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진 길을 잇고, 잊혀진 길을 찾고, 사라진 길을 불러낸
제주 올레.
세계인이 찾는 트레일 명소로 거듭나려 하고 있습니다.
좋은 일이지요. 찬성! 찬성! 대찬성!
그런데 어떤 방법으로 명소로 거듭나려 하나요?
제주올레 걷기축제 행사홍보가 한창인 지난 11월 2일
KBS 수요기획 '빛의 길, 시에라네바다를 걷다-존뮤어트레일 358km' 을 보았습니다.
세계 트레커들이 꿈의 트레일로 여기는 곳.
스페인의 '까미노 데 산티아고', 캐나다의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과 함께
세계3대 트레킹 코스로 손꼽히는 미국의 존 뮤어 트레일.
캘리포니아 주의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따라 이어지는 358km 대자연의 길.
20일간 트레일 종주를 통해 존 뮤어 트레일의 대자연과 순수한 원시의 자연이
어떻게 보존·보호되고 있는지를 알려주었습니다.
이곳은 입산허가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자연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입장객의 수를 극도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트레일 그 자체를 보호하기 위해
있던 대피소까지 꼭 필요한 곳만을 제외하고는 다 철거하였습니다.
걷는 기쁨을 기억하고 있는 이들은 끊임없이 길을 찾아 떠납니다.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트레일은
그곳을 찾은 이들에게 잊을 수 없는 감동과 희열을 선사하겠지요.
지금의 우리 제주 올레는 어떨까요?
제주올레는 사실 처음 길을 낼 당시부터 나름의 원칙이 있었습니다.
되도록 아스팔트 길을 피하고,
사라진 옛길을 찾되
꼭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 할 때는
기계의 힘에 기대지 않고 삽과 곡괭이로 작업해
한두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의 너비로만 길을 내었습니다.
그리고 제주올레 정책실장은
어느 심포지엄에서 올레코스는 한두 사람이 지나가기에 적합한 형태로 디자인돼
한꺼번에 여러 명이 지나가면 길이 망가지기 쉽다며
올레길을 무리지어 다니지 말 것을 당부한 바 있습니다.
그렇게 말 들은 하면서도
대규모행사로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을 그 길로 불러들이는 것은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또 제주올레 대표께서는 "지금까지는 길을 내는데 역점을 뒀지만,
앞으로는 기존에 만들어진 길에 손길이 더 필요할 것"이라며
오름처럼 휴식년제를 도입해 올레길을 보호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만....
처음부터 훼손되지 않게 하는 게 더 중요한 것 아닐까요?
자연 그대로. 또는 제주인의 삶의 현장 그대로의 모습이 좋아 올레길을 걷습니다.
행정에서는 정비라는 미명하에 그 길 뒤로 따라 다니면서 인위적 공사를 합니다.
그리고 카페와 음식점이 난립합니다.
생태계 보호를 강조하며 시작한 올레가
결국 생태에 악영향을 주는 현상이 계속 발생합니다.
일단은 지역주민들에게 얼마만큼의 돈이 들어오니까
애정 어린 조언을 하고자 하는 사람도 아무 말을 못합니다.
하지만 이 땅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냐? 미래에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이냐?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제주 올레.
사랑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제주올레가 생기기 전에도 제주도를 해안으로,
해안에 연해있는 오름으로 몇 회 돌아 보았습니다만...
제주올레 덕분에 아무런 고생 없이, 편안하게
외로우면 외로운 데로, 즐거우면 즐거운 데로
열어준 길을 따라 걸을 수 있음에 행복합니다.
그래서 올레후원회원임이 자랑스럽습니다.
다만..이제는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에게 다 알려져 있는데
초기의 방법..최단 시간 내 붐업 시키려는 무리한 방법은 이제 지양하여
명실상부한 명품트레일이 되어 주었으면 하는
아주 소박한 바램입니다.
'행복하라. 이길에서'라는 테마로
제주올레 1~5코스(성산 시흥~효돈 쇠소깍)구간에서
9일부터 13일까지 5일간 진행되는 '2010 제주올레 걷기'축제기간 중에
나는 박물관에서 올레를 걸었습니다.
제주올레, 박물관에서 걷다
제주올레 총 22개 코스를 각 코스별로 나눠
인근의 주요 유물 발굴지를 소개하고
출토유물들을 전시하였습니다.
제주올레의 시작점인 1코스 발굴유물로는
제주의 선사문화를 대표하는 종달리 유적과 종달리 패총 등에서의 발굴유물이 선보였고.
제주올레 7-1코스의 강정동 유적에서는 신석기시대와 청동기시대 유물,
제주올레 17코스의 외도동 외도천변의 유물로는
원형 집터와 저장시설, 우물 등 시설과 함께 출토된
붉은 토기, 두드림무늬토기 등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주올레 코스 지도위에 300여 년 전 걸었던 제주목사의 길이 포개집니다.
조선시대 제주목사 이형상이 한 달에 걸쳐 제주도내 각 고을을 순회한 모습을
28폭 그림에 담은 탐라순력도를 함께 소개한 것이지요.
그리고 제주올레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사진들도 함께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사실 산만하기도 하고, 단순하기도 하고,
박물관 소장품을 제주올레 코스에 단순 병렬해 놓았다는 평도 있지만
그 시도 자체가 참으로 대단했다고 보고 싶습니다.
문화와 역사의 향기가 자연의 풍광과 어울려
제주올레의 품격을 한껏 높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보며.....
그날의 기억을 되돌립니다.
행복하셨나요? 이길에서..
어느 길에서건..
항상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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