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셔와 가꾼 아뜨리움/그림읽기

Edvard Munch

하늘타리. 2009. 3. 10. 10:20

         

        노르웨이 뢰텐에서 가난한 의사의 아들로 태어난 에드바르트 뭉크(Edvard Munch)는 어린 시절부터 병과 죽음의 분위기속에서 자라 평생 이러한 음울한 주제에 집착했다. 그리하여 병, 죽음, 애수, 질투 등의 주제 그림을 끊임없이 반복하여 그렸다. 다섯 살에 어머니를 여의고, 열네살 때는 한살 위 누나조차 갑자기 죽고 말았다. 이처럼 소년시절에 돌발적으로 겪은 가족사적 불행은 뭉크로 하여금 자신이 저주받은 운명을 타고났다 믿게 하였다.

         

        어릴 때부터 그림에 타고난 재능을 보인 뭉크는 의사나 엔지니어가 되기를 바랬던 아버지의 염원에 따라 1879년 크리스티아냐(현 오슬로) 공과대학에 입학하지만 얼마 후 오슬로 미술공예학교로 전과했다. 여기에서 노르웨이 자연주의 화가 크리스티안 크로그를 만나 사사받으며 프랑스 인상주의의 움직임을 접했다. 1885년 파리를 여행한 뒤 고갱과 로트렉같은 후기 인상파 그림에 깊은 감명을 받고 '봄날의 칼 요한 거리'(1891)나, '저녁 때의 칼 요한 거리'(1892) 같은 작품을 제작했다.

         

        뭉크는 이 시절 사회적 관습과 예술에 대해 보헤미안적 개방성을 가진 헨릭 입센, 크누트 함순, 스테판 말라르메 등 유명 문예 지식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살아있는 인간성을 가진 인물의 창조에 커다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유년의 어두운 기억 때문에 자신이 요람에서부터 죽음을 알게 된 사람이라 자주 말한 뭉크는 흔히 '절망의 화가'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인간의 원초적 모습 구현을 통해 평생 동안 죽음의 불안을 극복하는 생명의 신비성을 추구했다.

        30대에 들어서는 문화 후진적인 19세기 말의 북유럽을 탈피하고자 베를린으로 건너가 독일 표현파와 서로 깊은 영향을 주고 받았다.     


        1892년 독일 미술계로부터 초청받아 개최된 베를린 개인 전시회에서 대다수의 관객으로부터 예술에 대한 모독이라는 야유를 받았지만, 소수이긴 해도 새로운 예술적 시도라는 호의적 반응도 끌어내었다. 이때부터 1908년까지 독일생활을 한 뭉크는 1920년대에 접어들어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 중 한 명이 되었다.

         

        나치스 시대에는 나치정권으로부터 초기 정치선전적 목적에서 상당한 환영을 받았지만, 뭉크가 이 정부에 대한 협력을 거부하자 퇴폐 작가로서 크게 폄하되는 수모도 겪었다. 화가로서 뭉크는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인간 내면의 불안과 공포감을 구체성을 띤 상징 속에 표출하고자 했다. '절규', '생명의 춤', '흡혈귀', '죽음의 소녀' 등은 이런 회화적 개성을 잘 드러낸 작품으로 여러 상징주의파 화가들에게 강한 영향력을 발산했다.

         

        그의 그림들은 마치 지옥의 유황불에서 방금 건져낸 것처럼 흐물흐물하고, 등장 인물들은 금방이라도 기괴한 비명을 내지르며 화폭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스칸디나비아 특유의 차가우면서도 빛바랜 붉은 색조들은 마치 오로라의 극광처럼 너울거리며 현실 공간조차 환상의 환영으로 만들어버리는 충격의 느낌을 만들어 내었다.

         

        뭉크에게 그림을 그리는 작업은 죽음의 사선을 넘나드는 일이었다. 우리는 뭉크를 통해 한 개인의 우울을 발견하지만 더 나아가 그가 살았던 세기 말의 시대적 우울감도 추출해 낼 수 있었다. 그 어떤 개인도 자신의 시대와 동떨어져 살 수는 없다는 평범한 진리가 그의 그림 구석구석들에서 거장의 솜씨로 재현된 것이었다


                           담배피우는 자화상

                         흡혈귀

                               칼 요한 광장의 저녁(1892)

                   질투(1895)

                        절규463px-The_Scream

                            우울(1891)

                                     사춘기 Puberty(1895)

             사랑의 타고 남은 재

                   불안(1894)

                         병든 아이(1896)

               마돈나(1894-1895)

                  다음날 아침

            내면의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