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이야기/한라산 자락

목시몰굴, 대성이굴

하늘타리. 2009. 8. 14. 11:09

 

4.3이 발생한 그 해 11월 

진압군은 해안선으로부터 5km 이상 떨어진 중산간 지대를 '적성(敵性)지역'으로 간주하여, 강력한 토벌작전을 전개하겠다는 포고문을 발표했습니다.

 제주도의 지형상 '해안선에서 5km 이외의 지점'은 대부분 중산간마을이 포함됩니다.

무장대 근거지라 추정되는 산악지역은 아니지만 중산간에 자리잡은 마을 주민들이 무장대에게 도움과 피난처를 제공하고 있다는 추정아래 채택된 것이겠지요.

 

허지만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지 않은 그 당시에 주민 모두에게 전달될 시간도 주지 않고

사흘만에 들이 닥친 진압군은

중산간 마을 주민을 소개시킬 때마다 민가를 차례로 불질러 마을 전체가 불길에 휩싸였고,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해 버렸습니다.

 더욱이 가을겆이도 채끝내지 못하고 가산정리등으로 머뭇거리던 마을의 주민들은

오도가도 못한 채 중산간지역의 굴과 숲을 찾아 도피하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결국

반못굴에서

목시물굴에서

뱅뒤굴에서

 

그렇게

그렇게

동백꽃들은 졌습니다.

 

여긴 내 집이 아니라네
내가 거처할 곳이 아니라네 잠시
살러온 것 뿐이라네
저기,
내가 돌아가야 할 곳은 두 참 남짓
멀지 않은 곳이라네
굴에서의 삶은 입에 곡기가 없었다네
굴 속에서 끌려나온 나의 몸이 총탄을 실컷 먹었다네
그건 나의 집의 밥이 아니었다네
그 위에다 휘발유,
내 몸 위에 불이 얹어졌다네
그건 나의 집의 온돌이 아니었다네
그 위에 나의 시신 위에
살아남은 자들이 흙을 덧씌워줬다네
그건 나의 집의 이불이 아니었다네
내가 돌아가야 할 곳은
잔디 입혀 이장한 이 무덤이 아니라네
여긴 내 집이 아니라네
나의 집은, 저기
두 참 바로 못미처
내가 살던 바로 그 집
마저도
불에
타버렸지만

- 김경훈 시인 <집>
* 부제 : '선흘리 목시물굴에서'

 

..........

 

반못은 지난번 반못굴을 찾아왔을때 언듯 보았지만

무슨 가든 문을 통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가든정원에 딸려 있는 연못으로 생각하고

다가가지 않았지요.

 

지난번 반못굴을 둘러보고

찾아나섰으나 그냥 지나쳐 버린

목시물굴과 대성이굴을  다시 찾아오면서

반못에 들러 보았습니다

 

많은 습지의 물이 마르거나 유수의 유입이 원활치 않아  썩어가고

 

심한 경우는 그냥 메꾸어져 버렸는데

이곳은 마을에서 정비하는 건지 식당에서 관리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름 정비가 되어 있네요.

 

 

 

 

 

목시물굴 가는길 입니다

개인 농장표시가 되있어서

아닌가 했는데

밑에 조그맣게

목시굴 4.3이라고 쓰인 판자조각이 있더군요

그래서 들어 왔는데

습지에 있는 거욱대 지나 도로 한가운데

많은 벌통과

그위로 윙윙 날라다니는 벌떼들

접근할 생각을 못하고

한참을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서

통과합니다

 

 

 

 

 

다행이도 철문이 시건이 않되어 있습니다

입구가 낮아

쪼그려 들어가야 합니다

그래도 들어가니 약간의 공간은 나옵니다만

그냥 먹먹해 질 뿐입니다.

 

 

 

 

 또다른 입구입니다

조금 전의 그 입구로 들어간 동굴과 서로 통해 있는지 여부는 모르겠습니다만

한명이 겨우 통과할 입구와 두세명 쪼그리고 앉을 수 있는 거주공간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목시물굴 주변에 큰길옆에 있는 대성이굴말고

또 한 굴이 있다고 해서

한시간이 넘게 주변 숲속을 뒤졌으나 긁히기만 하고 찾지 못했습니다

목시물굴 입구 두개를 따로 따로인 것으로 말해 준 것이라 생각됩니다

 

 

 

 

 어찌 어찌 큰길로 나와서 다시 대성이굴로 찾아갑니다

 

 

 

 

 

 

 

 

 

 

 

 

 

 

 

 

 

 

 

 

 

 

 

 

 

 


굴을 탐사하고 나오는 길에

혼자서 계속 중얼거립니다.

 

용서하세요

용서하세요

 

解寃相生

往生極樂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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