如是我見 寫而不作/우리강 우리산

통영 앞 바다 4. 매물도 2

하늘타리. 2013. 2. 9. 14:24

 

매물도 장군봉 정상 

 

벤치에 몸을 틀고 앉아 말옆에 서계신 장군님을 멍하니 쳐다봅니다.

그냥 오래동안...그져 쳐다만 봅니다.
무슨 말을 걸어주겠지.
하지만 그도 내 시선을 피하고 서북쪽 바다와 하늘만을 바라봅니다.


석양에 물들어 장군도 말도 그 눈빛이 처연합니다.
장군이 군마를 타고 있는 형상이라하여 장군봉이라 한다는데

말에서는 내렸는데..

다시 말을 타야 할지

다시 말을 탄다면 누구와 어디로 달려야 할 지

그저 난감하기만 할겁니다.


바다의 한 점.

어느 섬의 꼭대기에서 주변의 기대가 도리어 부담스러운 어떤 이의 모습에 그져 안쓰러울 뿐입니다.

 

안내판을 읽고

의미없이 고개만 몇번 끄덕거려 봅니다..

 

일제말엽 이 곳에 주둔한 병사들이 접근하는 배의 방위를 읽으려고 설치했던 관측소시설의 잔해. 

 

그리고 한때 우리 해군 병사들이 주둔했었던 시설을 봅니다. 

 

다가가다 보니 지키는 이도 없고 주변 펜스는 다 쓰러져갑니다.
지금은 일반통신용 무인시스템인가 보다 하고 돌아서서 일본군이 구축했다는 포진지 중 하나의 입구로 갑니다. 

1944년 패색이 짙어가는 일본군은 이길수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한 척의 배라도 더 격침시키고,

한명의 미군병사라도 더 죽이고 옥쇄하라는 명령을 받습니다.

그 명령에 따라 통영지역부속도서는 물론,

일본 대마도까지 조망할 수 있는 이곳에,

일본본토 방위계획인 결호 작전과는 별개로

경남 진해의 당시의 일본 해군통제부로 접근하는 연합군선박을 격침할 수 있는 군사시설 공사를 시작합니다.


매물도 거주민은 당연히 전부 동원하였고 충청도광부들까지 데리고 와서 동굴을 팝니다.
독촉하고 또 독촉하였겠지요.
남자들에게는 관측소 터를 닦게하고 동굴을 뚫게하며 뒤에서 소리소리 질렀을 것이고

마을 여인네들에게는 시멘트 포대를 이고 산정상까지 올라가게 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 나쁜 놈들 하고 일본군을 욕하기에는 조금, 아주 조금 마음이 아려옵니다.


그들에게도 이 자리가 삶의 장소가 아니고 자기가 죽어야 할 장소이었거든요.
절대적 전력에서 앞서는 연합군이 상륙하면

부질없는 몇번의 저항끝에 그들 스스로의 목숨이 떠나갈 자리,

그 공사를 독촉하던,

결정권없이 결정된 것을 시행해야 하는 현장의 군인들 마음은 어떠했을까?


모두에게 다행히 동굴 공사를 거의 끝내고 포를 설치할려고 할때 일본왕의 항복으로 전쟁은 끝났습니다.
어느 만큼의 시간이 지난 뒤 이곳에 우리해군의 레이다기지가 들어섭니다.
그러다 철수했고

지금은 일반 통신용 송신탑이 남아있고 여섯개의 진지동굴 모두에는 쓰레기만 가득합니다.

 

정상에서 내려갑니다.  

 

사진속의 나  

생각나는 코미디코너,

 키컸으면... 키컸으면...


풋하고 웃으며 고개를 돌리니 등가도가 같이 웃고 있습니다. 

 

민망함에 고개를 더 돌리니 소매물도에서 부터 계속 따라온 등대도 지나있는 섬이 보입니다. 

왜 그리 따라오니?
너는 내이름 한번도 안 불러 줬잖아.
너 투구바위잖아. 신라화랑의 투구를 닮았다고 투구바위잖아.
알면서 왜 한번도 안불러주었니?
아 그랬구나 미안해.

어느날 이곳 장군봉의 장군이 떨쳐 일어날때 꼭 너를 머리에 쓰고 출정할거야. 그때 다시 보자.


다시 숲길을 걸어 고개를 넘습니다. 

 

꼭 거제도 일주하듯이 거제도 앞 섬들이 자꾸 나타납니다. 

 

매물섬 전체를 말로 볼때 말의 머리 부분입니다.
수그리고 있는 말의 머리를 굼뱅이가 와서 박치기하고 있습니다. 

바다건너 가운데 오른쪽 끝이 거제 갈곶섬입니다.

 

암능이 하나 있습니다

 

나무를 헤치고 올라가

당금마을 전망대가 있는 봉우리 넘어 대병대도. 다포도 그리고 거제 천장산과 망산을 봅니다.

망산앞 소병대도는 거제섬과 달싹 붙어 있습니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어유도와 가오도 그리고 거제 홍포항과 대포항 사이 길쭉이 나와있는 다라치가 일렬로 서있고

가오도 왼쪽에는 장사도, 소덕도, 대덕도가 횡대로 서 있습니다. 

대덕도 뒤는 죽도, 죽도와 붙어 보이는 좌측섬은 용초도, 용초도뒤는 한산도, 그 오른쪽 뒤는 거제 산방산일겁니다.
장사도 뒤는 추암도 일것이고 그뒤는 거제 노자산에서 내려오는 기슭이겠지요.

 

아님 말고요.
한려해상국립공원구역의 여러섬하고 넘어가기에는 각 섬 하나하나가 너무 다정스럽게 다가와

들의 이름을 기억해 내느라 머리에 쥐가 납니다. 

 

우뚝 솟은 암능 위에서 칼릴지브란이 되어 귀있는 섬들은 들어라하며 일설을 토합니다.
'삶은 섬이다.
삶은 고독의 대양 위에 떠 있는 섬.

믿음은 바위가 되고,

꿈은 나무로 자란다.

고독 속에 꽃이 피고,

목마른 냇물이 흐르고

오! 사람들아, 삶은 섬이다.

 

 뭍으로부터 멀어져 있고 다른 모든 섬들과도 떨어져 있는 섬이다.

 그대의 기슭을 떠나는 배가 아무리 많다 하여도

그대 해안에 기항하는 배들이 그렇게 많다 하여도

그대는 단지 외로운 섬 하나로 남아 있나니

고독의 운명 속에 헤매이면서

오, 누가 그대를 알 것인가.

 그대와 마음을 나눌 사람.

 그대를 이해해 줄 사람 과연 누가 있겠는가.'


섬들이 잘 들어준듯하여 혼자 흡족해하며 숲길로 내려 옵니다.

 

 

 

아까 대항마을 가는 길에서 올려다 본 높은 널을 만납니다. 

 

당연스럽게 올라가니 동쪽으로 무언가의 머리부분같은 바위가 보입니다. 

비록 두 봉우리 사이에 끼어 있어도 하늘로 하늘로 머리를 들려고 합니다.
응원해야죠.
힘내라 힘.


옆으로 고개를 돌려 이 섬의 넘버 투, 193미터 봉우리도 보고.. 

그런데 저 봉우리는 이름도 없습니다.

그 아래쪽 중턱에 전망대하나 세워놓고도 봉우리 이름이 없으니 당금마을 전망대라고만 합니다.


바로 밑을 보니 대항마을 포구와 마을이 보입니다.

 

 

줄여가 가익도를 향해 헤엄쳐 갑니다. 

 

같은 듯 다른, 다른 듯 같은 몇장의 사진을 더찍고

 

 

바위에서 내려와 뒤돌아 보고 오솔길을 걸어갑니다.

 

어, 달이 떠 있습니다.

 

그것도 제법 높게 떠있습니다.

 

태양빛에 가려서 나타나지 못했었는지

내가 의식을 않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미안할 만큼 아름답게 달이 떠 있습니다.

 

 아까 높은 널에서 서쪽바다에만 신경쓰는 사이
봉우리 동쪽 기슭에서는 달이 올라왔습니다.


하~ 높은 널에만 안올랐으면...

거기서 조금만 일찍 내려왔으면... 바다에서 빠져나오는 달을 볼 수 있었는데...


 그 자리에 굳어서 조금씩 떠오르는 달을 봅니다. 

 

'白蓮花 한 가지를 뉘라셔 보내신고....'
송강 정철이 동해안 어느정자에서 떠오르는 달을 보며 읊은 시 중 한구절입니다

 

 

그리고 그는 달에게 묻죠
'英雄은 어데 가며, 四仙은 긔 뉘러니, 아매나 맛나 보아 녯 긔별 뭇쟈'고 합니다.


나도 물어볼까요?
장군봉 장군은 어디갔고, 우리 일행은 지금 어디있니?


일행이 왜 궁금하냐고요?
한바퀴 돌면서 꼬돌개 오솔길에서 그린비님 일행은 마주쳐 지나갔지만 다른 일행은 본적이 없거든요.

그러니 궁금할 수 밖에요...

 

나보다 앞쪽에 있는듯 하니
가야죠...

마냥 여기 이렇게 서있을 수는 없지요.


당금마을 전망대를 거쳐 옛 매물도 분교앞 목너미해변을 거쳐 당금마을로 가는 길과

대항마을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만납니다.

또 망서립니다.
바다위로 낙조가 깔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곧 바다위로, 어느 섬위로 해가 질겁니다.
여기서 서쪽인 대항마을 쪽으로 가야 일몰을 더 잘 볼 수 있을텐데...
에이, 아까 높은 널에서 더 오래 있을 걸..그러면 월출, 일몰 모두 그럴듯 하게 보았을 것 아이가???
참으로 변덕이 죽 끓듯합니다.  

 

석양빛에 붉게 타오르는 봉우리에 끌려 당금마을 전망대 쪽으로 갑니다.

저 봉우리에 빨리 올라가서 일몰을 봐야지....

 

그런데 무너진 집터에 필이 꽂혀서 발걸음을 멈춥니다.

삶이 있어야 할 자리에 그 흔적만이 남아 있는 것이 왜 이리 먹먹한지...

 

실타래처럼 이어지는 상념을 끊고 봉우리로 뛰어 올라갑니다.
그리고 뒤돌자 마자 거친 숨 참으며 흔들리는 손으로 한장 꾹!

 

그리고 또 한장

 

그리고 이제는 차분해 진 마음으로 나름 숨을 고르고 한장 또 한장

 

 

 

 

 

당겨보고 밀어보고 한장 또 한장...

 

 

 

해가 바다속으로 들어가려 합니다.


동쪽 바다는 어떤가 궁금하여 잠시 방향을 돌려 보았습니다.

 

어디서 무슨 일 있냐고 나한테 묻습니다.


다시 방향을 돌려 스러져가고 있는 노을을 봅니다.

그 따뜻한 여운에 푹 빠져있습니다.


조병화가 이야기 합니다
'해는 온종일 스스로의 열로
온 하늘을 피빛으로 물들여 놓고
스스로 그속으로
스스로를 묻어간다.

 

아, 외롭다는 건
노을처럼 황홀한게 아닌가?'

 

나와는 관계없는 이야기...
해는 내일 또 다시 떠오릅니다. 결국 노을은 내일의 또다른 일출을 위한 배려일겁니다.

하지만 나의 노을은 지면 그만이지요. 황홀함이 덧없으니 외롭지말자!!.

그런데 왜 요새는 누군가와 이야기하다가도 그렇고 여럿사이에 둘러쌓여 있을때도 문득 외로워지나?

황혼이 다가오는건가??

 

노을이 지고 아직 땅거미는 내리지 않은 오솔길을 걷습니다.

없어진, 아니 거의 안쓰이는 옛말 하나가 생각났습니다.
지금 이 무렵을 설핏하다 하고, 특히 해가 막넘어간 때를 해설피라고 합니다.


그래서 나온 노래가 정지용의 '향수'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미륵산 신선대에 가면 이 노래가 자주 들립니다.
2010년인가?

 그곳에 정지용이 통영을 방문해 미륵산에서 한산도 앞바다를 바라본 감상 등을 기행문 형식으로 작성한 여섯작품 중

통영5의 일부를 각한 정지용 문학비를 세웠지요.
정지용은 글 첫머리에 '통영과 한산도 일대의 풍경 자연미를 나는 문필로 묘사할 능력이 없다''하면서도

그 앞바다를 '만중운산 속의 천고절미한 호수'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나는 정지용의 발끝은 커녕 그 지근에 접근도 못할 글재주를 가졌음에도

부끄러움 모르고 통영앞바다를 이야기합니다.

Pardonne Moi


뒤를 돌아보니 노을이 동쪽하늘로 번져갑니다.

 

 

코너를 돌아드니 달이 반깁니다.

 

저녁바다 저 먼곳에 떠있는 배에서는 밤을 준비하는 불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합니다.

'아는지요?
석양이 훌쩍 뒷모습을 보이고
그대가 슬며시 손을 잡아 왔을때
조그만 범선이라도 타고 끝없이 가고 싶었던
내마음을...

 

당신이 있었기에 평범한 모든 것도
빛나 보였던 그 저녁바다
저물기 때문에 안타까운 것이
석양만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지요?


발길을 돌려야 하는 우리 사랑이
우리가 다시 세상 속으로 돌아와야 하는 그것이
내 가장 참담한 절망이었다는 것을...

 

저무는 해는 다시 떠오르면 그만이지만
우리가 다시 그 것을 찾게 될 날이 있을까.
서로의 아픔을 딛고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정하의 '그 저녁바다'입니다.

 

뒤따라오는 노을

 

앞쪽에는 달

 

 

하늘의 달

 

바다의 달

 

그리고 달의 바다.

 

발전소가 있는 해금강전망대는 멍하니 있다가 모든 색을 빼앗겼습니다.

 

아직도 노을을 놓지 않고 있는 바다

 

 

 

 

텅빈 전망대 위에 텅빈 충만

 

텅빈 가슴

노래 한곡...

 

'텅빈방안에 누워

이생각 저런 생각에

기나긴 한숨 담배연기

또하루가 지나고

 

하나 되는게없고

사랑도 떠나가버리고

술잔에 비친 저 하늘의 달과

한잔주거니 받거니

이밤이가는구나

 

오늘밤 바라본

저달이 너무 처량해

너도나처럼 외로운

텅빈가슴안고 사는구나...'

 

색을 빼앗긴 이에게 왼쪽 바다 노을을 넣어주고..

 

무채색의 풍경에...

 

달을 넣어 줍니다.

 

그리고 다시 달

 

해가 꾸는 꿈, 달

다시 노래 하나.

이승철인지 이승환인지...

 

'밤이와도 꿈은 남겠지 하지만 해가뜨면 달은 바람처럼 져가겠지
밤이새면 꿈은 사라져 가겠지 해가뜨면 달이 저무는 것처럼
영원히 이루어질수 없는 우리의 꿈
달은 해가 꾸는 꿈...'

 

목너미 해변 뒤에서 iso감도를 높여 한장 찍어 봤습니다.

본적 없는 풍경이 튀어나오니 너무 너무 생소하네요.

 

옛 학교로 왔습니다.

 

후래쉬 번쩍거려 안내조형물울 찍습니다.

 

십자가에 불이 안들어온 교회

그렇게 민박집으로 들어섭니다.


시간이 여섯시 반,

당연히 저녁은 끝날을 것이니 잠시 씻고 구판장에 내려가봐야지 하며 들어섰는데

아직 저녁상이 물려지지 않았습니다.
바이칼님이 이식탁 저식탁에서 남은 반찬을 모아옵니다.
독상 차지하고 앉아 점심보다 더 맛있게 한끼를 해결했습니다.

고마운 마음이 맛있는 반찬이 된거지요.

 

문득 무주 갔을때...

우야다 점심을 놓쳤죠.

아직 내려오지 않은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꽤 오래 주차장에 햇살바람님과 멍하니 서로 보고만 있다가

햇살바람총무님이 점심대용으로 사준 정,,초코파이

과자도 목이메이고 고마움에 목이메이고...

더블 메이고...

 

저녁을 먹고 신정일선생님을 중심으로 둘러 앉습니다.
통상 그러지 않는데 이상하게 정치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선거 뒤끝이라 그동안 속에 눌러두었던 이야기들이 새어 나온겁니다만...
결국 의견이 서로 다르다라는 것만 알게된 씁쓸함 속에 이야기가 끝납니다.
예, 서로 다르지만 서로 틀린것은 아니지요.
얼굴도 몸집도 생활여건도 모두 다른 사람들이 그 속에 담긴 생각만 같다면 그게 이상한 일이지요.
다르니까 다름속에 조화와 최선이 필요한것이지요.


이어진 고마운 뒤풀이로 밤이 찾아 옵니다.

 

통상 잠자리에서는 둔감한데 참으로 일찍 잠이 깨었습니다.
씻고 입고 그리고 멍하니 꽤나 오랫동안 앉아 있습니다.

누군가가 부스럭거리며 일어나 옷을 차려 입습니다.
그리고 나한테 지금 나갈거냐고 묻습니다.
지금 시간 다섯시 조금 넘었는데...아니라고 대답했더니 혼자 밖으로 나갑니다.


오지랖넓게 갑자기 걱정이 됩니다.
처음 참여한 회원인데
여기 지리도 모를테고 이 어둠속에서 어디를 간다고 나섰지...
신발끈 질끈 메고 찾아 나섭니다.

 

혹시 새벽기도를 갔나 하고 교회로 갑니다.

 

신자가 한명도 없는 교회고 사역자도 없는 곳이라는데....

 

교회를 둘러보고 학교로 갑니다.

 

43년간의 학교라고 쓰인 안내판을 찍고 들어섭니다.

학교 운동장을 왔다 갔다하는 이를 만납니다.
다시 들어가기는 그렇고...

이왕 나왔으니 해뜨기 전 여명을 보러가자고 당금마을 전망대로 같이 올라 갑니다.

 

달이 지고 있습니다.

 

어제 저녁 해가 지난간 길로 해를 찾아 달이 내려갑니다.

 

바람이 차게 느껴져 자리를 옮깁니다.

 

동쪽 바다 먼곳, 어둠이 짙게 깔린 바다 너머로 그 어둠을 밀어내며 여명이 번지기 시작합니다.

 

인도의 극작가 카리다사가 여명에게 인사를 하라고 했습니다.
공손히 인사합니다.


이런 인사가 아니라네요.
카리다사는 이야기 합니다.


'어제는 꿈에 지나지 않고
내일은 환상에 불과하다.
하지만 충실히 보낸 오늘은
어제의 행복한 꿈이며 내일의 희망찬 기대이다.


오늘을 인식하라.
그것이 여명黎明에 대한 인사이다.'

 

 

북쪽은 아직 어둡습니다.

 

 

눈은 바다에 두고 발은... 회원들이 해를 맞이 할 해금강전망대로 위치를 옮깁니다.

 

 

 

 

 

해금강전망대로 올라가는 회원님들을 만나고 그 뒤를 따라 나도 한구석에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얼마간의 기다림 뒤에 해가 뜹니다.

 

 

 

 

 

 

 

 

 

 

 

 

이글거리는 해에게서 이제 눈을 돌립니다.

 

그리고 혹시 해금강을 찾을 수 있을까 두리번 거리다

결국 거제 갈곶섬 북쪽 사자바위는 찾지를 못했습니다.

보이니까 해금강전망대라 했을텐데

대병대도 넘어로 갈곶섬은 보인다치고

그 북쪽 사자바위가 여기서 볼 수 있을까?

 

분명 아침에는 일출을 보러 왔습니다.
일출을 보았으면 만족해야 하는데 또 다른 핑게거리로 속을 끓입니다.


소유와 존재에 대한 혼란된 욕심때문일겁니다.
에리히프롬이 마르크스의 영향을 받아 소유냐, 존재냐. 라는 2분법적 질문을 우리에게 했지만

이것이 허망한 질문인게...

 마시지 않는 비싼 양주, 입지 않는 고급 브랜드 의상 이런것들은 내 소유물이기는 해도 나에게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내가 보아 내 지각과 감각 그 어딘가의 서랍속에 담을 수 있는 풍경들은

그것은 내 소유는 아니지만 나에게 존재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소유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해서도 욕심을 내는 것일겁니다.


여행은 터는 것인데 나는 모으고 있습니다.
언젠가 어느날 어느 계제에 나도 털면서 다닐 수 있을 겁니다.

 

이제는 한층 차분해진 해에게로 다시 눈을 돌립니다만...

 

 

바라볼수록 내눈은 어두워 집니다.

 

해금강 방향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새로운 아침을 맞는 학교, 교회 그리고 마을과

 

매물도 말꼬리부분 설핑이치와 그 건너 소매물도에게 함께 안녕을 이야기 합니다.

 

무언가 두고온 듯한 아쉬움에 뒤돌아 보고

 

또 돌아보고

 

눈으로 볼수 있는 태양을 다시 한번 보고..

바로 옆을 지나면서 24시간 섬에 전기를 공급하는 내연발전소 사진은 안찍었군요.
시끄러워서 고개를 돌리고 오느라 그랬나 봅니다.

 

섬에서 유일하게 사람이 북적이는 곳
보건진료소

오늘은 일요일이라고 쉰답니다.
그러면서도 그 아래에 휴대전화번호를 적어두었습니다.

 

민박집에서 짐을 꾸려 나서면서 포구를 내려다 봅니다.


어제 포구에 내리며 돌아본 그 시점에서 지금까지 배 위치의 변동이 하나도 없습니다.

 

잘있어요.  바다를 품은 여인이여

그 안내판에 쓰인 글처럼 그렇게 바라보고, 그렇게 품다가 다시 만나요.


'바라본다
떠나간 이들을 바라보고 
그들이 돌아올 바다를 바라본다
함께할 섬의 내일을 바라본다

 

품는다
섬의 생명을 품고
섬을 찾는 생명을 품는다
새 생명 가득한 섬의 내일을 품는다

 

여인은 그렇게
매물도의 바다를
품는다.'

 

배에 오릅니다.

 

양쪽 등대와 바위섬이 영송병으로 도열해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두형제와 악수를 나눕니다. 

 

형태를 바꿔가는 두 섬을 봅니다.

 

일렁이는 물결 위에서  섬들의 환송을 받습니다.

 

그리고 매물도에 대해 느낀 가장 적합한 표현을 찾아봅니다.

 

아꼽다.
아 그래 이게 딱 맞는 표현이겠다.

 

아꼽다.

표준어에 없는 표현이지요.

제주어입니다만 통상 예쁘고 귀엽다, 사랑스럽다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그것과는 조금 차이가 있는 표현입니다.
내가 너무 너무 좋아해서 자랑은 하고 싶지만 또 한편으로는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심정이라고 할까요.
사람이던 사물이던 나에게만 영원히 속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할까요??

 

어떤면으로는 알려져 많은 사람이 찾아와 매물도의 원형을 잃어버릴까 걱정이 되고

 

어떤면에서는 아무도 매물도의 진면목을 모른다는게 너무 아쉽습니다.

 

뒤돌아 봅니다.
매물도와 소매물도

계속 내 뒤에 있었는데 나는 다른 곳만 보았군요.


안녕. 다시 만나요.
그 때는 내 이야기 말고 내 안에 있는 이야기를 서로 나눠요.

Kimiko Itoh의 Song for You 외 몇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