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소녀의 자유로운 영혼과 맑은 눈동자
그 여행을 통하여 그 곳에서 만나는 자연의 숨결과 기운을 보고 느끼며 내 몸과 마음도 함께 새로워집니다. 또는 그 여행지에서 새로 만나는 낯선 사람들과 아름다운 영혼을 통하여 삶의 혜안과 넉넉함을 덤으로 얻어오기도 합니다. 사람이 그 어떤 꽃보다도 더 아름다운 이유입니다. 이렇듯 여행으로 얻을 수 있는 사람 만나는 즐거움을, 오늘은 그림 여행을 통하여 함께 나누어보려고 합니다. 프랑스의 고전주의 학파인 윌리엄 아돌프 부궤로(William-Adolph Bouguereau, 프랑스,1825-1905)가 그림으로 소개하는 순수한 영혼과 맑은 눈동자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
그의 주요 작품에는 ' 비너스의 탄생(Birth of Venus, 1879)', 라로셀의 대성당에 있는 '채찍질 당하는 그리스도'(The Flagellation of Christ, 1880), 어린 큐피드와 푸시케의 첫 입맞춤 (First Kiss, Cupid and Psyche as Children, 1889), '푸시케의 환희'(The Rapture of Psyche, 1895) 등 주로 신화와 종교를 주제로 한 그림들과 다수의 초상 그림이 있습니다.
위의 두 그림에서 보시는 것처럼, 실제로 절하려고 준비하는 어린 소녀의 수줍은 미소와 표정, 몸동작, 곱게 모은 발, 살짝 들어올린 손가락과 치맛단까지 마치 인사를 받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게 됩니다. 두 번째 그림도 마찬가지로 머리모양, 색깔, 손가락과 옷깃까지 너무도 정밀하여 자연스러우며, 힘주고 있는 손가락의 모양과 고개 숙여 수줍게 미소 짓는 표정에서 장난기 많고 짓궂은 소녀의 성격이 느껴집니다. 발 아래 이름모를 작고 소박한 들풀과 들꽃, 뒤 배경의 나무 잎새까지 자연스럽고 사실적이며, 바닥의 작고 앙증맞은 꽃들과 우윳빛 피부를 통하여 표현된 소녀의 귀엽고 예쁜 모습이 돋보입니다. 두 소녀가 닮아 보일 만큼 성격도 모두 장난기가 가득해 보이며, 순수하고 천진난만해 보이는 감성이 잘 드러난 작품입니다. 살아 있는 두 소녀의 눈빛을 대하는 것처럼 생생한 느낌입니다. |
|
|
|
그러나 여유 있게 감상해 보면, 그런 평가와는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위 네 소녀는 모두 직업과 나이도 같거나 비슷하지만 분위기나 그 성격에 있어서 각기 다 다르게 다가옴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앉거나 선 자태, 각기 다른 손모양과 자세를 통해, 여리게 보이지만 내면은 강하거나 또는 얼마나 자유로워 보이는 성격인지, 또 얼마나 새침하고 야무진 성격인지 그림만을 보고도 실제로 소녀를 만난 것처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다르게 묘사된 성격과 각 그림의 성격묘사를 위해 네 소녀 각각의 머리 색깔과 모양도 각각 다르게 표현했으며, 입고 있는 옷이나 걸친 망토도 그 모양과 색깔을 달리 묘사하고 있습니다. 또한 배경의 풀이나 가축, 나무와 잎새, 하늘의 색깔과 윤곽 등을 그 성격과 감정의 표현을 위해 각기 다르게 적절히 배치시켰음을 비교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독자를 응시하는 눈동자와 눈빛이 주는 느낌이 모두 맑고 당당하여 그녀들의 삶이 궁금해지게 만들며, 함께 얘기 나눠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들 만큼, 소녀의 느낌은 강렬한 기억으로 남습니다. 그 눈빛의 느낌도 네 그림 모두 각각 다르게 다가오며, 각 인물의 성격을 특징짓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부궤로가 그림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그만의 주요 능력이었으며, 아마도 그의 모든 그림 속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일 것입니다. |
|
"매일 나는 기쁨에 젖어 작업실에 갔다. 저녁에는 어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멈춰야 했지만 다음날 아침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참기 어려운 일이었다. 내 작품은 단순한 기쁨이 아니라, 하나의 욕구가 되었다. 내가 인생에서 다른 무엇을 더 가지게 된다 할지라도 내 소중한 그림을 못 그린다면 나는 비참해질 것이다." 이것은 부궤로가 생전에 남긴 고백이었습니다.
그가 그림에 쏟은 사랑과 애정이 유난히 깊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바로 위 두 그림의 등장인물인 자매로 보이는 두 소녀에 그림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주변의 풀 하나, 이름모를 들꽃 하나, 늘어진 줄기나 잎새 하나하나도 주인공처럼 살아 있는 듯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멀리 있는 나무나 잎새, 사람의 발에 자주 치인 바닥의 초록풀까지도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며 바람에 일렁이는 듯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두 소녀가 입은 옷감의 재질과 결도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표현되었습니다. 두 소녀의 손동작과 머릿결의 자연스러움이 소름 끼칠 정도로 사실적이며, 앞섶에 맨 끈이나 옷감의 구김과 주름도 그렇습니다. 특히 독자를 압도하는 것은 두 소녀의 미소와 표정이 매우 부드럽고 자연스러워 함께 미소 짓게 된다는 점이며, 눈동자와 눈빛이 지금도 살아 있는 것처럼 강렬하게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이는 소묘나 연필 스케치처럼 선 하나하나를 정교하게 작업한 것이 아니라, 빛과 그림자의 미세한 농담과 색조의 미묘한 단계까지 세분화하여 정교하게 표현하였으며, 독자가 못 느낄 만큼 주변의 작은 사물과 그 사물의 일부 하나하나, 그 그림자의 명암까지도 색채를 이용하여 부드럽고 은은하게 묘사함으로써 사진보다도 더 사실적인 느낌을 받게 됩니다.
독자가 마치 화가와 함께 그 당시의 상황과 현장에 함께 마주 앉아 있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러한 특징은 위 두 그림뿐만 아니라 오늘 감상한 여덟 점의 그림과 부궤로 작품 대부분의 주요한 특징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나무기둥과 그 줄기, 그 잎새, 바닥까지 세심하게 배려하여 배치된 들풀, 그리고 색조의 미세한 단계까지를 분할하여 정교하고 부드럽게 표현한 것입니다. 또한 등장인물이 입고 있는 옷감의 원근과 명암, 채색의 밝기까지 매우 정교한 차이를 빛과 색체로만 자연스럽게 묘사함으로써 재질과 느낌이 생생하게 전해지도록 한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의 자세와 옷매무새, 표정, 미소, 눈 빛, 눈동자까지 매우 자연스럽다는 것입니다.
그의 그림을 보고 난 한참 후에도 독자(관객)의 얼굴에도 그림 속 소녀의 미소와 웃음의 여운이 남아 번집니다. 부궤로의 그림을 통해 무려 100여 년 전에 살았던 그 당시 짚시소녀와 양치기소녀들의 자유롭고 순수한 영혼과 아름답고 맑은 눈동자를 만나고 선물 받았습니다. 우리의 가슴 한 켠에도 어느새 소녀들의 영혼이 물든 것처럼 맑고 순수해진 느낌입니다. 또한 내 머리 속 한 자리가 그녀들의 넉넉한 미소로 각인되어 한 장의 필름처럼 자꾸만 머릿속을 떠다닙니다.
▲ Bouguereau's "The Little Beggar Girls"
위의 작품은 William-Adolph Bouguereau 의작품 중 유일하게 거지소녀들을 그린 것인데 그림속의 소녀들은 거지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처음 접했던 부궤로의 작품 ' 비너스의 탄생(Birth of Venus, 1879)'에서 받았던 신비롭도록 아름다운 인간에대한 애정을 그대로 느낄 수가 있습니다. |
ⓒ2005 Bouguereau
부궤로는 80년 동안 800 여점 이상의 작품을 남겼는데, 이후 인상주의나 사실주의 화가들과 견주어도 결코 손색이 없을 만큼, 부궤로의 그림들은 사실적이면서도 아름답고, 보고 나면 오래 기억되며 또 다시 보고 싶어질 만큼 매우 인상적입니다. 잠시 시선을 맞추고 감상하면, 직접 찍어 놓은 사진을 보고 있는 듯, 지금도 살아 있는 실재 소녀와 마주하고 있는 듯, 그 당시의 상황과 현장 속에 함께 있는 듯한 신비한 마술에 빠져들게 됩니다.
부궤로는 1825년 11월 30일, 프랑스 라로셀(La Rochelle)에서 태어났고, 1905년 8월 19일, 같은 곳(라로셀)에서 사망하였습니다. 주로 고전적이고 종교적인 주제로 그림을 그렸으며 19세기 후반, 프랑스의 아카데미 회화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화가입니다.
1846년 프랑스 국립미술학교에 들어갔으며, 1850년에는 '로마상'을 타기도 하였습니다. 4년 동안 로마에서 공부한 뒤, 프랑스에 돌아와 세부 묘사와 윤곽에 주의를 기울인 화풍의 신화를 그려 크게 인기를 얻으면서 당대에서는 가장 유명한, 성공한 프랑스 화가가 되었습니다. 그 뒤 귀족의 집을 장식하는 일도 하였으며, 오늘날에는 오히려 그가 그린 초상화들이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오늘 감상할 작품들도 모두 소녀를 주제로 한 인물 그림입니다.
|
'모셔와 가꾼 아뜨리움 > 그림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 사임당의 그림 (0) | 2008.12.14 |
---|---|
장승업 '닭과 맨드라미' (0) | 2008.12.13 |
솔로천국 커플지옥 - 주정아 (0) | 2008.12.13 |
16, 17세기 일본화 (0) | 2008.12.13 |
Gogh가 하는 이야기 (0) | 2008.1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