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이야기/한라산 자락

왕이메의 복수초와 변산바람꽃

하늘타리. 2013. 2. 21. 21:28


헌화가

 

 검붉은 바위가에
 암소 잡은 손 놓게 하시고
 나를 아니 부끄러워 하시면
 꽃을 꺾어 바치겠습니다.

 

紫布岩乎邊希 執音乎手母牛放敎遣 吾肹不喩慙肹伊賜等 花肹折叱可獻乎理音如

 

신라향가... 수로부인 설화에서

 

 

문득  복수초를 보고 싶어서...

다른일 제껴두고 왕이메를 갑니다.

 

짐짓 '복수초야 너 보러 온거 아니다'라는 듯이 정상을 올라갔다가 사방을 두리번 거리기도 하고

마음은 급하지만 굼부리로 바로 내려가지 않고 능선을 따라 한바퀴를 돕니다.


이제 곧 피어날 새우란이 있는 곳을 가서

'새우란 잎들아 겨울동안 버티느라 수고 했다 이제는 곧 꽃대와 새잎이 올라올테니 편히쉬려므나'하고 위로도 하고

수직동굴 두곳도 보고

노루도 만나고

그렇게 한바퀴돌고

어험하며 복수초들이 모여있는 곳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엎드려서 복수초와 눈맞추느라 정신이 없었죠.

 

수줍게 피어있던 변산바람꽃도 몸을 낮추니 내눈앞으로 다가옵니다.

 

새우란보다 꽃을 일찍 피어야 겠다고 힘을 쓰는 박새에게도 응원하였지요..

 

마음으로 가득 꺽은 꽃으로 꽃다발을 만들었습니다.


그날의 기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