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륜산을 가신다니까 대흥사에 있는 연리지가 생각이 나네요. 두나무가 서로 만나게 되면 연리목이 된다지요. 얼마나 절절히 그리워했으면 하나가 되었을까요?
“내가 비록 죽어 뼈가 재가 될지라도 이 한은 결코 사라지지 않으리. 내가 살아 백번을 윤회 한대도 이 한은 정녕 살아 있으리. ........ 내 한이 이와 같으니 당신 한도 정녕 이러 하리라 두 한이 오래도록 흩어지지 않으면 언젠가 다시 만날 인연 있으리. “ 위에 적은 시는 조선 영조시대 나주 벽서사건에 연루되어 귀양을 떠나는 이광사가 자결한 부인을 애도하며 쓴 “죽은 부인을 애도함”이라는 시입니다. 이 이광사가 함경도 부령과 진도를 거쳐 해남 신지도(지금은 멋진 다리로 연결되어 있죠. 혹시 밤에 기회 있으시면 야경 사진 찍으면 참 멋있습니다. 에너지 절약이라고 불 껐을까?)에 귀양 와 있을 때 쓴 글씨가 바로 대흥사 대웅보전의 현판입니다. 이 현판을 쓸 때 분노와 애절함이 현판에 스며들었고 그 현판의 기운이 두 그루의 팽나무를 서로 끌어당긴 것 아닐까요.
이 현판을 보고 추사 김정희가 이것도 글씨냐 당장 떼어내고 본인이 쓴 현판을 걸어달라고 당시 주지스님이었던 초의선사에게 부탁을 했답니다. 그러던 추사가 제주도 귀양을 끝내고 돌아오던 길에 다시 대흥사에 들러서 자기가 그때는 눈이 어두워서 글을 제대로 못 보았다하면서 그 현판을 다시 달아줄 것을 요구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한 이야기이죠(그린님이 보시면 웃겠다...) 하여간 그의 글씨는 보통사람의 눈으로는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다가 역경과 고초를 겪은 사람만이 알 수 있는가 봅니다. 초의선사하니 또 생각나네요. 불을 피우고 물을 끓이며 그 잘 끓인 물과 좋은 차를 적절히 조합하여 마시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생활이 다도 이고 선과 차가 다르지 않다고 한 다성이시죠.
글이 길어질 것 같으니 초의선사이야기는 끊고 절 이름 이야기를 할까요. 이절은 산문과 일주문에 있는 편액(편액에 절 이름이 쓰여 있습니다)이 서로 달라요. 입구 초반에 있는 산문에는 <두륜산대둔사>라고 쓰여진 편액이 걸려있고
두 번째 문인 일주문에는 <두륜산대흥사>라고 되어 있어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고 하는데... 그 중 하나, 원래 이름이 대둔사인데 일제시대에 대흥사라고 불리워서 그것을 바로 잡으려고 1990년대 초에 산문 편액을 새로 할 때 옛 이름으로 붙였으나 신라에 불교를 처음 전했던 아도 스님이 창건한 구미에 있는 대둔사와 헷갈리기도 하고 대흥사로 널리 알려졌는데 굳이 바꿀 필요가 있냐고 해서 대흥사를 공식명칭으로 쓴다 하네요 하지만 대둔사라는 명칭은 두륜산의 옛 이름에서 따온 것이거든요. 두륜산의 옛 이름은 크고 둥글다는 뜻의 '한둠'이었데요. 그래서 산은 한둠뫼, 절은 한둠절로 불려오고 있었는데 순수 한글인 한둠이 한자로 변환되며 대듬, 대둔으로 바뀌었고 사찰 이름 역시 대둔사가 된 것이라네요. 예전에는 산과 사찰이 하나를 이루고 있었던 것이 지금은 각기 옛 이름을 버리고 두륜산과 대흥사로 불리는 것이 좋지 만은 않네요. 천불전에 대해서도 할이야기가 많은데....
아마 케이블카를 먼저 타고 두륜산 산행을 하신다음 대흥사로 내려 오실테니 피곤하기도 하고 시간도 부족하여 대흥사는 자세히 둘러 보실여유가 없을 것 같아 몇 줄 적었어요. 그리고 산은 모르고 가야 제맛이라고 해서 언급을 안했지만 절은 알고 가야 보여요...
(올라가실 때 우리나라 최장이라는 케이블카도 좋아요 누구 말로는 별볼일 없다고 하는데 또 한사람 왈 안타면 궁금하지 않니라고 하데요 그런데 대흥사 입구에서부터 장춘리 숲길을 따라 펼쳐지는 수림터널도 참 멋있으니 어이하면 좋노??) 잘 다녀오세요. 그리고 일몰 무렵 시간 있으면 땅끝 전망대에 오르셔서 해남 해넘이도 보고 오시고요. 다시 배타러 돌아 오실 때 완도 갯돌해안 한바퀴 돌아보고 오세요. 제주도 작지가 거기도 많아요.
[Russian Folk Songs] The Lonely Chim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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