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에서 서귀포로 가는 516도로 표지석에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곰솔나무숲으로 유명한 산천단이 나옵니다.
물메에 있는 곰솔이 더 오래되었는지, 이곳의 곰솔이 더 오래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물메는 한 그루만 덩그러니 연못가에 서 있는데 반하여
이 곳에는 약 2~30미터 높이의 나무 8그루(?)가 이웃하여 있습니다.
산천단(山川壇)이라는 이름이 고유명사는 아니지요.
산천제를 지내는 제단을 뜻하는 것으로 서울 청파동을 비롯하여 전국 명산 대천에 몇 곳이 남아 있습니다.
산천제란 태양. 달. 산. 하천 등을 숭배한 신앙의 하나인데
산이나 강가에 산천단을 지어 제물을 차려놓고 자연에 치성을 드리는 우리나라에 오래된 자연신 신앙입니다.
조선시대에 와서는 풍운뇌우단(風雲雷雨壇)이라고도 했습니다.
산천단 제사터라는 표석을 보니
갑자기 이약동이라는 분이 생각나네요.
하얀 눈에 덮인 산천단 분위기에 빠지러 왔는데.....
탐라기년이라는 향토사서가 있습니다.
김석익선생이 제주의 역사를 시간의 순서대로 기술한 역사서인데 여기에 제주도 산천단의 기록이 나옵니다.
예부터 산천제를 비롯하여 여러 제사를 봉행했던 유서 깊은 곳으로 특히 1470년 이약동 목사시절에 한라산백록담에서 지내는 산신제를 준비할 때 많은 사람이 추위로 얼어 죽거나 산길 눈길에서 미끄러져 다치는 등 많은 희생이 있어 이곳에 제단을 마련하여 봉제하였다는 내용입니다.
이것은 1977년 향토사학자 홍정표님이 찾은 漢拏山神祭古선(土單)碑를 찾아서 증명되었다 합니다.
문외한인 저는 잘 이해가 않가는게
선(土單)자 자체가 제사터를 의미하는 것이고 그 앞에 古자가 붙었으니 지금 하는 데가 아니고 예전에 했던 곳이라는 이야기가 되겠지요.
그러면 이약동목사가 그 비를 세웠다면 이 자리가 이약동 이전 그 옛날에 제사를 지냈다라는 이야기가 될 것이겠지요.
게다가 그 때부터 230여년 지난 1703년 당시 목사 이형상이 조정에 나라의 명산대천에서 행하는 작은 제사까지도 그 절차와 규범이 모두 기록되어 있는데
한라산에 대해서는 그 제의에 실시 및 규범이 누락되어 있으니 정해주기 바랍니다 라는 요청이 있었고
당시 영의정이 여태까지 하지 않은 제례를 이제 새삼스러이 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명산에 제례를 지내지 않는다는 것도 그러하니
조정에서 향촉을 보내고 현지목사가 제를 봉행하는 방법을 제시하였고
치악산과 계룡산의 산신제규에 의해 2월 7일에 실시하라는 지시가 내려오기 전까지는 제례의 기록이 없습니다.
하여간 언제부터인가 제사를 지내 왔던 곳이고 일제강점기에 없어졌다가 해방 이후 인근 마을 주민들에 의해 제례가 부활되었다 합니다.
(필연까페 자리에서 찍은 193~40년대 산천단 사진. 도청 홈피)
몇 일전에 도지사가 초헌관이 되어 제사를 봉행했다고도 하니
삼재팔난을 없도록 해주십사하고 빌면서 곰솔도 둘러 보면서 한바퀴 돌겠습니다.
필연이라는 까페로 갑니다.
까페가 아니라 까페터가 되었네요.
하얀 눈에 쌓여 이렇듯 분위기 좋은 산천단에 와서 분위기에 젖을 생각은 안하고
쓸데없는 시시비비거리만 생각하고 있는 내자신이 한심스러워
혼자라도 커피한잔에 분위를 만들어 보려 했더니
도와주지 않네요...
그래도 예전 좋은 분위기를 되새기며 한바퀴 돕니다.
돌아가야지...하다가
무언가 하나 확인 해 볼게 생각납니다.
애국지사 고수선님 묘소
저는 몇년전에 묘소가 다른데로 옮겨졌다고 들었는데
아니라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냥 있다는 거지요.
안내판이 있습니다.
그 자리에 있는 가 봅니다.
눈길을 따라 들어 왔더니
없습니다.
묘역터만 있고
봉분은 없습니다.
어디 더 좋은데로 이사가셨습니다.
주변에 같이 누워 있던 친구분들과 헤어져
같은 활동을 하셨던 분 들 곁으로 이사하셨습니다.
주변에 있는 외로운 봉분, 번듯한 봉분 등 을 돌아봅니다.
Hodoo - Urna Chahar-Tug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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