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셔와 가꾼 아뜨리움/그림읽기

솔로천국 커플지옥 - 주정아

하늘타리. 2008. 12. 13. 23:11

 

 

 

스쿠터 보이, 장지에 목탄 채색, 181x227cm, 2005

 

오늘 소개하는 그림은 주정아란 작가가 그린 LOVE BUG 연작이다.

스쿠버 보이가 놀라는 모습이 귀엽다. 고글 표면에 잡힌 커플의 애정행각에

영 마뜩찮은 표정을 짓는 스쿠터 보이!

 

 

love bug-올드미스, 장지에 목탄, 천연염색, 46.5x54cm, 2006

 

 개인전을 앞두고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주정아 작가는

유머와 위트로 한국화를 젊은 감각으로 재탄생시킨 촉망받는 작가였다.

작가는 인간에게 기본적인 감정인 질투, 사랑에 대한 목마름, 일상의 권태 등의 감정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작품을 통해 자신과 그리고 그림을 보는 모든 이들이 웃음과 함께 선사한다.

계단에선 너무 심한 사랑-오버액션은 피해야 하나? 올드 미스의 눈꼬리가 매섭다.

 

 

개도 남자다, 장지에 목탄, 100x100cm, 2006

 

개성과 위트 넘치는 현대 한국화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런 재미난 그림을 그렸던 작가가 암으로 죽었다는 사실이 정말 아쉽다.

크리스마스가 될 때마다, 세계 대전 당시의 전시포스터를 패러디한 <커플지옥 솔로천국>

시리즈는 이 작열하는 태양빛 아래서도, 꿋꿋하게 손을 잡는 커플들을 위해

유효할것 같다. 오죽하면 개도 커플과 함께 산책은 싫다고 할까.

 

 

이 죽일놈의 연애, 장지에 목탄, 34x23cm, 2006

 

흔히 유모(Humor)와 위트는 다른 성격을 가진다고 배운다.

미학에서는 위트가 있어 똑같이 웃음을 인식하고 표현하지만 위트가 순수하게 지적 능력인 데 반해

유머는 웃음의 대상에 관해 동정을 수반하기에 인간이 지닌 숙명적인 슬픔을 느끼게 하는 데 그 특색이 있다고 말한다.

 

바로 주정아의 그림 속엔 아련한 유모가 있다. 질투에 대해

혹은 내가 갖지 못한 연애사와 사적 체험에 대한, 여러가지 감정의 앙금, 그 무늬들이

장지 위에 곧 바스라질것 같은 목탄의 향기로 그려진다.

 

 

love bug-thinking of, 장지에 목탄, 90x73cm, 2006

 

누군가를 생각하고, 그림 속 알알이 박혀버린 눈물로

시간을 보낸 이들도 있을 것이고, 사랑이란 개인사 앞에 울어보지 않은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에 빠져본다.

 

 

노란가을, 130x130cm, 장지에 목탄, 2006

 

주정아가 그린 사랑벌레는 곤충의 특성을 은유적으로 사용한

작품이라 볼수 있다. 사랑 벌레 수컷은 꼬박 3일 동안이나 끌어안고 교미를 계속한다.

그래서 별명이 사랑벌레이다. 오랫동안의 교미로 짝을 붙들어둔다.
그녀의 그림 속 싱글과 커플의 대조는 이런 생태학적 상상력을

유모러스하게 처리한다.

 

 

love bug, 장지에 목탄 채색, 59x47cm, 2006

 

스잔한 가을이 오기 전에, 솔로들은 연애에 들어가라......

뭐 이런 생각이 그림을 통해 들지 않을까? 그렇지 않으면 황색 가을을 맞이할때

눈물을 흘리려나.....잘 모르겠다.

 

 

쯧, 쯧, 쯧, 장지에 목탄 채색, 130x262.2cm, 2006

 

왠지 누가 뭐래도 난 솔로가 좋다고 주장하는

이 블로거를 향해 그림 속 인물들처럼 혀를 찰것 같기도 하고......

난 그래도 꿋꿋하게 복서처럼 헤쳐나가야 할거다 ㅠ.ㅠ

 

 

love bug-복서, 오선지에 목탄, 꼴라쥬, 50x50cm, 2006

 

괴로움으로 하여 그대는 울지 말라
마음이 괴로운 사람은 지금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니 아무도 곁에 없는 겨울
홀로 춥다고 떨지 말라

눈이 내리면 눈이 내리는 세상 속으로
언젠가 한 번은 가리라 했던 마침내 한 번은 가고야 말 길을
우리 같이 가자 모든 첫 만남은 설레임보다

두려움이 커서그대의 귓불은 빨갛게 달아오르겠지만
떠난 다음에는 뒤를 돌아보지 말 일이다
걸어온 길보다 걸어갈 길이 더 많은 우리가
스스로 등불을 켜 들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있어
이 겨울 한 귀퉁이를 밝히려 하겠는가

가다 보면 어둠도 오고
그대와 나 그때 쓰러질 듯 피곤해지면
우리가 세상 속을 흩날리며 서로서로 어깨 끼고 내려오는
저 수많은 눈발 중의 하나인 것을 생각하자
부끄러운 것은 가려주고 더러운 것은 덮어주며 가장 낮은 곳으로부터
찬란한 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우리
가난하기 때문에 마음이 따뜻한 두 사람이 되자
괴로움으로 하여 울지 않는
사랑이 되자

 

안도현의 <그대에게> 전편

 

올 여름.....솔로들에게, 연민의 마음으로 이 그림을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