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물도를 출발해 매물도로 갑니다.
방파제를 벋어나자 마자 매물도가 한눈에 들어옵니다만...
배는 일단 머리를 보다 깊은 바다쪽으로 돌립니다.
배 오른쪽으로 등가도를 보여주고 배 왼쪽으로 가익도를 보여 줍니다
그 옆으로 대덕도가 보입니다.
그럼 가운데 어렴풋이 나타는 섬은 죽도이겠습니다.
매물도는 유인도만을 생각할 때 죽도, 가오도, 장사도, 대덕도, 소매물도와 함께 매죽리라는 행정구역을 이루고 있습니다.
가왕도라고도 하는 가오리닮은 섬 가오도가 보이고 그 뒤쪽으로 거제 망산이 보입니다.
망산뒤 저구항에서도 이곳 매물도를 오가는 배가 다닙니다.
벽파수로라고 하여 거제 저구항을 출발해 장사도, 대,소 병대도, 가오도, 대,소 매물도, 등대섬으로 이어지는 해안선을
2시간 조금 않되게 둘러보게 해주는 유람선도 있습니다 .
등대섬이 숨어버린 소매물도
매물도 선창의 빨간 항로표지등대가 보입니다.
빨간 등대를 오른쪽으로 하얀 등대를 왼쪽으로 하여 부두에 진입하기 위해
앞으로 더 조금 더 나가서 몸을 틀겠지요.
빨간 등대 그 왼쪽으로 바로 옆에 있는 듯 보이는 섬들은 거제 대병대도의 섬들입니다.
참 섬이 많지요. 큰섬, 작은섬, 촛대섬, 고동섬, 붉은 바위섬, 애섬 등 등
카메라를 조금 왼쪽으로 돌려볼까요
맨 오른쪽이 애섬이고, 그 옆이 큰섬,
큰섬과 붙어보이며 조금 앞부분에 삐죽한게 작은 섬,
그 왼쪽 조금 떨어진게 붉은 바위섬, 그리고 그옆은 천장산 기슭 거제 여차항일겁니다
그럼 맨 왼쪽 놈은...
매물도의 부속섬 물고기 놀이터라는 어유도입니다.
어유도를 보면서 방향을 오른쪽 90도 가까이 틀어서 매물도 선창으로 들어갑니다.
얘는 누구?
어유도 앞 이름 모르는 36미터짜리 바위섬입니다.
덩치는 작아도 북쪽 된바람 매섭게 몰아칠때
어유도와 힘을 합쳐 포구안으로 들어가는 바람을 막아주는 고마운 바위입니다.
그래서 언제나 힘을쓰다보니 저렇게 쪼그리고 앉아 인상 쓰는 모습으로 굳어 있습니다.
매물도 당금마을 포구로 들어갑니다.
산기슭에 기대어 옹기종기 집들이 모여 있습니다.
당나라 비단처럼 아름다운 마을이라고 해서 당금마을인데 그 의견에 동감하시나요?
마을 자체일수도 있고,
마을이 포함된 섬전체의 모습이거나 마을에서 바라보는 주변 풍광이 그렇게 아름다웠겠지요.
당나라 비단이라는 말에 그리 구애받지 마세요.
우리 옛말에 아주 귀하고 또 귀하게 키우는 아이를 당금아기라고 하니까요.
그래도 동감하지 않으시면 금광이 있는 마을이라서 당금마을이라고 이해 하셔도 되요.
원래 중국의 비단처럼 자연경관이 수려하다고 하여 비단금을 쓰다가
후에 금광이 시굴되자 금자를 쇠금으로 고쳤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만
그 금광이 언제 어디서 발견되어 누가 시굴했는지는 아무도 몰라요.
뒤돌아 포구앞을 지켜주어 여울을 막아주고 있는 두 형제에게 고맙다하고 배에서 내립니다.
대나무 가지를 높게 세운 배가 보이네요.
소박하게 나마 대나무 가지를 세움으로 풍어와 만선을 빌고 악귀의 침입을 막아 무사귀환을 바라는 마음이 가슴을 울립니다.
포구에 내렸습니다.
몇개의 간판들...당금안내소, 당금구판장, 물이 귀한 곳 그리고 보리동나무
보리동 나무
무슨 뜻에서 보리동 나무라는 간판을 만들었을까요?
보리동 나무라고 하면 우리가 통상 보리수라고 하는 나무 중 왕보리수를 그렇게 부르지요.
사실 우리나라 보리수는 부처님이 해탈한 인도의 보리수나무와는 다릅니다만
한글이름이 같으니까 불교와 연관있다 생각하고 절간정원에 많이 심지요.
아 그것도 조금 다르구나. 절간에 심는 것은 보리수가 아닌 피나무 계통의 염주나무를 심고 보리수라고 하지요.
간혹 보리수를 심는 곳에는 뜰보리수를 심는데 이 아이는 6월경에 열매가 익고,
보리동나무 등 야산에 나는 것들은 9월에 열매가 익고,
제주도에서 볼래낭이라하는 상록성의 보리장나무는 열매가 4월 부터 익지요.
왜 열매가 언제익는가를 이야기 하냐고요?
열매를 따서 먹으면 단맛이 나거든요. 달달한 기억이 먼저 생각나니까요..
사실 열매는 달고도 떫어요. 그것보다 열매를 먹어보면 그속에 보리알 모양의 씨가 들어 있어요.
이래서 보리수라고 하는구나하고 알게되지요.
또 누군가는 보리가 익을 무렵에 꽃이 피거나 열매가 익는다고 하여 보리수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보리수열매는 열매와 잎, 줄기, 뿌리를 모두 약으로 씁니다.
열매는 옛날부터 기침, 가래, 천식을 치료하고 설사를 멎게 하는 데 특효가 있는 것으로 이름이 높았고,
잎이나 잔가지는 설사를 멎게 하거나 피나는 것을 멈추는 데 썼지요.
그리고 꽃에는 정유성분이 있고 은은한 향기가 있어서 차로 달여 마시거나 향료를 만드는 데 썼다고 합니다.
보리동나무가 이 섬에 있다는 건지...
다른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 섬에 보리동나무가 많이 있으면 참 좋을 텐데....
꽃도 열매도 아름답지만 냄새가 정말 좋아요.
냄새만 맡으면 어디선가 금목서 은목서가 가득 피어있는 것 같은 아련함을 줍니다.
근데요...
거제, 통영사람들은 보리동이라 부르지 않고 뽈똥이라 부르거든요.
내가 생각한 보리동나무가 아닌가 봅니다.
문득 같은 통영의 연대도가 생각납니다.
뽈똥 즉 보리동나무가 아주 많았거든요,
봄에는 갯방풍이 그리 좋았구요.
그런데 어느날 무슨 둘레길 공사를 한다고 산 기슭으로 공사를 하고,
탄소제로섬을 만들기 위한 태양광공사를 한다고 다 들쑤시던데 어떻게 지금은 정비가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섬마을에 요새는 그 자체의 생업으로 살기힘드니 관광객을 불러 모읍니다.
투자를 해야 돈이 들어온다고 행정과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지원을 받아 개발을 합니다.
그런데 그 결과는 개발하기전만 못한거지요.
이곳에만 있는 모습을 보러 온거지 개발된 여기저기 비슷한 모습을 보러온게 아니거든요.
이곳 매물도는 생활편의시설외에는 변하지 않았기를 바라며 안내판 쪽으로 다가갑니다.
안내도와 생활거리 안내판을 읽고 부두한쪽에 설치된 조형물쪽으로 가는데...
어 주변에 아무도 없어요.
부랴부랴 뒤꽁무니를 쫒아 갑니다.
숙소가 어딘지는 알아야 하니까요...
뒷꽁무니를 잡아 따라가며 둘레둘레 고개를 돌려 시간이 멈춰있는 텅 빈 길을 봅니다.
지정된 민박집에 짐을 풀고 맛있는 점심을 먹은 후
섬을 한바퀴돌기로 해서 회원모두 만나기로한 시간 1시 20분
숙소 밖에 나와 주변을 둘러 봅니다.
맨 왼쪽이 대덕도, 소덕도 그리고 장사도라고 보면 그 뒤 봉우리는 한산도 아니면 한산도와 붙어있는 추암도 겠구나...
아니면 말고...
맞으면 오른쪽은 거제도이겠지
그런데 이 앞의 시설물 지붕은 왜 빵꾸를 내었을까?
돌미역이나 무언가를 말리는 시설인듯 한데 그럼 투명아크릴같은거라도 씌워야지 말리는 무언가가 비 맞지 않을까?
쓸데없는 걱정에 내 혼자 우스워서 눈을 옮깁니다.
그리고 또 사진 오른쪽 에 혼자 앉아 있는 저여인의 이름은 무얼까?
그 옆에 탑과 같은 조형물의 의미는 무얼까?
또 한번 피식....
여행의 기본은 무애. 일탈을 말하는게 아니고 구분을 없에자는 거지요.
세상과 나를 구별하는 생각을 정식情識이라 합니다.
살다보면 이런저런 이유로 나와 남, 나와 사회, 나와 사물 이렇게 모든 것을 구별하게되니
여행때 만이라도 보는 그대로를 받아들이자.
즉 마찰을 버리고 정신적으로 고요하고 평화로운 상태를 찾아가자는 건데 난 왜 이리 궁금한게 많으냐?
펑소 머리를 쓰지않으니 여행때만이라도 굴려보려고 하는가 봅니다.
그런데 회원들이 오질 않습니다.
다섯명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하다 어 벌써 다 갔나보다...우리가 늦게 나왔나...
그린비님 앞장세워 우리도 출발합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더 위에 모여 있었는데 우리만 밑에 있었지요. 게다가 우리는 반대로 출발합니다.
하여간 그 때는 즐겁게 룰루랄라
그렇게 마을길을 지나 등산로입구에 왔습니다.
머리와 엉덩이가 큰 아이가 앞장서 갑니다.
그 아이옆에서 내려다본 당금마을 포구
또다른 여객선이 들어와 있습니다.
가익도가 보이네요.
주민들이 삼여도라 부르는 것을 보면 지금의 저 모습이 스탠더드인듯합니다.
그뒤로는 소지도 일테고...
풋 하고 갑자기 웃음이 나옵니다.
티브이속의 어느 광고가 생각나서입니다.
아름다운 저 섬 소지도에서 엄누군가가 사이다를 들고 있습니다.
그뒤로 떠오르는 글
'우리가 지켜야할 맑고 깨끗함.
무슨 사이다.'
초종용도 만나고 팔색조도 만나고 영상은 아름답습니다만
정수 처리한 물에 레몬라임향·설탕·구연산 등을 혼합한 뒤 탄산가스를 넣고 급속 밀봉해 생산한
레몬라임 음료가 무어 그리 지켜야 할 만큼 맑고 깨끗할 일 있겠습니까?
콜라보다 칼로리가 더 높다는데요.
사이다는 원래 사과를 발효시켜 만든 알코올성 음료를 말합니다.
그래서 사이다라는 이름은 일본말로 사과술이라는 거지요. 서양에서는 레몬라임 드링크라고 부릅니다.
사실 우리가 사는 이세상이 그 본질 보다는 이미지이지요.
이미지도 원래는 본질을 자연스럽게 반영했던 것인데 영악한 인간들이 이미지를 조작또는 생산해 냅니다.
그래서 나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그 이미지조작에 몰두하면서 타인의 이미지조작에 속아버립니다.
이미지는 현실이 아니라 환상입니다. 실체가 아니라 허구이지요.
그런 속을 알면서도 그 사회구조속을 벋어나지 못하는게 답답합니다만...
그래서 여행을 떠납니다.
왜냐하면 여행이라는 것은 그 자체가 어떤 뚜렷한 본질이나 이미지를 내재하고 있는 행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잉여의 시간속 활동이지요.
그 시간이 주어졌을 수도, 일부러 마련했을 수도 있습니다만
마음속 답답함을 떨구기 위해, 또는 머리속을 비우기 위해, 또는 무언가를 꽉채우기 위해 그렇게 길을 떠납니다.
자연은 이미지조작을 하지 않지요.
파헤쳐지면 파헤쳐진데로, 분칠이 되었으면 분칠된 데로 그 모습을 보여주면서 우리에게 그 판단을 위임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야기합니다.
어디가 좋더라. 어디가 더 좋더라.
엄밀히 말하면 어디가 좋고 어디가 더 좋은 게 아니고 그 당시 내마음의 투영된 모습을 내가 그리 느낀 거지만..
그렇게 아무 조작도 없는 자연에게서 느낀 그 느낌이 소중한 겁니다.
소지도 뒤로 통영바다에 피어난 아름다운 연꽃 연화도와 그 오른쪽으로 우도가 보입니다.
그럼 연화도뒤에는 욕지도가 있겟네요.
욕지도는 화엄경의 ‘약인욕료지若人欲了知'에서 따 온 말이라 합니다.
알고자 한다는 이야기지요.
80화엄경의 若人欲了知 三世一切佛 應觀法界性 一切唯心造
또는 60화엄경의 若人欲了知 三世一切佛 應當如是觀 心造諸如來이 그 원전이라고 하는데
그보다는 '欲知蓮華藏頭尾問世尊 연화장에 대해 알고자 하거든
세존에게 그 처음과 끝을 여쭤보라'가 차라리 원전에 더 적합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 글에 나오는 모든 섬 욕지도, 연화도, 두미도, 문도, 세존도가 이 바다에 모두 떠 있습니다.
나는 알고자 하는 것은 많지만 그렇게 거창하게 삼세의 모든부처를 알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연화장세계를 알고자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단순한 세상이치나 조금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 뿐인데 그게 그리 어렵네요.
'사랑하면 알게되고 알게되면 보인다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고
유홍종이 자기 선조의 글을 각색하여 처음에는 자기말처럼 하기도 했지만...
사랑하면 알게된다. 알게되면 보인다....이 말 모두 공허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은 나나 너나 보고싶은 것만을 보고 기억하고 싶은 것만을 기억합니다.
연화도를 보면서 그 뒤편 욕지도 생각을 하니 연화도가 삐진것 같습니다.
그래 연화야 빠른 시간안에 용머리해안으로 가는 돼지목협곡 구름다리 넘으러 한번 갈게...
하지만 연화봉 정상 아미타대불도 그렇고
보덕암 해수관음상도 그렇고
연화사 진신사리탑도 그렇고
그 모든게 나한테는 너무 위압적으로 느껴져 자꾸 망설여지는구나.
왼쪽 끝부분으로 보이는 섬은 벼락맞은 섬, 크고 작은 벼락도가 있는 좌사리제도
아 그러고 보니 좌시리도 남쪽으로도 등대섬이 있구나
그곳 등대는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빛을 형상화하여 상부를 성화대 모양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여기가 매물도 맞나?
이렇게 멀리까지 보이나...
더 위로 올라가 봅니다.
일단 어유도를 보고 여기가 매물도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다시 바다를 봅니다.
왼쪽 우도와 오른 쪽 대부지도 사이로 깃대봉이 있는 상 하 노대도가 보입니다.
그러면 그 뒤는 남해군 미조만이라는 거지요.
눈이 호강합니다.
문어아저씨
화창한 봄날에 코끼리 아저씨가
가랑잎 타고서 태평양 건너 갈적에
고래 아가씨,
코끼리 아저씨 보고
첫눈에 반해 둘이 살짝 윙크 했대요
당신은 육지 멋쟁이
나는 바다 예쁜이
천생 연분 결혼합시다
어머 어머 어머 어머
예식장은 용궁 예식장
주례는 문어 아저씨
피아노는 오징어
예물은 조개 껍데기
용궁에서 주례보고 있어야 할 문어아저씨가 여긴 왠일로 나와계시나요?
아 다리가 여덟개가 아니구나.
문어가 아니네.
실례했습니다.
유람선이 지나갑니다.
유람선이면 아마도 저구항에서 온 배일겁니다.
섬에 잠깐 내리기도 합니다만 주로 섬 주변을 돌며 말그대로의 유람을 합니다.
그들에게 보이는 나는 사람이 아니고 그냥 풍경이겠지요.
나도 그들을 풍경으로만 보고 섬둘레길 유람을 계속합니다.
고개를 돌려 어유도를 봅니다.
어디에 토사유실방지시설을 설치했다는 건지...
저섬은 매물도 포구로 들이치는 바람과 파도를 막아주는 기능도 하지만
매물도 주민들이 흑염소등의 가축을 방목하여 또 다른 소득원으로 삼았던 곳입니다.
그런데 가축의 방목으로 인해 삼림생태계가 심하게 훼손되었다하여
2009년부터 작년까지 약 22억원을 들여 생태환경기반종합복원사업 등을 시행하면서
토사유실 방지시설을 설치하는 등 훼손 이전의 지형을 복원했다 합니다.
좋은 일이지요.
하지만 아무리 좋은 사업도 꼭 필요한 지역에 우선순위를 두고 해야합니다.
저 곳이 그렇게 우선순위가 높은 곳이었을까요?
그 돈을 매물도주민에게 투입하여 차라리 취락개선을 하는게 더 낳지 않았을까요?
당금마을은 그래도 덜하지만 대항마을은 인구가 점점 줄어 듭니다.
밭은 버려지고 집은 무너져 가는데 한가하게 특정 보호식물이 있는 것도 아닌 무인도 복원사업에 돈을 붓고 있다???
정말 대한민국 만세입니다.
덩굴식물이 울창한 암능을 지나면서 다시 뒤를 돌아 봅니다.
저 어유도 기슭에 아마도 토사유실을 막겠다고 계단식 석축 몇곳 설치했겠지만
덩굴식물도 없이 풀뿐이 없으니 이제는 센 비바람 몰아치면 그나마 남은 토사마져 다 쓸려 내려올것같습니다.
대항마을이 보입니다.
장군봉이라는 255미터의 봉우리와 당금마을 뒤 193미터의 봉우리사이
산등성이가 잘록한 목을 형성했다하여
크다는 뜻의 우리말 한을 써서 한목이라 하던 곳의 한자지명이 대항大項마을이랍니다.
보다 가까이 다가가니 포구와 구판장뒤 산기슭에 기대있는 마을이 보이고,
섬끝으로 매물도 설핑이치와 그 건너 소매물도가 보입니다.
산으로 고개를 돌리니 장군봉이 보이고 이 바위옆을 타고 오르면 193미터의 봉우리가 있습니다.
그 사이 봉우리와 봉우리가 만나는 서쪽 기슭이 대항마을입니다.
잘룩하게 들어온 목은 이 반대쪽 동쪽입니다만
그곳은 이곳에 비해 경사가 더 심하기도 하고
그곳에 주거지를 형성하면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파도를 그냥 다 맞아야 하지요.
바위옆으로 밧줄타기하는 것 같은 조형물이 보입니다.
무슨 용도의 와이어가 축 처져있어서 각도를 달리 잡아 레펠하는 형상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장군봉 기슭에 높은 널이 보입니다. 높은 산 중턱에 있는 너럭바위라 하여 높은 널이라고 합니다.
정갈해 보이는 마을이 보입니다.
그리고 예전 큰선창이라 부르던 대항마을 포구입니다.
다가갈수록 생채기난 마을의 속살이 보입니다.
주인은 떠나고 홀로 버려져 무너져 가는 집들이 이어집니다.
언젠가 이 집 안주인이 정성껏 심었을 팔손이나무만 세상 변한것 모르고 하얀꽃을 무더기로 피어냅니다.
보아줄 이 없으니 나라도 관심을 기울여 주렵니다.
영어로는 Japanese aralia라고 하는데서 알 수 있듯이
일본에서는 많기도 하고 잘 가꾸기도 하여 아름다운 경관을 형성하는 관옆식물인데
사실 이 아이의 원산지는 우리나라 거제도와 제주도입니다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닥 인기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름도 않짓고 팔손이의 일본명 八手를 그냥 사용하여 팔손이라 합니다.
그 잎도 사실 여덟개가 아니고 일곱개에서 열개까지 나는데 말이지요.
겨울에 하얀 꽃을 피워 늦은 봄 검은 색 열매를 맺는 이나무는 자생식물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공기정화식물입니다.
톨루엔과 포름알데히드 제거 능력이 우수하고 음이온과 습도 발생량이 많다고 하네요.
꽃말은 분별, 비밀입니다.
아마도 일본에서 만든 팔손이 나무의 전설에서 그 꽃말이 유래되었겠지요.
전설이 궁금하세요?
궁금하면???
찾아보세요
인근 비진도가 자연 생육을 위한 북방한계선이라하여 그곳 팔손이나무 자생지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이곳에는 사람이 사나 싶었는데 이곳도 빈집
한때 유용하게 사용되었을 이런 저런 도구와 집기들이 먼지에 덮여 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바다로 고개를 돌립니다.
안내판을 만납니다.
민박집약도가 있고
민박집과 생활시설에 대한 특색을 나타낸 그림이 있습니다.
이 표식들과 집의 특색을 나타내는 표식은
2007년 문화체육관광부 '가고싶은 섬' 시범단지로 선정되면서
문화예술 비영리법인 '다움'이 주민들과 함께 예쁘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일단은 예쁘게 보아주세요.
하지만 지금 이 대항마을에서 그 생활민박을 찾는 이는 드믈다 합니다.
우리만 해도 선착장이 있는 당금마을에서 민박을 잡았지요.
한때 큰목으로서의 대항이라기 보다 이 섬 주민에게는 큰 항구역할을 하던,
그래서 큰 선창이라 불리었던 대항포구는 지금 유람선이 잠시 들를뿐 여객선선착장 기능을 잃어서
모든 들고 나는 사람들이 당금으로 가기 때문에 예전 한때..그 예전이 언젠가인지는 저는 모릅니다만...
당금마을 보다 주민수가 엄청 많았던 대항마을의 현재 거주자가 당금마을에 못미친다합니다.
그러다 보니 대항마을아이들이 육 년 동안 당금마을 뒤편 국민학교를 다니면서 떠들석하던 길이 이제는 조용하답니다.
아이들 없기는 당금마을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장군봉올라가는 길입니다.
함께 가던 네명이 장군봉쪽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나는 계속 해를 품으며 동남쪽으로 가겠습니다.
가보고 싶은데가 있어서요.
군불때는 집 앞을 지나고 어부가 그물을 드리운 물통앞을 지납니다.
근해에서 가자미, 도미등이 잡히니까 도미머리를 깍아 걸어 놨네요.
장군봉 기슭으로 계단식 밭이 있습니다.
콩·고구마·마늘·양파 등을 재배하던 곳이지요.
지금은 비어 있습니다.
하려고 해도 할 사람이 없어요.
대항마을에 가구가 30가구가 채 않되니 가구당 맥시멈 남녀 1인씩 두분이 산다해도 60명.
이인원들이 바닷가를 나누어 겨울철에 미역종묘를 잘 붙게 하기 위해 바위를 쓸어 내리는 작업부터 시작해서
늦은 봄부터는 돌미역을 채취하지요. 그 후 나누어서 말려야지요.
그리고 여자분들은 시간날때 마다 물속에 들어가 홍합, 소라, 전복, 굴 등을 캐와야 하는데
집에서 먹을 몇가지 푸성귀외에는 기르고자 해도 기를 여력이 없어요.
머물수록 매물도.
가고싶은 섬 사업의 흔적들입니다.
2007년 완도군 청산도, 신안군 홍도, 보령시 외연도 등과 함께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가고 싶은 섬' 시범사업으로 선정되었을때
이곳 주민들은 뛸듯이 좋아 했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이 매물도에만 65억 넘는 돈이 투입되었다는데
지금 이곳 사람들은 그 용처가 궁금하고 부실하거나 이상하다고 이야기 합니다.
매물도 가꾸기 프로젝트로 선착장 주위로 특산물 판매장과 마을 창고 등의 건물이 들어서고
마을 지붕 페인팅, 산봉우리에 형상물, 그리고 포구주변 조형물이 세워진 것,
그리고 일부주민 일본견학과 민박집 이불구입해준 것 말고는
이 사업으로 말미암아 섬이 달라진 건 없다고 하는 거지요
산길을 굴착기로 판 뒤 부분 부분 나무 기둥을 세워 만든 탐방로 5.2㎞에 돈이 들어가 봤자 얼마나 들었겠는냐는 겁니다.
최초 계획된 민가 개보수, 경작지 복구, 특산물 재배단지 조성사업은 취소되었고
하수, 폐수 처리시설도 하다말아 주민들이 자비를 들여 공사를 했다하고
"시멘트 포장도로 위에 시멘트를 다시 덮은 것이 마을 안길 정비였다.
그나마 시멘트와 자갈 배합 비율이 맞지 않아 비만 오면 시멘트가 흘러내리는 등 부실 공사를 해놨다"고 푸념하는 현실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고 보니까 이 표식들보는 것이 공연히 민망해 집니다.
표식뒤에는 폐가가 있고
또 다른 두개의 안내판을 만납니다.
위에 한줄짜리 안내판은 마을가꾸기 사업때 설치한 것이고
아래쪽 안내판은 지금과 다른 위치를 나타내는 구판장 표식에서도 알수 있듯이 이전부터 있어온 것이라 합니다.
그런데 이 위 안내판의 물과 생활이라는 이야기 내용을 마을 사람들은 영 시덥치 않게 생각합니다.
섬을 둘러싼 바닷물과 섬에서 나는 샘물의 구별도 없이
섬마을 사람들은 물에서 삶을 건져올렸다, 필요한 만큼만 취했다까지는 바다이야기인듯 하고
그 뒤이야기 물로 생명을 키웠다고 하고 꽃에 물주는 그림을 그린것을 보면 샘물이야기인 듯 한데
섬 사람에게 바닷물과 샘물은 같은 물이 아니라는 거지요.
답답할 땐 눈을 돌려 바다를 봅니다.
그리고 산을 봅니다.
숲으로 형성된 바다위에 높은 널이 떠 있습니다.
바로 밑으로 내려다 보이는 대항포구에서 어유도, 가오도 지나 거제까지 연결되는 바다를 봅니다.
'내 쓸모없는 생각들이 모두
겨울바다 속으로 침몰해 버리면
얼마나 좋을까
누구도 용서할 수 없는 마음일 때
바다를 본다
누구도 사랑하기 어려운 마음일 때
기도가 되지 않는 답답한 때
아무도 이해 못 받는
혼자임을 느낄 때
나는 바다를 본다
참 아름다운 바다빛
하늘빛
하느님의 빛
그 푸르디푸른 빛을 보면
누군가에게 꼭 편지를 쓰고 싶다
사랑이 길게 물 흐르는 바다에
나는 모든 사람들을 초대하고 싶다'
이해인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이야기지요.
섬 예술가의 집
이집을 조금 지나 산쪽으로 가면 후박나무를 만날수 있습니다만 조금 뒤에 만나기로 하지요.
바닷가로 내려가서 지금은 기능을 상실했을 작은 선창과 작은 갱문을 가보려 합니다.
작은 선창으로 갑니다.
언젠가 시멘트로 보수 한 것 같은데 파도가 부수어 놓았습니다.
한때는 큰 선창이라하던 대항포구와 함께 들고 나는 배들의 뱃고동이 울리던 곳입니다만
이제는 이곳에 배댈일 없으니 보수조차도 포기했네요.
그 옆 작은 갱문을 봅니다.
물이 들어와 이곳에서는 다가갈 수가 없습니다.
어쩔까 고민하며 그 앞바다를 한번 보고 다시 작은 갱문을 봅니다.
줄여를 가려면 갱문을 지나야 합니다.
돌아서 다시 내려가기로 하고 부수어진 부두를 뒤돌아 보고
최근 시멘트를 덧쒸운 마을길로 올라갑니다.
올라가는 길 옆에 심정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 하는 이야기, 이곳은 그래도 물사정이 좋아 주변 섬보다 사람이 일찍 들어왔고 사람도 많이 살았답니다.
지금의 마을사정에 대해서는 차마 묻지를 못합니다.
무심한 질문이 누군가의 속을 후벼 팔 수 있기 때문이지요.
아주 오래전 사람이 들어오기 전부터 이곳을 지켜보고 있던 저 높은 널은 그 내력을 잘 알겁니다만...
저 바위야 말로 무념, 무상, 무감한 놈이라 물어봐야 대답도 않할 겁니다.
축대옆에 옛 갱문의 추억이라고 하여
'마을사람들이 먹을거리를 얻으러 바다로 들고 나는 자리를 갱문이라 불렀습니다.
배를 보내고 맞으며 희로애락을 나눴습니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위의 글은 맞는데 아래글은 틀립니다.
갱문은 개 그러니까 포구 어귀에 해당하는 해변으로
김, 미역들을 건지고 그 해변으로 해서 물속에 들어가 홍합, 소라, 전복, 굴 등을 캐오던 갯가라는 뜻이고
배가 들고 나던 곳은 그 옆 선창입니다.
세부적 내용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들은 데로 쓰다보니 갱문과 선창 두가지가 섞여 버렸습니다.
이게 외지인에 의한 마을 스토리텔링의 실상입니다.
아무도 찾지 않을 민박집 옆을 지나
시누대밭을 가로 질러
누군가의 정성으로 만들어 졌을 다리를 지나
바닷가로 내려 왔습니다.
예전에 작은 갱문이라고 불리우던 조그만 몽돌해변입니다.
큰 갱문은 여기서 보면 큰선창을 지나야 있습니다.
남동쪽으로 발을 옮기면 작은 바위들이 모여 바다로 길게 뻗은 줄여가 보입니다.
서북쪽을 힐끗 한번 보고
바닷가를 주욱 따라 내려가 봅니다.
이곳 바다에서 고생하시던 누이들의 애환을 느껴보려고 했지만 해 본적 없으니 그저 주변을 둘러 볼 뿐입니다.
거북손을 땁니다.
우리는 거북이 손 닮았다고 거북손이라고 하는데 서양애들은 거위목 닮았다고 거위목 따개비라고도 합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오봉호라 했는데 거북손의 석회질 각판 다섯개가 다섯개의 산봉우리를 연상한 것으로 보입니다.
껍찔째 삶아서 살짝 비틀어 알맹이를 빼 먹으면 짭짤한게 쫄깃쫄깃 맛있습니다만
먹어보지 못한 분들이 많아서 좀 생소하실겁니다.
몇개 뜯다가 삶아달라고 할 데도 없는데 부질없는 짓이다 싶어 그만 둡니다.
이왕 딴것들을 멍하니 보다가 껍질째 날로 씹어 봅니다.
찍하고 물이 나오는데 바닷물인지 거북손안의 엑기스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비릿하네요.
계속 해변을 따라 갑니다.
그냥 가보는 거지요 뭐.
그렇게 가다가 더 이상 갈 수가 없어 돌아섭니다.
더 있다가라고 옷깃을 붙잡는 잡목숲을 뚫고 올라와서 후박나무에게 갑니다.
시누대 밭을 지나니
대형 물통뒤로 장승이 하나 서 있습니다.
그리고 정화수 한잔이 사기그릇에 담겨 물통위에 있습니다.
그런데 장승이 외로운 독장승입니다.
장승이라면 한쌍으로 하여 두개의 장승을 세우는 것이 통례입니다만
통영지방에는 독장승이 세워져 있는 곳이 또 있습니다.
문화동 세병관오르는 길에 토지대장군이라고 음각되어 있고
그 뒷면에 광무십년 8월 세웠다고 표시되어 있는 돌장승도 독장승이지요.
그 전통을 따라 토지대장군을 세운건지,
두개를 세웠는데 한놈이 도망간건지,
아니면 요새 여기저기 조형물로 갯수 개념없이 세우듯 그냥 생각없이 세운건지..
잘 모르겠네요.
후박나무가 보이고
안내판이 있습니다.
후박나무
그 아래로도 두개의 안내문이 있습니다.
후박나무 특성에 대해서는 이 안내문 윗부분을 참고하세요
후박나무
이나무가 당산목이라면 이산이 당산이니 당이 있었을 겁니다.
그 당의 신혈神穴이 아마 이 바위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안내판에는 나무 바로 옆 바위를 표시하고 있네요.
어차피 지금은 없어진 민속, 깊게 생각하지 않으렵니다.
나무가 지금보다 더 오랜시간동안 더 건강하기만을 바래봅니다.
후박나무 있는 곳을 돌아나오니 마을길에서 바로 줄여가 보입니다.
줄여에 대한 안내판
집은 무너지고 비어 있는 마당에 요새는 볼 수 없는 돌절구가 있고
그 옆으로 수도코크가 연결되었던 흔적이 있습니다.
사용은 멈추었어도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을 받아 수생식물을 키웁니다.
전형적인 해안가 마을의 집
집 전면으로 불어닥치는 서북풍을 피하려 마당길을 돌아내었습니다.
들어가 보고 싶은데 빈집이면 너무나 허무할 것 같아 그냥 지나칩니다.
흙벽담과 돌담 모두 정성들여 쌓은 집이니 누군가 살고 계실거라 믿습니다.
건강하세요.
아름다운 섬 이름들
어디를 말하는 걸까?
아하 대덕도 소덕도 장사도를 말하는 구나. 매섬은 어유도를 말하는 겁니다.
당금마을 사람들은 어유도를 어리섬이라고 합니다.
멋진 돌계단, 튼튼한 축대, 그러나 빈집... 축대위로 올라가
허망하도록 아름다운 바다를 봅니다.
꼬돌개마을을 지나갑니다.
꼬돌개 사람들 이야기
꼬돌개 마을에 대해서도 스토리의 변형이 있습니다.
이 아랫쪽 바닷가가 원래 꼬더릿개 또는 꼬돌개라고 하여 꼬더리(고등어새끼)가 많이 잡혔던 해안으로
그 개에서 생업을 영위하던 사람들이 이곳에 집을 지어 살았다가
꼬더리를 잡으러 점점 더 멀리 나가야 되고 하다 보니 하나 둘 다른 곳으로 떠나 빈집만이 남았다라고 전해져 오다가
갑자기 꼬돌아진 마을로 탈바꿈하더니
스토리텔링에서 꼬돌아진쪽이 더 구슬프겠다하여 후자를 선택했다는데
흉년으로 꼬돌아지면 섬 전체가 꼬돌아 지지 이 동네만 꼬돌아 지나요.
루시드 폴의 노래 고등어 한번 불러 봅니다.
"어디로든 갈 수 있는 튼튼한 지느러미로 나를 원하는 곳으로 헤엄치네
돈이 없는 사람들도 배불리 먹을 수 있게 나는 또 다시 바다를 가르네.
몇 만원이 넘는다는 서울의 꽃등심보다 맛도 없고 비린지는 몰라도
그래도 나는 안다네 그동안 내가 지켜온 수많은 가족들의 저녁 밥상.
나를 고를 때면 내 눈을 바라봐줘요 난 눈을 감는 법도 몰라요
가난한 그대 날 골라줘서 고마워요 수고 했어요 오늘 이 하루도..."
그런데 지금은 고등어 값도 싸지 않지요.
가난한 그대가 먹을 음식이 아닌거지요.
하여간 어떤 이유에서인지 꼬돌아진 마을
그 삶의 팍팍함뒤에 남겨져 있는 잔해 위로 멀리 그리고 가까이 섬들이 떠 있습니다.
"가장 낮은 곳에
젖은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그래도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도 사랑의 불을 꺼트리지 않는 사람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그래도,
어떤 일이 있더라도
목숨을 끊지 말고 살아야 한다고
천사 같은 김종삼, 박재삼,
그런 착한 마음을 버려선 못쓴다고
부도가 나서 길거리로 쫓겨나고
인기 여배우가 골방에서 목을 매고
뇌출혈로 쓰러져
말 한마디 못해도 가족을 만나면 반가운 마음,
중환자실 환자 옆에서도
힘을 내어 웃으며 살아가는 가족들의 마음속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섬, 그래도
그런 마음들이 모여 사는 섬, 그래도
그 가장 아름다운 것 속에
더 아름다운 피 묻은 이름,
그 가장 서러운 것 속에 더 타오르는 찬란한 꿈
누구나 다 그런 섬에 살면서도
세상의 어느 지도에도 알려지지 않은 섬,
그래서 더 신비한 섬,
그래서 더 가꾸고 싶은 섬 그래도,
그대 가슴속의 따스한 미소와 장밋빛 체온
이글이글 사랑과 눈이 부신 영광의 함성
그래도라는 섬에서
그래도 부둥켜안고
그래도 손만 놓지 않는다면
언젠가 강을 다 건너 빛의 뗏목에 올라서리라,
어디엔가 근심 걱정 다 내려놓은 평화로운
그래도 거기에서 만날 수 있으리라"
'김승희의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입니다
시눗대와 소나무 그리고 그 옆으로 바다와 섬
멋진 숲길이 보입니다.
그 포인트에서 멋진 해변과 바다가 보입니다.
그 포인트지나 왼쪽, 잡초 우거진 밭옆으로 길이 이어지고 안내판이 있습니다.
꼬돌개 오솔길이랍니다.
소나무를 찾아 빠꾸했다가
꼬돌개 오솔길을 찍었습니다만...
안내판 사진도, 내눈에 보이는 모습도 바다는 절경이지만 길은 그냥 산기슭길입니다.
다 지나와서 뒤돌아 보아도 바다만 아름답습니다.
길 자체가 아름다운 것이 아니고 그곳을 걸으며 보는 풍광이 아름답다는 말이었나 봅니다.
그렇다면 특별할것이 없는 이야기지요.
물고기 여인숙이라는 책의 앞부분에
'섬은 바다의 무료함을 달래주고, 바다는 섬의 외로움을 잠재운다.
그것은 굳이 미화되거나 과장되지 않아도 이미 그 자체로 미학적이다.'라고 쓰여 있지요.
하지만 이것은 그 책의 저자가 그 앞에 쓴 글처럼
'땅 위의 현실이 아무리 지옥 같아도 하늘에서 보면 그저 아름다운 낙원으로만 보인다'고 한 것과 똑같은 겁니다.
꼬도리가 안잡혀 떠난 마을이던 꼬돌아진 마을이던
그 슬픔의 당사자가 아니면 그 길에서 보는 바다는 아름다울 수 밖에 없지요.
그냥... 문득...
바라보아 오른쪽 빈 밭에 메밀을 심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섬이 옛날 매물(메밀)을 많이 경작했던 섬이란 유래도 있다고 하니
버려진 빈밭에 메밀을 심는다면 경관적으로나 스토리상으로 아주 적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메밀은 아무리 척박한 땅에서도 그 씨앗을 뿌리기만 하면 자라납니다.
메마른 땅에도 잘 적응하고 병충해도 적기 때문에 황무지에서도 살 수 있으며,
그래서 구황 작물로서 우리나라 곳곳에서 재배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초가을에 군집으로 피는 흰꽃이 아주 아름다워서 몇곳의 지자체에서는 일부러 경관지역을 조성하기도 하는데
이곳 매물도 곳곳 빈터에 메밀이 군집해서 피어난다면 아주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섬을 말의 형상으로 이야기한다면 말꼬리에 해당되는 부분입니다.
지금 내가 서있는 부분이 매물도 설핑이치雪風峙입니다.
내일 우리가 갈 비진도에도 설핑이치가 있습니다.
지금은 그 이름이 많이 사라졌지만 남해바다 섬마다 한,두곳에 설핑이치가 있었습니다.
설핑이치는 지명을 나타내는 고유명사가 아니고 그 지점의 특징을 알려주는 보통명사로
바다로 길게 내민 지세가 설핀(가늘고 거친) 해안 모퉁이 고개에 겨울철이면 차가운 설풍(눈바람)이 가장 심하게 닿는 곳을 말합니다.
그래서 설핀, 설풍 두글자가 합쳐서 설핑이치라고 하고 한자로는 雪風峙라 씁니다.
이제 이 모퉁이를 돌아가면 않보일 매물도의 서쪽부분을 돌아 봅니다.
말꼬리로 넘겨다 보이는 섬들을 함께 넣어 봅니다.
꼬리결을 따라 내려가 봅니다.
그 끝에서 소매물도를 봅니다.
동남쪽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등가도를 만나고 저멀리 외딴 섬에게 당신은 누구세요 물었지만 대답이 없네요.
방향으로 보아서는 공해상 인듯 합니다.
매물도에서 대마도도 보인다는데 대마도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니 봐도 모르겠지요.
장군봉으로 올라갑니다.
올라가다 소매물도를 뒤돌아 보고...
또 돌아보고
올라가다 만난 등대섬 전망대
등대섬 전망대라니까 순진하게 등대섬만 봅니다.
그래도 하고 용기를 내어 소매물도 전체를 보니
태양이 이놈 등대섬만 보라는데 왜 소매물도 전부를 보느냐고 나무라듯 바로 내 눈앞에서 눈을 부라립니다.
찍하고 고개를 돌리고 장군봉을 향해 가다
음메~소리에 깜짝 놀랍니다.
여기서 소를 방목하는지 몰랐거든요...
소 울음소리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다른 소를 찾는데 바로 뒤로 우다다다 흑염소 몇마리가 뛰어갑니다.
카메라를 들이댔는데 염소는 숲속으로 숨고 섬들만이 눈을 껌벅거리며 나를 봅니다.
으미 민망해라...
다시 소 있는 곳을 보니 두마리
안녕! 인사하고 올라가는데 이제는 송아지녀석이 길을 막네요.
얌마 비켜 큰 소리 쳤더니
아 글쎄 이 놈이 자기 엄마한테가서 내가 괴롭힌다고 일렀습니다.
엄마소 삐딱하게 서서 나즉히 이야기합니다.
"어이, 좋게 말할 때 네가 비켜가라."
대책이 없지요. 내가 돌아서 잡초사이로 질러 갈 수 밖에요.
기가 막혀서 잡초밭에서 장군봉 정상쪽을 봅니다.
오른쪽에서 누군가 말을 겁니다. 힘내요 힘.
등가도 입니다.
반가움에 당겼다가...
다시 풀어 제자리로 보내주고
몸을 시계방향으로 빙둘러 봅니다.
다시 등가도를 봅니다.
숲터널을 지납니다.
폐허가 된 집터와 어떤 가공시설의 잔해를 찾아갔다가
다시 길로 나옵니다.
이스타석상 한쌍
외로운 소나무를 지나니
그리고 지금 말에서 내렸는지,
말을 다시 타려하는 지는 모르지만
견마잡이도 없이 혼자 말고삐를 잡고 멍하니 서있는 누군가를 만납니다.
장군봉 정상입니다.
쉬겠습니다. 몸도 쉬고, 마음도 쉬고, 글도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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