 통하고 숨을 쉬는 그릇’이라 칭해진다고 합니다. 

 

돌하르방을 모각한 많은 벅수들 앞으로 돌아갑니다.

 

하르방들 뒤 왼쪽으로 가면 최근 조성한 3구역으로 갑니다.

돌문화공원 3구역이 제주 4․3을 다룬 영화 ‘지슬’의 주 무대가 됐던 곳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거의 사라져버린 제주의 전통적인 초가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여

세거리집, 두거리집 등을 배치하고 비석거리도 만들어 놓고

제주만의 독특한 가족문화를 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보여주면서

옛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는 공간으로 꾸려졌다고 합니다....만....


그닥 가보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2009년 어느날 당시 탐라목석원을 운영하던 백운철 원장이 어느 매체와 인터뷰를 한 글이 생각났기 때문이지요.


"2006년 6월 화산섬 제주의 독특한 돌문화를 집대성한 제주돌문화공원이 문을 연 뒤

탐라목석원의 관람객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문을 닫게 됐다.

제주도기념물을 비롯해 소장품 6000여 점을 모두 돌문화공원에 무상 기증하겠다”라는 내용이었지요.

 

그 후 백 원장은 돌문화공원 총괄기획을 맡아 이곳에서 전권을 행사합니다만...

얼마 않있으면 제주민속촌책임자와 민속 자연사박물관책임자가

"돌문화공원과 많은 부분이 중복되어 관람객이 줄어 문을 닫는다"라는 발표를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 조성하고 있는 신화역사공원은 어떤 콘텐츠로 채워질까요?
굳이 이렇게 중복되게 일을 할 필요가 있을까?

 

 

위에 까지는 그날의 생각이었고 오늘 포스팅하면서돌문화공원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이 돌문화공원의 총사업비는 1855억원(국비 905억, 지방비 950억)입니다.

사업은 1999년부터 진행되고 있습니다.
1단계 사업은 411억원을 들여 돌박물관과 야외전시시설 등을 갖추어 2005년 마무리되고

2006년 돌문화공원이 개장되었지요.
그때부터 탐라목석원을 찾는 사람이 드물어 지기 시작하여 결국 탐라목석원이 문을 닫습니다.


돌문화공원의 2단계 사업은 2006년 시작하여 그중 1차 사업이 2011년 끝났습니다.

217억원을 들여 오백장군갤러리, 전통초가마을을 조성했고 교래곶자왈을 자연휴양림으로 만들었습니다.
 
12년 동안 총 628억원(국비 292억, 지방비 336억)을 투입되었지만 아직 많은 부분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그중 지금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2단계 2차 사업이라는 설문대할망전시관 건립입니다.

총 사업비 1227억원(국비 613억, 지방비 614억)이 투입되어

부지 8만1598㎡에 건축 연면적 3만4042㎡ 지하4층 지상1층으로

전시관과 2000석 규모의 다목적공연장, 1000석(500석 2개) 규모의 컨벤션시설을 짓겠다는 것입니다.
 
그 전시관에 탐라신화와 개국 등을 담은 탐라신화관,

선사시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제주 유물과 유적지를 집대성한 탐라역사관,

제주 고유의 전통과 생활문화를 되돌아 볼 수 있는 탐라민속관 등이 배치되고

‘전설의 통로’와 물장오리, 야외전시장(1만5000㎡) 등이 꾸며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사업은 도의회에 의해 제동이 걸렸었습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와 행정안전부의 투·융자 심사까지 통과하여 국비지원은 확정되었지만

지방비 부담이 과다하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사업내용의 중복성, 돌문화공원 경제성 타당성과

수익성에 대한 의문, 컨벤션시설 중복투자 문제가 거론 된 것이지요.

 

며칠전인 6월 18일에

작년 3월부터 세번이나 심사ㆍ상정보류된 지 네번째 만에

제주돌문화공원 2단계 2차 사업(설문대할망전시관 설립)이 18일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를 통과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부대의견이 붙어 있다고 합니다.

 설문대할망 전시관 기능 중 컨벤션과 공연장 시설은 사업계획에서 제외하도록 하라고요.
다른 중복은 다 그렇다치고 ICC제주와의 콘벤션 사업만은 중복을 않시키겠다는 것이지요.

 

백운철 총괄기획단장의 말대로 대업이 진행되겠습니다만...
문화 시설의 대형화가 꼭 좋은 것은 아닐것 같다는 생각에 머리가 혼란스러워 집니다.

 

돌하르방님들 어떻게 생각하세요.
돌하르방님들도 이렇게 모여서 각자 개성을 잃고 무리속에 하나가 되는게 좋으세요?
아니면 어느 한적한 길목에 한두개씩 세워져서 각가의 개체로 대접받는게 좋은세요?

 

졸병거느리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서 으쓱이고 있는 대장 돌 하르방 옆을 지나 2구역쪽으로 갑니다. 

 

쓸데없는 생각에 머리가 혼란스러워 지금부터는 사진만 올립니다.

 

 

 

 

 

 

 

 

 

 

 

 

 

 

 

  

 

 

 

 

 

 

 

 

 

 

 

 

 

 

 

 

 

 

 

 

 

 

 

 

 

 

 

 

 

 

 

 

 

 

 

 

 

 

 

 

 

 새우란 한장 꾹

 

그리고 의미없는 사진 몇장을 더 찍으며 돌문화공원 문을 나섭니다.

 

 

 

 

Robert Schumann Dichterliebe, Op.48 (1~8)

Wolfgang Holzmair, bariton
Imogen Cooper, pi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