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이야기/한라산 자락

비오는 일요일 광치기에서 섭지코지 한바퀴

하늘타리. 2011. 2. 28. 09:06


비오는 일요일 해변을 걷습니다.

광치기해변에서 출발하여 섭지코지를 한 바퀴 돕니다. 

 

성산이 왜 나한테 않오고 반대쪽으로 가느냐며 자꾸 부릅니다. 

오늘은 섭지코지 한 바퀴 돌고 갈게요.

 

그래도 서로 아쉬워서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육계사구를 지나갑니다.

 육지와 연결된 모래언덕이라는 이야기지요.
다시 말하면 그 어느 시기 좀 더 구체적으로 조선중기까지 바다였던 곳 위를 오늘은 모래를 밟으며 걷습니다.

관광의 목적으로 일출봉이라는 새로운 이름이 붙어진 성산은

해수면의 위치가 현재와 거의 동일했던 약 5천 년 전

수심이 얕은 바다에서 화산폭발에 의해 형성된 거대한 응회구임니다..

젖은 쇄설물의 계속적인 퇴적이 결국 경사각이 큰 응회구를 형성할 수 있었으며,

이것이 다시 화산쇄설물의 주기적인 붕괴의 주요 원인이 되었습니다.
일출봉에서 깎여나간 화산쇄설물의 많은 양은 주위 해안에 다시 퇴적되어

신생대 퇴적암층인 신양리층을 형성하였다고 합니다.
그 퇴적암층위로 모래가 쌓이고 또 쌓여

지금처럼 육지와 섬을 연결하는 사구가 생기고

그 위를 정비해 길을 만들었습니다

 

 그 퇴적암들이 해변을 연해서 듬성듬성 모습을 드러냅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대수산봉과 소수산봉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습니다.
물이 나온다 하여 물메(水山)이라 한다고 하는데
같다 붙인 이야기입니다.
왜냐고요?

수산봉이 있는 수산리의 원이름이 首山里입니다.
고려사에 보면 고려 충렬왕 3년(1227년) 원에서 제주도를 지배할 당시 (1273 - 1368)

동서아막(東西阿幕)을 설치하고 다루가치로 하여금 몽고 말 160필을 제주에서 감목(監牧)하게 하였는데,

동아막(東阿幕)을 首山아래 首山坪에 설치하여

목양과 병참 기지로 삼았다고 하는 수산이 바로 저곳입니다.


그러다가 후에 마을이름을 이런저런 이유로 수산으로 바꾸었습니다.


그건 그렇다 치고
해중 케이블 설치 표시가 보입니다.
제주도에는 두 가지 종류의 해중케이블이 설치되어 있지요.


하나는 전기를 끌어오는 케이블입니다.
자체 화력발전으로는 전기를 모두 댈 수가 없어

전남 쪽에서 해저케이블로 제주도 필요량의 40%가량을 끌어다 쓰는 케이블이

삼양으로 연결되어 있고요.


또 하나는 통신케이블이지요.
성산포와 고흥간 제2해저케이블과 성산포와 남해간 제3해저케이블로

총 12만 회선을 이상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한회선의 길이가  약 236㎞정도 된다고 합니다.
이 부근에서 삽질한번 잘못했다가는 신세 망칩니다. 

 다시 바다를 봅니다.
커다란 퇴적암이 가로 누워 있습니다.

 제주도의 대부분은 화산암으로 덮여있지만 퇴적암은 부분적으로 있습니다.
서귀포층, 화순층, 성산층, 신양리층 등의 네 군데가 있는데

그중 한곳을 지나고 있습니다.

 

퇴적암이라 하는 바위위에 도구리처럼 물이 고인 곳이 꽤 많습니다.


 포트홀입니다.
포트홀(Pot Hole)은 기반암(민물이던 바닷물이던 흐르는 물 밑에 있는 바위)에 생긴 원통형의 깊은 구멍으로

구혈이라고도 합니다.


암반의 오목한 곳이나 깨진 곳 등에 와류(渦流)가 생기고,

그 와류의 에너지에 의하여 구멍이 생긴 뒤 다시 그 구멍으로 들어간 돌이 와류에 의하여 회전하면서,

또는 와류의 에너지만으로 암반을 깎아내어 깊은 원통형 구멍을 파면서 점점 커지고 깊어집니다..

 

모래언덕위에 불턱이 있습니다.

 마을 잠수들이 물에 들어가기 전 몸을 덥히고,

물에서 나와 몸을 녹이던 곳입니다.


그 고단한 생활
내 가슴 속에 품어 놓은 가족을 위해 간난신고도 마다치 않으며 물에 드는 마음.
숨한번 못 내쉬면 그대로 용궁객입니다.

 그래서 나는 숨비소리를 숨을 비는 소리라 해석합니다.

 

신양리 해수욕장입니다.
사실 사진의 오른쪽이 신양리 해수욕장입니다.
곶부리가 둥글게 해수욕장을 감싸고 있어 파도가 직접 바다로부터 오지 않아 서핑의 천국입니다.
공연히 심통이 나서 그쪽은 안 찍고 부서진 태우를 찍습니다.

 

사진 왼쪽으로 빛의 건축가란 극찬을 받고 있는 마리오 보타가 설계한 아고라가 보입니다.

 아고라.

고대 도시국가 그리스에서 시민들이 모여 다양한 활동과 활발한 토론을 하던 공간이지요

여기서 시민이란?
지금 말하는 시민이 아니고 자유민의 신분을 가진 남자만을 이야기하는 거지요.


그 본뜻에 충실한 곳입니다.
피닉스아일랜드내의 사십 몇 평과 150평의 고급 별장인

삼십 몇 세대의 힐리우스 회원만의 전용 클럽하우스입니다.
사실 그 안에 들어가 있으면

섭지코지의 풍광을 품에 안은 듯 아늑한 재충전의 시간을 줍니다만...

밖에서 보니 이리도 생경하네요.

 

어쩔거니?
어떻게 하면 좋으니?

이 부조화를 어쩌면 좋으니?

 

그 앞으로 십여 일을 물질해도 피닉스아일랜드 하루 페키지비용도 못 버시는 잠수들의 불턱이 있습니다. 

그 두 가지를 비교하니 공연히 심란해 집니다.

 

바다를 봅니다.

 그 바다 끓며 넘치며 라는 한승원의 소설이 생각나고

나 그냥 그렇게 산다라는 제목의  그의 시 한편이 생각납니다.

 구름이 물었다
요즘 무얼 하고 사느냐고

 

내가 말했다
미역냄새 맡으며
모래알 하고 마주앉아
짐짓 그의 시간에 대하여 묻고
갈매기하고 물떼새하고 갯방풍하고 갯잔디하고
통보리사초 나문재하고 더불어
짭짤한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하며
거나하게 취한 채
먼 바다에서 객기 부리며 달려오는 파도하고 함께 재주넘고
또 술 한 잔
나 그냥 그렇게 산다.

 

그 하늘위 그 하늘 아래에 오직 내가 혼자 서 있을 뿐
내 운명의 버거운 짐 누가 대신 짊어져 주랴 하고
노래하며 바닷가 모래밭에 열어놓은 나의
길 따라 비틀거리며 출렁거리며...

 

 

저 멀리 방사탑옆에 만들어 놓은 전망대가 보입니다.

이 방사탑은 바다에서 부터 들어오는 어떤 액을 막으려 설치했을 텐데

 옆에 오는 관광객들로 정신 사나워 그냥 눈감고 계실 듯 싶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방사탑이 아니고 도대불같은데...
배 들어올 포구가 없으니 방사탐이 맞겠지요.

 
저 멀리 보이는 등대와 선돌 그리고 고래바위(고래바위는 내가 붙인 이름입니다)

 나도 있다라는 소리가 들려 뒤돌아 본 바위

무어라 불러줄까요? 

 

모조 성당입니다.
예전에 올인이라는 드라마를 이곳 섭지코지에서 촬영할 때 지은 세트장입니다.
아름답죠?
아니 아름다웠습니다.

 이제는 올인이라는 드라마를 기억해 주는 사람도 없고

드라마가 기억이 않되니 모조성당 그 자체가 우습게 보이지요.
게다가 지금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본에서 방영된 한국드라마 모두를 설명하고 있습니다만...

관심 갖는 이 적답니다.

그리고 갑자기 떠오른 생각
너 때문이야!


올인 때문에 섭지코지가 부각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보광그룹에서 이 땅을 탐냅니다.
지자체에서는 민자유치 활성화와 그에 따른 주민소득 증대 효과를 기대하고 상당히 많은 특혜를 줍니다.
보광에서 심혈을 기울여 리조트를 짓습니다.
물의 절, 지츄(地中)미술관 등으로 유명한 안도 다다오의 설계로

지니어스 로사이라는 명상센터와 돌의 정원, 글라스하우스를 만듭니다.
작품이지요.


그리고 스위스의 마리오 보타의 설계로 아고라와 힐리우스(별장)를 짓습니다.
이것도 작품입니다.
힐리우스는 최고의 전망을 자랑하는 꿈의 빌라입니다.

모든 객실은 오션뷰이며,

자연으로 둘러싸여 평온함을 자아내는  최상의 별장입니다.
지니어스 로사이는 섭지코지의 자연과 더불어

실내외 공간에서 각기 다른 체험을 마음에 담을 수 있는 곳입니다.
글라스하우스는 감각적 디자인의 아름다움을 그 진수만 뽑아서 보여줍니다.

1층은 패스트푸드,

2층은 일출과 일몰의 장관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전망대 레스토랑과 테라스 가든으로 구성된 오감을 만족시키는 공간입니다.

 

이 땅을 지키는 수호신이라는 뜻을 가진 지니어스로사이에 대해 잠깐 설명 드릴까요?
자료 사진 두장 올릴게요.

 

호수가 있는 돌의 정원을 지나 입구로 들어가

양옆에서 폭포가 흘러떨어지는 경사면 통로를 따라 내려가면....

정면으로 마주한 벽에 트인 공간으로...
딱 한 폭의 그림이 마술처럼 펼쳐집니다.....

가로로 트인 공간에 성산일출봉이 시야에 들어오지요.

 

지하로 내려가다가 하늘을 올려다보면...거기 섭지코지 하늘이 있습니다.

 

첫 번째 전시실에 들어서면

갑자기 나무 한그루가 싹을 틔우더니 붉은 꽃을 달고 하늘거리다가 이내 잎을 떨구고 앙상해지는 영상이 지나갑니다.
매우 황홀한 느낌입니다.

 

두 번째 전시실은 ...

 

세 번째 전시실은....

 

전시실을 빠져나오면 다시 섭지코지의 하늘이 보입니다.....

 

그런데...그런데....

이것이 그들만의 리그라는 겁니다.
그 안에 있으면 정말 아름답습니다.
섭지코지의 자연을 다 품에 안았습니다...라고 느껴집니다...
그래서 건축가들은 극찬을 하고

국제부동산 개발 분야의 세계 최대 박람회인 마핌아시아에서는

국내건물최초로 아시아 최고의 리조트 건물로 선정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밖에서 보았을 때는 자연을 지배하고 그 위에 군림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들만의 리그에 초청받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한 오라기만큼의 배려도 보이질 않는다는 거지요.
안에서만 보는 이들과 밖에서만 보는 이들의 괴리감.
그리고 안에서도, 밖에서도 보아야 하는 이들의 혼돈을 다스리기가 어렵네요.


그리워집니다.
한쪽으로는 파도가 달려들고

한쪽으로는 너른 초원에서 망아지가 한가롭게 풀을 뜯던

그 언젠가의 섭지코지가 그리워집니다.
그 아름답던 초원위에 생경하니 들어서서

이곳과 전혀 어울리지 못하는 저 거장들의 작품을 지우개로 지워버리고 싶습니다.

 

그냥 너때문이야. 너때문이야를 되뇌이며 보조성당에 서계신 마리아를 부릅니다.

마리아여 우리를 위하여 빌으소서!! 

 

협자연대입니다.
아까 올라올 때 섭지코지 지명에 대한 설명이 쓰여진 표지석이 있었습니다.
좁고 길게 나온 땅이라는 뜻의 협지가 변음되어 섭지코지가 되었다 하는데

그것도 만든말이라는게 금방 탄로 나지요.

 조선실록에 이곳 연대의 이름이 협자연대입니다.
즉 협자에 있는 연대라는 뜻이지요.
그러니까 협자코지가 협지코지로 또 섭지코지로 그렇게 변음되어 온 것입니다.

협자연대는 조선조에 시흥리해안가에 있던 수산진소속의 연대로서

횡으로는 북쪽 오소포연대(직선거리 4.5km), 서쪽 말등포연대(직선거리 5.2km)와 교신하였고,

종으로는 성산봉수대(직선거리 3.2km)와 교신하였습니다. 

 

 선돌입니다.
높이 30m, 둘레 15m입니다.

 전설이 하나 있는데..
용왕의 아들이 이곳에 내려온 선녀에게 반해 선녀를 따라 하늘로 승천하려다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사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답니다.
몸은 굳은 채 하늘을 보고 울부짖은 곳, 사랑을 위해 목숨을 버린 곳입니다.


누구 한명 꽃 한 송이 바치는 이 없으니 그를 슬퍼합니다.

 

선돌을 중심으로 왼쪽 등대있는 곳과 오른쪽 바위 있는 곳까지가 오름이라면 믿으시겠습니까?
믿으세요.
붉은오름입니다.

 

등대가 있는 봉우리를 구성한 흙이 붉은 송이라서 붉은오름이라고 이름 붙여진 오름입니다.
해발 33m, 비고라 하는 오름 자체의 높이가 28m입니다.
지질학자들의 연구결과 선돌바위는 화도(火道)에 있던 마그마가 굳어져 형성된 암경(volcanic neck.원통형 용암기둥)으로

화산폭발이 일어난 분화구의 중심부라고 합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처음에는 선돌바위를 중심으로 둥그런 오름이 형성됐었으나

주변의 화산재 알갱이 층이 파도와 바람에 의해 씻겨내려

육지 쪽의 '붉은오름'은 크게 낮아지고

반대 방향은 선돌과 바위 몇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쇄설되어 

신양리바닷가에서 퇴적암층으로 쌓여 있다는 말이 되는 거지요.

 등대에 올라가서

 

걸어온 쪽을 돌아봅니다.

 그리고 다시 바위와

바다에 감탄하다 보니 

그렇게 그렇게 쏟아지는 빗속에서 우의도 안 입고 돌아다닌 시간이 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