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6일
행주산성누리길을 걸었습니다.
지난 23일 한강 1300리를 걷다의 마지막날
한강제방도로변에 끝없이 이어진 철책에 아주 질렸습니다.
걷기를 끝내고 다시 되돌아 생각해 봐도
끝없이 이어진 철책과 그 안에서 유일하게 자유로운 물오리만 생각납니다.
남북대치상태에서 당연하다 싶기도 했지만
저 건너편 육군지역은 2012년 4월부터 행주산성에서 일산대교까지 한강을 연해 설치된 철책선을 걷고 있다는데
왜 이쪽은 않될까하는 생각을 걸으며 한적이 있지요.
고양쪽에 철책선을 제거하는 길이는 12.9km.
한꺼번에 전체를 다 철거할 수 없기 때문에 철거는 단계적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지난 10월에 지금까지 일반인의 통행이 금지되었던 땅에 '고양행주산성누리길'을 조성하여
초소순찰로를 이용 행주산성 둘레를 따라 걷는 길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한강변 김포지역을 걷기 며칠전인 11월 16일,
행주산성누리길 개통을 기념하는 걷기 행사 '행주산성누리길 가족사랑 걷기 축제'가 열리기도 했답니다.
기억속에 질리게 박힌 한강 철조망을 지우고 싶어서
비행기에서 내리자 마자 행주산성누리길 시작지점인 고양시 시정연수원으로 갑니다.
고양시정연수원 들어가는 메타스퀘이어길에서 영화촬영을 하고 있습니다.
보아도 아는 배우는 없지만
공연히 기웃거리다 한소리 듣고 풋하고 웃으며 쌈지공원으로 왔습니다.
추강이라는 호를 짓고 벼슬길에 나가지 않고 고양에서 살며
행주강가에서 일생을 살았던 남효원의 시비의 뒷면이 나를 반깁니다.
강촌에 은거해 살며 단종을 위해 죽음을 감수한 육신전과
연산군의 학정을 담은 추강냉화 등을 저술 했는데
그게 문제가 되어 무오사화에는 외아들이 죽었고
갑자사화에는 부관참시되었지요.
다행히 후일 이세인의 건의로 추강문집이 발간되어
1513년 복권되고 1782년 문정이라는 시호를 받았습니다.
행호관어도가 서있네요.
김재 정선이 건너편 양천현감을 할때
행주나루 건너편에서 이쪽을 보고 그린 그립입니다.
행주산성앞을 흐르는 한강은 창룡천을 맞아 강폭도 넓어지고
물살이 늦어져 마치 호수와 같다하여 행호라고 불리웠습니다.
행주대교를 봅니다
그리고 방화대교를 봅니다.
참으로 시원하게 보이는 이유는...?
철책이 없기 때문입니다.
기념물로 남아 있는 철책일부와 옛초소
그옆으로 석주 권필의 시비가 있습니다.
지난주에 갔던 강화도, 그 강화도 송해면 하도리에 권필의 유허비가 있고
후손들이 그 부근에 많이 삽니다.
그래서 강화사람인줄 알았는데 고양에서 태어나셨나 봅니다.
평생을 야인으로 살면서도 대문장가로 문명을 떨친 분인데...
광해군때 김직재의 옥사에 연루되어 친국을 받고 유배되었으며
귀양길에 오른 그 다음날 동대문밖에서 죽었습니다.
인조반정후 사헌부지평에 추증되었으며 저서로는 석주집이 있습니다.
문정공 석탄 이신의 시비
정지운, 김정국, 홍이상, 남효온, 기준, 이유겸 등과 같이 고양 문봉서원에 배향된 팔현중 한명이지요.
광해군때 인목대비 유폐를 반대하던 이항복, 정홍익 등의 유배를 만류하다 함경도로 위리안치되었었지요.
인조반정으로 풀려나 벼슬길에 있다가 정묘호란때 왕을 호종하던 중 병을 얻어 죽었습니다.
가까운 도내동 흥도초등학교인근에 묘소가 있으며 숙종조에 이조판서로 추증되고 문정이라는 시호를 받았습니다.
신도비가 묘소 아래쪽에 있는데 비문은 송시열이 지었습니다.
그런데 글씨가 구한말 이조판서 석촌 윤용구의 것입니다.
그래서 신도비의 제작연도가 참 아리송합니다.
아, 남효온도 문정공文貞公, 이신의도 문정공文貞公입니다.
송시열은 문정공文正公입니다.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도시, 고양시정연수원이라고 표식되어진 건물
그 앞에 왠 앵카가 있습니다.
고양이 해양도시는 아닌데 그래도 행주나루에 고기잡이 배가 많아서 앵카를 세웠나...?
패쓰!!
고양시 관광지도
고양600년이라는 글귀가 크게 보입니다.
그렇구나! 고양이라는 지명을 600년 동안 계속 이어내려오고 있구나!
조선 태종 13년인 1413년에 고봉과 덕양을 합쳐 고양이라는 지명이 처음으로 역사책에 등장하였지요.
그때부터 계속 고양이라는 지명을 쓰고 있는 유서깊은 도시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인 가와지볍씨가 발견된 곳이 이 지역이니
꽤나 오래전부터 살기좋은 곳이었을 겁니다.
고양행주산성누리길 종합안내도
행주산성누리길을 걷는다고 와 놓고
쌈지공원에서 시간 다 보내면 어떻게 할거냐는 듯
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평화를 찾아 날아오는 나비조형물을 형상화해놓은 철거 기념 철책입니다.
이곳의 철책선은 이제 통일을 염원하는 사람들이 한 번쯤 발길을 머물고
그 의미를 되새겨봐야 하는 '분단의 유물'로 승화되었습니다.
그래서 지난번 걷기행사를 하면서 이 철책선에 '소원글'을 다는 행사를 마련했다고 합니다.
나름의 바램이 쓰여서 달려있습니다.
시정연수원 정면에서 고양행주산성누리길을 출발합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의미를 알수없는 앵카!!
종합안내판을 다시보고
전망대에 올라 한강을 봅니다.
여기서 남동쪽을 걸으며 행주산성누리길을 걸으려하다가....
갑자기 필이 꽂혀 북서쪽으로 질러가 서원에 왔습니다.
기공사(紀功祠)라고 불린 곳으로
권율 장군의 충절을 기리기 위해 1842년(헌종 8)에 왕명으로 건립된 서원입니다.
조선 후기에 헌종은 고양시 서삼릉에 행차할 때마다
임진왜란 때 공적이 높은 권율 장군의 제향을 지낼 건물이 없음을 안타깝게 여기다가
왕명을 내려 행주대첩이 일어났던 산성의 아래쪽 한강가에 사당을 짓게 하고
기공사라 하였습니다.
기공사는 이후 행주서원으로 이름을 고친 다음
권율 장군을 제향하는 사당을 두고 이곳에서 후학들을 교육하였습니다.
지금은 정확히 말해서는 서원지라고 합니다.
1970년 주추만 남아있던 기공사를 대신해 충장사로 개칭하여
권율장군의 사당을 행주산성내로 이전 복원하였고 합니다.
서원 안에 있던 1845년에 세운 행주대첩비도 그때 충장사옆으로 옮겨놓았습니다.
1985년 9월 20일 경기도문화재자료 제71호로 지정되었으며
보수와 중건을 거쳐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고
조선 후기의 무신이자 외교가로 글씨와 문장에도 뛰어났던 신헌이 쓴 서원의 현판은
고양시에서 별도 보관하다가 최근에 이곳에 걸었습니다.
문틈으로, 담넘어로, 카메라를 올렸다.. 내렸다..
쑈를 합니다.
강가로 내려왔습니다
평화누리길표식이 있습니다.
참 요새는 길도 많습니다.
열심히 찾아 만든길도 있고 그냥 옛길 몇개 연결한 곳도 있고
포장도로만 열심히 걷게 하는 길도 있고
각양각색의 길이 이런 저런 이름으로 열려있습니다.
그 와중에 평화와 통일의 염원을 담아
DMZ접경지역인 김포, 파주,연천, 그리고 고양 이렇게 4개의 시,군을 잇는 길이 평화누리길이라는 이름으로 열려있습니다만...
김포의 3개코스를 걸어본 나로서는
김포쪽 길은 걷기길 보다는 MTB길이 더 적합할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다른 지역은 걷기가 좋을 수도 있습니다.
김포 3개코스, 고양 2개코스, 파주 4개코스, 연천 3개코스로 총 12개 코스 184Km가 열려 있습니다.
지금 만난 평화누리길은 고양시 첫째길로
행주산성에서 호수공원까지 이어진 약 10여 Km의 길입니다.
호수공원에서 고양시 둘째길이 파주출판도시로 이어지고
파주시 첫째길이 이어받아 통일동산으로 이어집니다.
그렇게 연천군 샛째길인 신탄리역까지 이어집니다.
행주대교를 돌아보고
방화대교쪽으로 걷습니다.
뒤를 보고 옆을 보고 앞을 보고 행주산성을 향해 go, go.
철책없는 한강변을 걷는다.고 혼자 외칩니다
고양시장님 감사합니다.
하, 아쉽게도 여기서는 산길로 올라가야 겠습니다.
계단이 눈앞에 있습니다.
108장수계단이라 하고 1에서 부터 계단의 수를 알려주는 표지판을 붙여 놨습니다.
40, 50… 108.
통상 이 계단은 도대체 어디까지야, 하면서 인상쓰고 오르는데
숫자를 확실하게 명시해놓으니 즐겁게 오를수 있었습니다.
즐겁게 운동을 하게 하니 장수계단인가 봅니다.
계단의 끝에 한때 군인들이 경계를 서던 팔각초소가 있습니다.
그것을 단장해서 전망대로 만들었습니다.
한강이 내려다 보입니다.
강물 위로 쏟아지는 햇빛을 보며 마냥 시간을 보냈습니다.
가기 싫어서 초소 내부, 외부 사진을 찍고 찍고 또 찍습니다.
그래도 가야지요.
오른쪽으로 철책이 남아 있습니다.
흉물스럽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이제는 고마운 철책입니다.
철책선 바로 옆은 낭떠러지라서 없으면 철없는 어른들은 위험할 것 같습니다.
또 다시 약간의 오르막을 올라갑니다.
자연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약간의 철책을 남겨 놓았습니다.
출입을 제한하니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행주산성이야기
지금 오르고 있는 오르막이 덕양산 기슭이라는 것을 부수적으로 알았네요.
그런데 이기슭에 무덤이 꽤 많이 있습니다.
갈림길
언덕 저 멀리로 행주산성내의 활쏘는 곳 충훈정이 보이네요.
앞을 보고
옆을 보고
행주산성과 무덤이야기
그때 무덤이 지금 남아있다는 것은 그렇고...
그렇게 시작되어 이름없는 무덤들이 들어서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될겁니다.
길따라 오다가 팬스를 만납니다.
느닷없는 경고문과 그 팬스 뒤에 있는 충장사에 대한 안내문
뭔가 어울리지 않는 듯 하기도 하고
그것 보다 더 않어울리는 것은 Let's go yang city라는 말이 한국인들에게는 레토릭이 되지만
외국인은 어떻게 해석할까 궁금해집니다.
빙둘러서 숲길을 갑니다.
꼭 컨닝하듯 강을 보다가...
와 좋다!
눈앞이 활짝 열리면서 한강이 다가듭니다.
와 좋다!
진강정이 보입니다.
진강정앞에서 대첩비를 바라보고
진강정앞에 잠깐 멈췄다가
올라가면서 진강정을 돌아보고
진강정 너머로 한강과 창릉천이 합수하는 것을 봅니다.
산성안으로 들어갑니다.
Ludwig van Beethoven Romance No.1 in G major, O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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