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백석이 쓴 시구절에...
"바람 맛도 짭짤한 물맛도 짭짤한
전복에 해삼에 도미 가재미의 생선이 좋고
파래에 아개미에 호루기의 젓갈이 좋고
새벽녘의 거리엔 쾅쾅 북이 울고
밤새껏 바다에선 뿡뿡 배가 울고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
지난 밤 늦게 도착하여
새벽에 찾은
서호시장에 기대어 있는 원조 시락국이라는 식당입니다.
시래기국에 미꾸라지를 넣으면 추어탕이 되지요.
그리고 소뼈로 고아 끓이면 소뼈해장국이 됩니다.
이 곳 서호시장에 기대어 있는 많은 시락국집의 시래기국들은
장어를 오랜 시간들여 고아 낸 육수로 끓인 것이랍니다.
시래기가 푹삶겨져 있는 국을 받으면 부추, 김, 산초, 정구지, 다진청양고추 중 취향에 맞는 것을 적당히 넣어야 하는데
그냥 생각없이 이것저것 많이 넣어 맛을 버렸네요.
오호 통재라. 애재라.
하여간 잠설쳐 깔깔한 입맛과 찬바람 심하게 부는 새벽에 먹기에는 아주 좋은 총무단의 탁월한 선택이었지요.
시간이 제법 남아서 서호시장을 둘러 봅니다.
서호시장은 새터 시장이라고도 부릅니다.
서호만 바다를 매립하고부터 새로 생긴 터에 시장이 생겼다는 이야기지요.
새벽시장, 통상 사람이 사는 냄새가 난다 하는데
나에게는 산다는 것의 어려움, 그것을 극명하게 보여 줄 뿐입니다.
여객터미널로 들어갑니다.
벽면 판넬에 걸려 있는 그림입니다.
소매물도 등대섬
우리의 첫번째 도착예정지점
사량도
섬에 우뚝 솟은 산줄기를 따라 걸으면 구름 위를 떠다니고 있는 기분이 드는 지리망산이 있는 섬이지요.
작년 8월경 갔을때 옥녀봉에 구름다리를 놓는다고 정상을 못가게 하던데 공사는 다 끝났나요?
오늘의 여정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으니 나중에 확인해 보아야 겠습니다.
오늘 우리는 엔젤3호의 취항노선을 따라
한산면에 속한 한산도의 부속도서 중에서 대소매물도와 비진도를 갑니다.
통영 앞바다는 통상 250여개(작게 나누면 4~500여개)의 유·무인도를 품에 안고 있다고 하지요.
그중 40여개 섬에 사람이 삽니다.
그곳중에서 무인도 몇곳을 포함 스물몃곳은 다녀오지 않았나 싶네요.
어딘가를 갔다올때 인상깊었다거나 아니면 무언가 미진할때 항상 다시오마고 마음속으로 다짐을 합니다. 만...
시간의 제약이 있고 또 다른 안가본 곳도 많으니 자신의 계획으로는 가지 않았던 곳을 찾아가게 됩니다.
두,세달에 한번 정도 참가하는 우리땅걷기는 나에게는 휴식입니다.
그곳이 어디든 베스트드라이버에게 운전대를 맡기고 그저 무심한 마음으로 여유를 만끽하는 드라이브처럼
신정일선생님의 푸근한 안내와 총무단의 사려깊은 숙식선정에 모든 것을 맡기고
그저 눈과 마음만 즐겁게 따라다니면 되거든요.
그러니 그덕분에 언젠가 지나갔던 길도 더욱 따뜻한 마음으로 다시 찾을 수 있는 것이지요.
배를 탑니다.
내항지역을 빠져나온 배가 기분좋게 좌우로 흔들립니다.
먼 동쪽 하늘에 여명의 기운이 보입니다.
해상에서 또는 섬위에서 하늘로 오르는 해를 볼수 있을 듯 합니다.
조금씩 더해가는 흔들림속에서 갑판 난간에 기대어 해뜨기를 기다리면서
이쪽 저쪽 하늘을, 바다를, 섬을 봅니다.
"수평선 너머
허공에 둥실 뜬 집 한 채
별 서넛 내려와 불 밝힌 곳
아늑하여라
아득하여라
망끝에서 되살아나는
머물고 싶은 시간의 시선
말끄러미 쳐다보며
어서 오라네
내 명치 끝에 곱게 새겨둔 이름
혹시!
거기 있나요"
정현종시인이 아니고 이금주시인의 그섬에 가고 싶다입니다.
망끝은 보길도 서쪽 전망대를 말하는 것일겝니다.
섬을 보면서,
섬으로 가면서 그섬에 가고싶다고 읊조리다 보니
"그대가 옆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라고 이야기하는 류시화시인이 생각납니다.
평이하고 정갈한 시어와 난해하지 않은 비유를 통한 대중적 소구력 때문에
한때 이 시인을 시인으로 생각조차하지 않은 적이 있습니다.
세월이 갈수록......
이렇게 쉽게 말할 수 있다는 것,
난해와 난삽의 겉멋을 버리고 이렇듯 추상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정서를 빚어낼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노력의 산물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시인 자신도 "해탈은 멀고 허무는 가까웠지만 후회는 없었다."고 노래했는지 모르지요.
".....
내안에 있는 이여
내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바다위를 떠가는 배갑판위에서 사람과 사람을 생각합니다.
저섬이 멀리 희미하게 보이다가 다가가야만 그 모습을 보여주고,
이쪽에서 보는 모습과 저쪽에서 보는 모습이 다르듯이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또한 다가가지 않으면 알수가 없지요.
그것도 어느방향으로 다가가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일면만을 알수 있을 뿐입니다.
같은 바다인데도 내가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그 물색이 다릅니다.
바다위 아주 작은 선을 통해 그것도 지나가면 흔적조차 남지 않는 뱃길을 가면서 감히 바다를 이렇다 저렇다 평합니다.
그렇다 치고 여명이 사라졌습니다.
어딘가 구름속으로 해가 들어갔나 봅니다.
미련을 못버리고 난간에 기대어 있습니다.
비진도 내항을 들릅니다.
다시 돌아나오고
갯바위 낚시꾼들
정말 부지런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게 낚시더군요.
감성돔을 잡으러 왔겠지요.
그 짜릿한 손맛을 충분히 느끼시길 바랄게요.
비진도의 부속섬 충복도앞을 돌아 비진도 외항으로 들어갑니다.
느닷없이 해가 떴습니다.
안섬과 바깥섬을 연결하는 사구의 바깥섬 들머리위로 해가 떠오릅니다.
그 아래 보이는 구름이 손잡는 것을 뿌리친 해가 드디어 올라왔습니다.
땡큐 썬!
다시 배가 돌아나갑니다.
소지도방향으로 가다 몸을 틀어
상투바위로 향하자 사라졌던 해가 다시 바다위로 보입니다.
흔들리는 뱃전이라 카메라를 꽉잡지 못하여 햇님 얼굴이 약간 번져 있습니다.
보여줘도 그 모습 그대로를 만끽하지 못하니 미안할 따름이지요.
대매물도 위로 해가 움직였습니다.
고개를 돌리니 소지도가 또 다를 모습으로 나를 바라봅니다.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이라는 소지도의 유혹을 견디기가 참 어렵습니다.
다시 고개를 돌려 구름 속 해를 불러내고...
대매물도 옆 가익도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그리고 물의 높이에 따라 다섯개로, 여섯개로, 일곱개로 바뀝니다.
매물도의 오륙도인 것이지요.
해와 같은 방향으로 먼 섬을 봅니다.
그리고 다시 해가 뜨는 방향을 봅니다.
막상 빛의 근원은 해가 있는곳인데 그 방향은 어둡다는 아이러니...
가익도 오른쪽 아련하게 등가도의 모습이 보이시나요?
왼쪽에 위치힌 매물도의 부속섬 어유도를 포함 대매물도의 전경이 보입니다.
대매물도
소매물도
눈앞으로 다가온 가익도
몇개인가 세어보시고 이따 소매물도 망태봉이나 대매물도 장군봉에서 세어보세요.
갯수가 다를 겁니다.
가익도 오른쪽으로 소매물도가 나타납니다.
해금도라 불리우던 등대섬의 등대도 보이네요.
소매물도와 그 앞 독바위를 지나 선창으로 들어갑니다.
팬션이 꽤 많이 늘었습니다.
1986년도 인가 쿠크다스광고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다가
최근 몇개의 방송을 연이어 타면서 갑자기 방문객이 늘었답니다.
부나비가 불을 찾아들듯이 돈될만한 곳에 자본이 들어옵니다.
그렇게 팬션은 많이 늘었습니다만....
지역에는 돈이 않도는지 이런저런 이유로 주민은 많이 줄어 빈집이 점점 늘어납니다.
오늘은 좋은 면만 보세요.
소매물도에서 배에서 내립니다.
한려해상국립공원 소매물도
특히 매물도 망태봉정상에서 보는 등대섬은 2006년도에 국가지정문화재인 명승으로 지정되어 있기도 합니다.
명승 13호(?)
천혜의 자영환경을 간직한
머물수록 좋은 매물도에 도착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Ernesto Cortazar, Sicilian Rom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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