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이야기/절오백 당오백

제주의 신당 - 와흘리

하늘타리. 2010. 5. 21. 07:50

 

석양.

하늘의 색이 바뀌는 시간..

그 중에서도 노란색으로 바뀔때 

나...가장 아련해 지는 시간...

그 시간대에

와흘리 한거리를 지납니다. 

 와흘리 한거리 하로산당

 

 

지난 2005년에 월평다라쿳당·송당본향당·수산본향당·세미하로산당과 함께 제주특별자치도 민속자료로 지정되어 있는 곳입니다.

마을 설촌의 역사와 시원을 담고 있는  본향당은 전통시대에는 마을의 가장 중요한 성소로서 마을공동체의 기초였으며,

마을 주민들의 공동체적 신앙의 대상이었을 겁니다.

지금은  1만8천신들의 고향인 제주도내 기층민의 민속신앙을 보여주는 일면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도 돌아보고 있는 것이고요.

2005년 당시 신당 전수조사에서 제주도내에는 총 458곳의 신당이 파악됐다고 하데요.

그중 제주시지역에 170곳, 서귀포시지역에 189곳에서

규모는 다르지만 민속신앙행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합니다. 

 본풀이를 비석에 새겨놨습니다.

보이면 읽어보시지요.

혼자살면서 일곱아기를 양육하며 

이곳에서

장적,호적,생산,물고를 차지하고 있던 서정승 따님애기에게

사냥을 다니던 선씨할아버지를 통해

인연을 맺어

이곳에 좌정한

소로소천국 열한번째 아들 산신또가.. 

 서정승따님애기가 돼지고기를 먹었다고

알당으로 쫒아내고 웃당에서 생산,물고,호적,장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백조십일도령 본향 신위

 쫒아 냈건, 차지했건 효험이 센 당이라 소문이 나니

 당궐이엄청 많이 오는지

제단이 넓직합니다.  

 

저 한쪽에 서정승 따님애기가 계십니다. 

 

 당나무에 지전물색이 걸려 있는게 아니고

 부근에 곱게 접어놨습니다.

 그리고 레이스달린 여자용 속옷이 놓여 있습니다.

예전엔 색동 치마, 저고리가 있던데...

 당 외곽을 둘러봅니다.

 

 

 

 

 당을 나와서 본 경고문

민속기념물로 지정한곳이라서

무언가 다를 줄 알았더니

역시 민속과 무속을 구분않하는 관의 입장은 똑같습니다.

 

출입도 하면서 그 나무를 관리해야지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출입을 금지하면

어떤게 우선이 될까요.

 

당궐이 출입을 하니 당이고

당이 있으니 당목이지

당이 없으면 아무 의미없는 오래된 나무이지 수호신목이 아닙니다.

그리고 관에서 길을 내거나 확장하는데 걸리적거리면

이런 저련 핑계로 사정없이 밀어버리겠지요.

같은 와흘 고평동, 굇드르마을에

소로소천국의 열번째 아들이 좌정한 산신당이 있습니다만

해가  지고있습니다.

그곳은 담장도 제단도 없이 나무한그루가 풀숲속에 있어 

어스름에 찾기가 어렵습니다.

 

다시 올기회가 있으면 그때 찾기로 하고

와흘리를 떠납니다.

 

<1년이 훨씬 지난 뒤 추가>

 

2011년 10월의 어느날

와흘리 한거리를 지납니다.

문득 차를 세우고

서정승따님애기 신목이 보이는

담장밖에서 까치발을 합니다.

 

불이 나 그을려있던 신목의 밑둥이 이제 자기색을 찾았습니다.

 

고맙고 기쁜 마음에 사진 꾹꾹...

 

 

 

 

Faure
Elegie in c minor Op.24  

Pierre Fournier, violoncello
Ernest Lush, pi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