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인가?
예! 가을 입니다.
가을비.. 그리고 단풍이 듭니다.
계수나무에 단풍이 듭니다.
새빨갛지는 않고 노르스름하게....
여름내 푸르른 하트모양의 잎이 사랑한다.. 사랑한다.. 속삭이다가
불사약을 훔쳐먹고 월궁으로 떠난 항아를 떠올리게 하더니
이제는 정말 떠나려고 옷을 갈아입습니다.
중국 당대 말기의 시인 이상은의 시 한수 떠오릅니다.
운모(雲母) 병풍에 촛불 그림자 길게 드리우고
은하수 저물고 새벽 별도 지는데
항아는
검푸른 하늘을 밤마다 바라보며
불사약 훔친 걸 후회하고 있겠지....
그 옆에서 쇠물푸레나무도 같이 옷을 갈아입습니다.
가지를 물에 담그면 물을 푸르게 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지요.
재질이 워낙 단단해서 예전에는 농기구 자루로 이용되었다 합니다.
그리스신화에서는 아킬레스의 창을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북유럽신화에서는 신들의 세계가 종말을 고할 때가 되자
최고의 신이자 전쟁의 신인 오딘이 물푸레나무 밑둥으로 남자를 만들고,
곁에 있던 느릅나무 가지를 꺾어 여자를 만들어 인류의 조상이 되게 하였답니다.
산중턱의 바위틈이나 계곡에 많이 있는데 어쩌다 이곳 까지 내려왔나 모르겠습니다만...
월궁선녀 항아를 따라 어딘가를 다녀오려고 옷을 갈아입습니다.
나무사진을 올리다 보니
지난 일요일 다녀온 곶자왈사진들이 어느 구석에서 잠들어 있다는 생각이 나서...
주섬주섬 꺼내봅니다.
화순곶자왈
지역일대의 상징인 산방산이 크게 보이는 입구로 왔습니다.
곶자왈입구 설명문에 의하면
병악곶자왈용암류로 해발 492미터인 병악에서 시작되어 화순방향으로 총 9km에 걸쳐 분포하고 있으며
평균 1.5km의 폭으로 산방산근처의 해안지역까지 이어진다고 합니다.
개가시나무, 새우난, 더부살이 고사리와 직박구리 등
50여종의 동식물이 분포하고 있다고 쓰여 있습니다.
전날 지역민들로 구성된 도서회에서 시낭송회를 했다하더니
곶자왈 지역 몇 곳에 시를 전시한 것 같습니다.
걸으면서 한편씩 읽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겁니다.
입구에...
마타리
...소녀가 산을 향해 달려갔다.
이번은 소년이 뒤따라 달리지 않았다.
그러고도 곧 소녀보다 더 많은 꽃을 꺾었다.
"이게 들국화, 이게 싸리꽃, 이게 도라지꽃,……."
"도라지꽃이 이렇게 예쁜 줄은 몰랐네. 난 보랏빛이 좋아!
…… 그런데, 이 양산 같이 생긴 노란 꽃이 뭐지?"
"마타리꽃."
소녀는 마타리꽃을 양산 받듯이 해 보인다.
약간 상기된 얼굴에 살포시 보조개를 떠올리며.
다시 소년은 꽃 한 옴큼을 꺾어 왔다.
싱싱한 꽃가지만 골라 소녀에게 건넨다...
황순원의 소나기 중에서 옮겨왔습니다.
도꼬마리
사람 몸에 둘러붙어 귀찮게 한다고 모두 다 피해갑니다
이러한 도꼬마리의 특징을 보고 개발한 것이 바로 부직포입니다.
국화과의 한해살이풀이지요.
외래종으로서 토착화한 식물인데...
한때는 검게 익은 열매를 창이자라고 하여
누렇게 변해갈때 부터 다 따가기도 했습니다.
알코올중독자들을 해독해주기도 하고
이빈후계통, 특히 축녹증이나 비염에 효능이 뛰어난 식물입니다.
양자리공
자리공은 중국원산이지만 양자리공은 어렵던 시절 미국 구호물자와 함께 넘어온 아이지요.
꽃이 지고 난 자리에 맺힌 열매 속에 검은 색 종자가 꼭 하나씩 들어가 있지요.
독초로 분류되지만 가는 무처럼 생긴 뿌리는 요로결석등 비뇨기과 질환에 잘 쓰면 효능이 있답니다.
굳이 효능을 쓰는 이유는 다른 나라에서 넘어온 독초라고 너무 구박하지 말라는 거지요.
잘 쓰면 다 쓰임새가 있고 나름 예쁜 꽃을 피우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독초라는 근거도 없습니다.
90년대 중반 울산 공단 일원에 대군락을 이루자
이 식물이 토양을 산성화시키고 자가 중독을 일으킨다고 소문이 났지만
사실 오염된 환경에서도 잘 자란다는 겁니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꼭 필요한 식물입니다.
대기 오염에 의해 나무의 피해 상태가 외부로 드러나기 전에
집단적으로 자라는 것으로 밝혀져
생태계파괴의 정도를 알려주는 지표의 역할을 합니다.
넝쿨이 나무를 타고 올라갑니다.
방기
청풍등(靑風藤)이라고도 합니다.
積糧防荒 留藥防己
식량을 비축하여 기근에 대비하고 약을 남겨 스스로를 돕는다.
검양옻나무
전라도와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데...
정말 단풍이 예쁜 아이입니다.
검양옻나무가 모여 있는 곳에 가을이 시작되면 참으로 예쁜 빨간 옷의 물결이 만들어 집니다.
예전에는 열매에서 지방을 짜서 포마드를 만들고는 했답니다.
머루넝쿨이 올라가는데
아무리 찾아도 머루는 않보입니다.
한 번 더
역시...
새덕이
녹나무 과의 상록교목이지요.
제주도에 오기 전에는 전라도 남쪽 어딘가 에서만 볼 수 있었습니다.
새덕이라는 이름자체가 제주어 ‘서대기’에서 유래가 되었다 하데요.
서대기는 나뭇잎 또는 신바닥 모양으로 생긴 바닷물고기를 말합니다.
그러니까 서대기와 비슷한 나뭇잎을 가진 나무라는 뜻이지요.
잎은 어긋나게 달리지만 가지 끝에서는 모여 달리며 긴 타원형입니다.
잎 가장자리가 밋밋하고 끝이 뾰족하며 뒷면은 흰빛이 돌고 3개의 커다란 맥이 있습니다.
꽃은 암수가 각각 딴 그루에서 피는데 보통 3-4월에 붉은 꽃을 볼 수 있지요.
참식나무입니다.
새덕이와 같은 녹나무과로 수피가 어두운 잿빛을 띄우고 잎이 어긋나기이면서도 뭉쳐나는 것처럼 보이고
긴 둥근잎에 잎맥이 3개 등등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차이점은 우선 꽃피는 시기가 다르지요.
새덕이는 3~4월 참식나무는 10~11월
꽃 색깔도 참식은 노란색, 새덕이는 빨간색
그리고 참식나무 잎이 새덕이 보다 제법 깁니다.
열매는 둘 다 10월경에 맺히던데 참식은 둥글고 붉은색, 새덕이는 조금 길쭉하고 검은 자주색
참식나무 새순은 예덕나무 새순처럼 색이 붉고 예쁩니다.
그런데 왜 참식나무라고 이름을 붙였을까요.
식나무와 금식나무와는 생긴 것도 다르고 과도 다른데...
지금쯤 영광 불갑사에서는 상사화 축제를 할 텐데..
그 인근에 참식나무 북방자생지라 하여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곳이 있습니다.
굵은 가지위에 새로 나오는 녹나무
그 옆..
또 다른 녹나무
우리나라에는 남해안 일부에서 자라기도 하지만
제주도에서만 자라는 것으로 치고 제주도목으로 지정된 나무입니다.
서귀포 도순동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녹나무 자생지가 있습니다.
꽃이 5월에 피는데 흰색에서 노란색으로 변하더군요.
잘 보이지는 않습니다.
나무의 높이가 20미터가 된다는 등 이런 저런 기록으로 미루어
예전에는 꽤 큰 나무들이 많았던 모양인데
여러 가지 이유로 베어진 탓에 지금은 주로 곶자왈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주도에서는 녹나무를 절대로 집주위에 심지 않는데
녹나무의 그 특별한 냄새가 귀신을 쫓는다하여
조상의 혼들이 제사 날에도 집으로 찾아오지 않을 것을 염려하는 까닭입니다.
한쪽은 곶자왈 식생발달의 초기단계로
요철지형의 상부를 따라 선상으로 교목들이 분포하고 있습니다만..
반대쪽은 아직도 혼전중입니다.
잦담위로 넝쿨이 달려가고 추이대속에서 저마다의 다툼이 치열합니다.
누군가만을 응원하면 않되고
누군가든 이렇게 큰 나무로 잘 자라기만 기원합니다.
육박나무
육박전을 하도 심하게 해서 수피가 군데군데 벗겨졌습니다.
중국, 일본에 많이 분포하고,
우리나라는 제주도를 포함한 남쪽 섬지방에 자생하지요.
남쪽 섬지방사람들은 해병대나무라고 합니다.
나무 껍데기가 군데 군데 둥글고 큰 비늘처럼 떨어져서 버즘나무나 모과나무 수피처럼 되어 있지요.
꽃이 당연히 피겠지만 잘 모르겠고 여름철에 붉고 둥그런 열매가 달립니다.
둥근마 넝쿨
단풍마 넝쿨
말 그대로 산약이라고 하는 덩이뿌리는
식용하거나 강장·강정·지사제 등의 약재로 사용하는 넝쿨식물입니다.
이제 서서히 아름다운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지기 시작할 겁니다.
나무 밑둥만 찍었네요
수피를 보니 푸조나무입니다.
잎입니다.
이름이 이국적이지요.
무슨뜻인지 모르지만 순우리말이랍니다.
검팽나무라고도 한다는데 계란형의 입이 팽나무와 비슷하지요.
우리나라 중부지방가지는 자라는 것 같습니다.
500년 전 조선시대 경상도 동쪽 바다를 지킨 경상좌도의 수군절도사가 머무른 좌수영성(지금의 부산 수영동)에 심은 푸조나무가
지금도 地神木으로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고
전라도 강진 청자도요지에 있는 300년 되었다는 밑둥의 면적만 해도 50평방미터가 넘는 푸조나무는
社樹之神이라는 신명을 가지고 제사를 받아먹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까 느릅나무과인 이 나무의 형제들은 모두 신목입니다.
느티나무는 육지부 중부지방 이북에서 당목이나 정자목으로 보호를 받고
팽나무는 제주도에서 그렇게 대접을 받습니다.
숨골과 그 일대에 퍼져있는 큰 봉의 꼬리입니다.
봉황새의 꼬리와 비슷한 모양의 봉의 꼬리(鳳尾草)보다 잎의 넓이가 훨씬 넓고
측맥이 발달되어있어 큰자가 붙었습니다만..
봉의 꼬리는 잎자루 상부에 현저한 날개가 있는데 큰봉의 꼬리에는 날개가 없습니다. 그
리고 끝이 뾰족하고, 잎가장자리에 작은 톱니가 발달되어 있습니다.
고사리과로 우리나라 남쪽해안지방과 섬에는 많이 분포합니다.
또 다른 숨골
숨골 위에서는 김대신 연구사가 참 소중한 가르침을 주는데
나는 이렇게 엉뚱하게 혼자 헤매입니다.
잦담가운데에서 나무가 자랐을까요?
나무 주위로 잦담을 둘렀을 까요?
아니면 바위사이를 비집고 나무가 자랐을 까요?
수피가 예덕나무인듯 합니다
빨리 키를 키워서 하늘을 봐야 합니다.
그늘 속에서는 살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생달이
녹나무 과이지요.
빨리 자랄 필요는 없지요.
그늘 속에서도 잘 자라니 느긋하게 시간을 기다리면 한 15미터까지 자랄 겁니다만
잎에 충낭이 많이 생깁니다.
열매는 10∼12월에 자주색을 띤 검은 색으로 익습니다.
예전에는 목재로 쓴다고 다 베어가고
남아 있는 나무의 껍질과 열매를
구토, 이질, 사지가 저리고 아픈 증세에 효과가 있는 천축계(天竺桂)라 하여 남겨두질 않았는데
지금은 손 댈일 없으니 곶자왈이 보존되는 한 언젠가는 왕초노릇을 할 겁니다만
곶자왈이 그렇게 계속 남아 있을 까요?
나무 두 그루 아니 세 그루가 같은 형태로 자랍니다.
이 사진을 왜 찍었을까?
잦담을 강조하려고 찍었나 봅니다.
곶자왈사람들의 공식입장과는 다를 겁니다만...
사실 이 지역은 지금은 무슨 곶자왈 무슨 곶자왈이라 하여 제주 생태계의 보고이다 등등 이야기 하지만
1930년대 이전에는 궁핍한 주민들이
땅주인 없는 중산간일대, 나무와 덩굴 따위가 마구 헝클어져 수풀같이 어수선하게 된 곳(곶, 藪)에 불을 질러서
밭으로 사용한 산전이거나
마소를 방목하던 곳으로 지금처럼 나무가 있지 않았습니다.
일단 불을 질러서 넝쿨들을 제거한 후
조 ·피 ·메밀 ·기장 ·옥수수 ·콩 ·보리 ·육도 등을 파종하여 그대로 수확을 기다립니다.
그 후 일체 거름을 주지 않으므로,
몇 년 후에는 지력(地力)이 상실되어 새로운 지역으로 이동해야 했습니다.
그 후 1930년대에 마을 공동목장이 리마다 형성되어 마소의 방목이 사라집니다.
산전은 계속 유지되었으나
광복 후부터 화전을 금지 하였고
그 후 4.3등의 영향으로 중산간에 사람이 살지 않게 되면서
크고 작은 용암에 의하여 형성된 암석들로 움푹 파이거나
깊고 얕은 골이 나 있는 굴곡이 심한 함몰지형인 자왈에서 나무가 자라게 됩니다.
곶이 자왈에 형성되었던 거지요.
그래서 팔과 다리를 합쳐 팔다리라 하듯이 곶과 자왈을 합쳐 곶자왈이라고 하게 된 겁니다.
곶자왈 형성요건에서 아아용암을 주로 이야기하는 것은
곶자왈이 아아용암으로만 이루어 진 것이 아니지만
표면점성이 거칠다보니 이끼 등이 점착할 수 있었고
함몰지형을 형성 미기후가 발달되어 식생에 적합한 장소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거의 모든 곶자왈지역에서 4~50년 이상의 수령을 가진 나무가 드물고
주로 맹아림으로 구성된 것이 이를 반증하는 것 입니다.
그리고 노출암석의 비율이 매우 높은 편입니다.
무환자나무
제주어로 도욕낭이라하고
같은 과 나무인 모감주나무와 함께 그 열매로 염주를 만들었다 합니다.
열대 아시아 원산으로 열대지방에서는 상록수이지만 추운지방에서는 낙엽이 집니다.
제주에서도 통상 낙엽이 지더군요.
줄기의 속껍질과 열매껍질에는 많은 양의 사포닌 성분이 들어 있어서 거품이 잘 일기 때문에
옛날에는 비누 대용으로 빨래하는 데 쓰이고
열매껍질은 머리를 감는데 사용되어 왔다고 합니다.
제주에서는 잘 모르겠지만 육지에서는 말 그대로 무환자, 만병통치약으로 쓰이던 나무 입니다.
어린 가지와 잎인 무환자엽(無患子葉)은 먹으면서 동시에 바르면 뱀에 물린 상처를 치료할 수 있다고 했고
뿌리인 무환수강(無患樹薑)은 감기로 인한 발열, 기침, 토혈을 치료한다고 하고
껍질인 무환수피(無患樹皮)는 디프테리아, 구강염을 치료한다고 하고
열매속 씨앗인 무환자중인(無患子中仁)은 열을 내리고 가래를 제거하며 음식을 먹고 체한 것을 제거하고
기생충을 구제하는 효능이 있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그냥 큰키나무지요.
너무 크게 자라다 보니 5~6월에 핀다는 꽃도 보기가 힘듭니다.
참가시나무
참나무과 식물이지요.
아참.. 이렇게 말하면 2%부족합니다.
참나무과 참나무속 식물입니다.
참나무과에도 너도밤나무속, 밤나무속, 모밀잣밤나무속, 참나무속 등의 분류가 있으니까요.
아.. 이것도 1%부족한 설명이네요.
참나무과 참나무속의 상록활엽수중 하나입니다.
참나무과에 갈참나무, 굴참나무, 떡갈나무, 상수리나무, 신갈나무, 졸참나무 등은 낙엽활엽수이고
제주도에 주로 분포하는 종가시나무, 참가시나무, 붉가시나무, 개가시나무, 졸가시나무 등은 상록 활엽수이지요.
참나무는 과실수가 아니면서도 먹을 수 있는 나무라는 거지요.
꽃도 먹을 수 있는 진달래류는 참꽃이고 먹을 수 없는 철쭉류는 개꽃이라 합니다.
하지만 제주에서는 도토리를 먹는 것 보다는 다른 용도로 많이 쓰였습니다.
도토리로 묵등의 음식을 만드는 게 품과 시간이 많이 가서
물질, 밭일 등으로 짬이 없는 제주 아낙들은 도토리, 상수리 등에 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기도 하고
숯을 만들어 파는게 경제적으로 더 도움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제주도에서 숯은 굉장히 높은 값에 팔렸습니다.
지금도 그 형태를 볼 수 있는 실내용 돌화로가 있습니다.
제주도의 전통가옥을 보면 육지가옥과 달리 방에 구들이 없습니다.
그래서 방귀께나 뀌는 집에서는 난방을 겸해서 안방에 돌화로를 가져다 놓았으며
이 돌화로를 가져다 놓을 수 있는 집에서는
식사 때 옥돔 등의 생선을 백탄을 사용하여 화로위에서 구워먹기도 했지요.
그리고 저급품들은 산간에 있는 표고장에서 표고를 건조하는데 쓰이곤 했습니다.
지금은 제주도에서도 졸가시, 개가시등은 보기가 어렵습니다.
생육조건이 까다로워서가 아니고
개가시는 곧게 자라는 성질로 인해 목재로 많이 사용되었고
졸가시는 숯 중의 최고급품인 백탄을 만들었기 때문에 그 만큼 많이 잘려나가서 일겁니다.
현재도 일본의 고급 숯불요리집에서는
와가야마(歌山) 남부와 규슈(九州)지방의 졸가시나무로 만든 비장탄(備長炭)을 최고의 요리용 연료로 칩니다.
숯의 질이 톱으로 잘라도 잘라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고 화력이 오래 가며
유황성분이 적기 때문에 연소할 때 다른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볼 때 마다 가시나무 이름좀 바꾸지...하는 생각이 나서 영 찜찜합니다.
국어사전에 나오는 가시라는 단어의 뜻은 식물의 줄기 등에 바늘처럼 돋아난 것을 의미하지요.
통상 가시가 있는 나무들을 통칭해서 가시나무라 부르고
두릅나무, 엄나무, 탱자나무, 주엽나무, 산사나무 등이 이에 해당됩니다.
가시나무 하면 가시나무새가 생각나시지요?
호주 여류소설가 콜린 맥클로우의 작품을 미국의 다릴 튜크 감독이 10부작 드라마로 만들었지요.
1910년대 호주. 신부 랄프(리처드 챔버레인) 그리고 소녀 매기(시드니 페니)
그 쓰라린 이야기...
아마 여기서 가시나무는
성경에 나오는 '아론의 지팡이' 재료이기도 한 'Hollythorn'이라 부르는 산사나무일 거라고 생각됩니다만 ...
켈트족 신화에 나오는 가시나무새..
평생 긴 가시나무를 찾아 쉬지 않고 날다가 가시를 발견하면 그 가시에 심장이 찔리며 죽어간답니다.
그 때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고 하지요.
또 하나 시인과 촌장의 명곡, 가시나무새
... 바람만 불면 그 메마른 가지 서로 부대끼며 울어대고
쉴 곳을 찾아 지쳐 날아온 어린 새들도 가시에 찔려 날아가고...
도가니라는 제목의 영화가 생각나네요.
가장 잔인한 순간과 가장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순간에 나오는 이 노래..
정말 사람들이 아니 행정관계자들이
최소한의 공적 통제 장치도 없이 족벌체제로 운영되는 사회복지법인과 특수학교들의 행태를 정말 몰랐을까?
그저 그 불편한 진실에 고개를 돌리고 살아온 것 아닐까?
생각이 자꾸 옆으로 갑니다.
하여간...
가시나무라는 이름은 바꾸어야 하지않을까???
일본에서 도토리는 どんぐり라고 씁니다.
그래서 도토리나무라고 할 때 ドングリの木き라고 쓰지만
통상일본식 한자 樫라고 쓰고 훈독으로 가시라고 읽습니다.
그래서 赤樫(아카가시), 姥芽樫(우바메가시), 白樫(시라가시),
一位樫(이치이가시, 粗樫(아라가시), 裏白樫(우라지로가시) 등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그렇다는 이야기이지요...
내가 전문가도 아니고...
10년 가까이 곶자왈을 지나다녔습니다만
식생탐구가 목적이 아니고 그 안에 있는 삶의 흔적들..
숯굽터, 움막터, 잦담 등을 찾아다닌 거라서
그 과정에서 눈에 띄는 식생들에 대한 궁금증으로
각개 식물에 대한 이름정도와 간단한 특성을 알 뿐인 데
무엇을 이야기하겠습니까?
위에서부터 아래로 체계적으로 분류를 배웠으면 10년 세월이면 박사학위를 땄을 텐데...
지나가다 눈에 띄는 나무, 꽃에서부터 시작하니 맨날 잊어버리고 다시 묻고 또 잊어버립니다.
암석을 뚫고 나온.. 아니, 위에 올라앉은 나무와 잦담들을 둘레둘레 보며 걷습니다.
탱자나무
오래간만이네요.
예전엔 육지부에서도 탱자나무로 담장을 한 집이 많았습니다.
냄새도 향그럽고 도적과 귀신을 막는다고 하여 울타리로는 아주 효과적이었지요.
그런데 지금은 제주에서도 보기 힘들지요.
요새는 그 열매가 한의원에서 진해, 거담 등의 약재로 조금 쓰일 뿐입니다.
작살나무 같지요.
나무를 찍은 게 아니고 잦담을 찍은 겁니다.
움막터 같아서요...
예덕나무
예와 덕을 갖춘 나무
제주도 일부지방에서는 이른 봄철 빨갛게 올라오는 순을 따서 나물로 무쳐먹기도 한답니다.
그리고 위암이나 위궤양, 십이지장궤양에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숲이 짙어져서 가시나무류나 녹나무류가 하늘을 덮으면 하나 둘 떠나갑니다.
그래도 이 나무는 키가 커서 오랜 기간 이 자리에 있을 겁니다.
방사탑 부근 팽나무 밑둥도 찍어보고
넝쿨숲입구
들어가면 환상의 세계가 펼쳐질 것 같지요.
그냥 길따라 가는게 제일 편할겁니다.
탱자나무 흰 꽃이라는 시가 적힌 팻말뒤 암반에 단풍나무가 올라 앉아 있습니다.
시가 적힌 팻말을 조금 전에 본 탱자나무 앞으로 옮겨 놓으면 좋을 텐데..
생달나무를 다시 봅니다.
곰의 말채
내한성이 강하고 햇볕이나 그늘에서도 잘 자란답니다.
그리고 맹아력은 강하지만 생장속도가 매우 느리다고 하네요.
산을 걷다가 속이 찌부둥하면 이 잎을 따서 비벼 먹으면 많이 괞찮아 집니다.
새봄에 물이 오른 어린가지가 말채를 닮아서인지 말채와 관련된 전설이 많습니다.
전설은 생략하고 ...
충청북도 괴산에 5백년 된 말채나무가 있습니다.
주마가편(走馬加鞭)의 의미로 단양 우씨 문중의 후손이 더욱 번창하라는 뜻으로 심었다고 하네요.
일본에서는 말채 등의 층층나무를 ミズキ라 합니다.
물나무라는 거지요.
나무가 봄에 수액이 유동할 때 꺾어보면 물이 많이 흘러나오기 때문에 물나무라 이름하였답니다.
그럼 곰의 말채는?
곰이 말채찍을 들었나요?
그게 아니고 일본에서는 クマノミズキ라고 합니다.
熊野((クマノ)에서 발견한 물나무, 그래서 熊野水木(구마노미즈기)인거지요.
우리경우로 들면 변산에서 발견한 바람꽃, 변산 바람꽃...
제주에서 발견한 돌쩌귀, 한라돌쩌귀..
이런 식인데.....
이것을 熊の라고 인식하여 졸지에 곰의 무엇무엇이 되어버렸습니다.
이것도 그렇다는 거지요...
노박덩굴
큰뱀이 기어오는 것 같지요.
중국에서는 이 나무를 남사등이라 하는데
용의 형상이라 하여 백룡 또는 괴산룡 등으로 부른답니다.
예전에는 그 열매를 여성의 생리통의 특효약으로 썼지요.
작살나무
7월 달에 꽃이 피던가?
하여간 조그마한 보라색 꽃이 필 때면 그 일대에 꽃향기가 그득합니다.
가지가 가름하면서도 단단해 예전에 어부들이 작살을 만들어 사용했다고 작살나무라 한답니다.
누구는 작살처럼 삼지창 모양이라 작살나무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데...
후자에 한 표.
송이송이 보라빛 구슬 같은 열매는 어디로 갔나?
새덕이 맹아
전망대 쪽으로 갑니다.
단산...그리고 모슬봉
길가에 홀로선 때죽나무
제주에서는 슬픈 나무이지요.
4.3때 토벌대를 피해서 중산간 궤나 굴로 피신한 주민들이
싸리와 더불어 연기가 나지 않는 나무라 하여
불을 피울 때 사용한 나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발견되어 떼죽음을 당합니다.
이름부터가
나무껍질이 검은색이어서 때가 많은 껍질의 나무라서 때죽나무다.
또 고기를 떼죽음시킨다고 해서 떼죽나무다.
등등...
나무로서는 우리가 참 원망스러울 겁니다.
영어이름은 snowbell입니다.
5월에 순백의 꽃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모습에서 지어진 이름이지요.
서양에서는 꽃을 따서 향수의 원료로 사용하기도 하고
정원에 심어 참 아름답게 가꿉니다.
열매껍질의 독은 방충제로 사용하지요.
모슬봉
산유자나무
밑둥의 가시를 보면 섬뜩해 집니다.
한번 긁혀보시면 참맛을 느끼실 듯...
제주 분들은 수왁낭이라한다면서 나무껍질을 긁어 황달 치료에 썼다고 합니다.
이나무
그 이유를 모릅니다만..
이 부드러운 나무가 옆의 살벌한 산유자나무와 속은 다르지만 같은 과에 속합니다.
전문가들은 붉은색의 긴 잎줄기에 이처럼 생긴 것이 두어 개 붙어 있어 이나무라 한답니다만...
이나무는 원이름이 의椅나무입니다.
중국에서는 금슬이라고 하는 거문고와 비파를 만드는 나무로 쓰입니다.
꽃이 활짝 피었을 때는 상쾌한 꽃 냄새가 주위를 가득 채우고
10월중순경부터는 붉은 색의 많은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리는데...
겨울동안에도 떨어지지 않아 색다른 아름다움을 더해 준다하니 제주도에서는 가로수로 쓰면 좋을 듯 합니다만
먼나무에 밀리네요.
이 아이도 햇볕을 좋아하니 숲이 짙어지면 자리를 옮길 겁니다.
중국, 일본, 우리나라 중부지방 등지에 퍼져있지만 1속 1종의 식물이랍니다.
괸당이 전혀 없이 외롭다는 거지요.
곶자왈 숲속을 빠져 나갑니다.
굴메
굴메와 다래오름
형제섬, 가파도, 산방산
가파도는 마음이 착한 사람에게만 보입니다.
전망대에 올라
한라산을 봅니다.
다시 굴메와 다래오름
그리고 곶자왈을 가로지르는 포장도로
화순곶자왈의 시발점
골른오름
암석 부스러기 등의 화산쇄설물이 쌓여 있습니다.
날아 왔을까요? 밀려 왔을까요?
날아왔다면 산방산에서 날아온 것이고..
밀려왔다면 골른오름에서 부터 밀려와 쌓였겠지요.
다시 송악산
형제섬과 가파도..
바위를 타고 영역을 넓혀가는 바위손과 모람을 전망대에서 당겨보고
두레기도 당겨보고
산유자나무 정수리도 당겨봅니다.
시도 한 수 읽고..
소들의 한적한 시간
그리고 서로 껴안고 있는 때죽나무
훼방을 놓으려 다가갑니다.
때죽나무로 다가가는 중에 만난 제법 큰 탱자나무
감싸안은 때죽나무
조그마한 산유자나무에 열매가 있나 했더니 충낭입니다.
출구를 향해 가다가 ...
뒤돌아보고...
아직 어린 팽나무가 스스로 분재가 되어 바위틈에서 올라옵니다.
또 돌아보고...
미래의 곶자왈을 지배할 참식나무에게 미리 눈도장 찍고
따먹을 능력없는 다래와
따먹으면 큰일 날 때죽나무 열매를 보고
화순 곶자왈을 나섭니다.
식사할 곳으로 와서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조형물들과 인사를 합니다.
The Thorn Birds The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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