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0일
제천을 갑니다.
옛 기록인 동국여지승람에 ‘제천을 가려면 말 발굽이 다 부러졌다’라는 기록이 있을 만큼 험준한 곳이었지요.
최근에는 국도와 지방도가 잘 연결되어 아주 접근성이 뛰어납니다.
그리고 그동안 접근하기 어려웠던 것들을 보상해주려는 듯 눈길 닿는 곳 마다 절경을 보여줍니다.
게다가 내륙의 바다라고 하는 청풍호와 어우러지는 자드락길이 있습니다.
자드락길이란 ‘나즈막한 산기슭의 비탈진 땅에 난 좁은 길’을 일컫는다고 합니다.
현재 총길이 58㎞, 7개 코스가 개발돼 있는데
이 7개 코스 모두 걷는 동안 청풍호를 조망할 수 있을뿐 아니라 저마다의 운치를 자랑합니다.
오늘은 이중 2코스 정방사길을 갑니다.
정방사길은 짙은 향의 소나무길을 따라 길옆으로 내려가는 맑은 물소리를 들으며 올라가는 길입니다.
금수산 천년 고찰 정방사는
통상 표현하기로....
절벽 아래 제비집처럼 자리잡고 있다고 하지요.
그곳에서 바라보이는 월악산 영봉과 겹겹이 이어지는 산능선
그리고 그 아래를 유장하게 감싸도는 청풍호의 모습은 정말 장관입니다.
자드락길의 평균 난이도는 등산과 평지 걷기의 중간쯤에 해당합니다만
이 2코스 정방사길은 그보다는 조금 더 헐떡거려야 할겁니다...
그 보상은 아주 클것입니다.
능강교 뒤로 클럽 ES 리조트 건물이 보입니다.
능강교 아래로 내려서서 화살표가 가르키는 방향으로...
정방사로 갑니다.
약간의 헐떡임 끝에 절집으로 짐을 올리는 도르레를 만나면 다 온겁니다.
다시 바위 사이를 돌아들면 정방사가 나옵니다.
금수산(1,016m) 산자락인 신선봉(845m)에서 청풍방면 도화리로 가지를 뻗어내린 능선상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속리산 법주사의 말사이며 기도처로 유명합니다.
창건 시기는 신라 문무왕 2년인 662년이라고 전해지나,
이 시기의 사찰 창건에 대한 대부분의 이야기가 그렇듯 확증할만한 기록은 없습니다.
절집을 돌아봅니다.
종각을 지나면
우측으로 다실인 청풍루, 스님이 기거 중인 유운당, 주법당인 원통보전, 그리고 나한전이
의상대라 불리는 큰 바위 아래 자리잡고 있습니다.
주법당인 원통보전을 갑니다.
세 개의 편액이 걸려 있습니다. 정방사, 원통보전, 그리고 유구필응
유구필응有求必應이라고 쓰여 있는 현판을 보며 잠시 생각에 빠집니다.
有求必應感應道交라고 해서 '간절히 기도하면 반드시 감응이 있다'는 화엄경에 나오는 글귀인듯 합니다.
예 그렇습니다.
진실한 기도는 부처와 중생의 교감으로 이루어 질것입니다.
사찰의 주존불인 목조 관음보살 좌상은 제천시 시도유형문화재 제206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나한전
그리고 그 뒤로 돌아가
의상대라고 하는 거대한 암벽에서 나오는 샘으로 갑니다.
이 높은 곳에서 샘이 나온다는게 참 경이롭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한모금 마셔봅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주법당 뒤편과 나한전 측면으로 주련을 달았습니다.
어디에도 없는 일이지요.
포스팅하며 알았습니다만 ...
법당 후면 주련의 글귀는 불경에 나오는 글귀가 아니고
조선중기 학자 삼연 김창읍도 정방사 뜰 앞 풍경에 감복해서 쓴 시 중 한편을 옮긴것입니다.
고무고천환반저(高無高天還返底) 높음이 하늘보다 더 높은 것 없으나 도리어 밑으로 돌아가고
담무담수심환묵(淡無淡水深還墨) 맑음이 담수보다 더 맑은 것 없으나, 깊으니 도리어 검도다
승거불지소무욕(僧居佛地少無慾) 스님은 불국정토에 있으니 조금도 욕심이 없고
객입선원노불비(客入仙源老不悲) 객이 신선 사는 곳에 들어오니 늙음 또한 슬프지 않구나.
해수관음
청풍호를 내륙의 바다라고 하지요.
당연히 해수관음이 서 계셔야지요.
너무 견강부회인가요?
산신각
지장전
지장보살 뒤에 금빛으로 새겨진 마애 지장보살이 또 한분 계십니다.
두분 모두에게 정중하게 허리굽혀 인사합니다.
地藏菩薩 滅業障眞言
옴 바라마니 다니 사바하
옴 바라마니 다니 사바하
옴 바라마니 다니 사바하
절집에서 바라보이는 풍광을 봅니다.
이 절집이 있는 산 이름이 비단(錦) 수놓은(繡) 금수산(錦繡山)입니다.
약 500년 전까지는 백암산(白巖山)이라 불렸는데
퇴계 이황(李滉)이 단양군수로 재임할 때
그 경치가 비단에 수놓은 것처럼 아름답다 해서 현재의 이름으로 개칭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산만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고 이산에서 보이는 모든 것이 아름답습니다.
눈에 담고 마음에 담으며 한 바퀴를 돕니다.
스님과 박새
서로의 교감이라고 생각하니 즐거운 웃음이 나오고...
어쩌면 새도 영리해져서 스님하고 놀아주고 먹이를 편히 구하려고 하는 것 아닐까 생각하니
그것도 슬그머니 웃음이 나오네요.
둘이 오래 오래 친하게 잘 지내세요.
눈에 비추인 모든 것이 아름답고
그것을 받아들인 내마음이 아름답습니다.
마음속으로 수없이 환희의 종을 울립니다.
유운당
구름은 머물러도 되겠지만...
이제 나는 내려가야지요.
절집을 나오기전 들어가기전 꼭 들러야 한다던 해우소를 봅니다.
큰 근심이건 적은 근심이건 그 근심을 해결하는 중 최고의 풍경을 자랑한다고 합니다.
필요하신 분들은 꼭 들러보세요
일주문 역할을 하는...
길을 사이에 두고 선 바위사이를 나와 다시 돌아봅니다.
그리고...
아쉬움 떨구고 절집을 나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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