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이 피었습니다.
산수국 계열은 종종 일찍 피는 경우가 있어 그러련 하지만
이 꽃은 일반 수국계열의 녹색 꽃입니다.
너무 일찍인듯싶어 약간 당황스럽습니다.
수국은 대표적인 여름꽃이죠.
특히 일본에서는 장마철인 쯔유(梅雨) 기간에 수국이 절정입니다.
하쿠산 공원의 분교마츠리가 참 대단하고 하코네 등산 열차 선로 변에 1만 그루가 넘는 수국은 참 아름답습니다.
수국의 한자어 이름은 수구화(繡毬花)입니다. 비단으로 수놓은 둥근 꽃이라는 뜻입니다.
일본에서 수국이라 불리우다 보니 우리도 수국이라고 부릅니다.
영어 이름 hydrangea는 그리스어로 물을 뜻하는 hydros와 항아리를 뜻하는 angos에서 유래했고
학명(學名)은 Hydrangea macrophylla for. otaksa입니다.
'물을 아주 좋아하고 큰 잎을 가졌다'라는 의미랍니다.
그런데 끝에 'otaksa'란 일본 여인의 이름이 들어가 있습니다.
19세기 초 일본에서 수국을 조사하고 수입한 네덜랜드청년이 일본 체류 중 '오타키'라는 기생과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나 그 사랑은 오래가지 않지요.
오래지 않아 오타키는 다른 남자에게 가 버립니다.
그 청년은 푸른색으로, 붉은색으로 색깔을 달리하는 수국을 보면서 변심한 애인을 떠올렸는가 봅니다.
그래서 수입물품서류에 품명을 쓰며 오타키를 붙입니다.
그게 학명에 그대로 올라 갔습니다
그래서 수국의 꽃말 중에 대표적인 것이 '변덕'입니다.
하지만 보라색 수국의 꽃말은 '진심'입니다.
오타키의 삶도 그나름의 진실이거든요
수국을 좋아하는 이유가 여러 가지 있지만
먼저 꽃이 양성화와 장식화가 섞여 매우 풍성하게 피면서 개화기간이 상당히 긴 편입니다.
그리고 전지가 필요 없고 병충해가 별로 없고 수분 보충만 잘하면 알아서 잘 자라줍니다.
대부분의 여름꽃이 장맛비에 축 처져있는데 수국꽃들은 오히려 생생하게 빛을 냅니다.
수국이 봄이 가고 있음을 알립니다...만
봄은 지금도 오고 있습니다.
며칠 전 몸이 하도 처져서 힘을 내자고 떨쳐 일어나 오름을 갔습니다.
바리메에 차를 세우고 숲속 길을 따라 걸어서 걸어서 또 걸어서
그렇게 도착한 노로오름에는 봄이 오고 있었습니다.
복수초가 이제야 피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4월 13일 사진>
복수초는 이른 봄에 들꽃 중에 가장 먼저 꽃망울을 터뜨리는 꽃입니다.
아직 추운 시기에 꽃을 피우느라 오목한 꽃잎으로 열을 모아 주변을 스스로 데우면서 매개곤충을 불러들입니다.
그렇게 수분을 하지요.
육지부에서는 눈 속에서도 꽃망울을 내미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 옛 이름으로는 얼음새꽃이라고 하였다 합니다.
<눈속의 복수초>
우리에게 복수초는 행복을 상징하는 꽃입니다.
한자로 복 복(福)자에 목숨 수(壽)자, 즉 복을 많이 받고 오래 산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일본과 중국에서 모두 이 이름을 씁니다.
복수초는 복수초속, 영어로 아도니스속 식물의 총칭입니다.
아프로디테가 사랑하는 아도니스가 멧돼지에 의해 죽었는데 그가 흘린 피가 복수초가 되었답니다.
이 이야기 한번 해볼까요?
그리스 어느 왕국의 어느 공주가 어느 날 자신의 아름다움에 도취하여 자기가 아프로디테보다 예쁘다고 말하고 다녔습니다.
이 말을 전해 들은 아프로디테는 아주 잔인한 보복을 했습니다.
에로스를 시켜 이 공주가 아버지를 만날 때 화살을 쏘아 이를 맞은 공주가 화살을 맞은 후 처음 보는 남자인 아버지를 미치도록 사랑하게 하였습니다.
사랑에 미친 공주는 미약과 마약 등을 이용 아버지와 잠자리를 같이하게 되었고 아버지의 아들을 임신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알게 된 아버지는 분노하였고 인륜을 저버린 딸을 죽이려 합니다.
공주는 도망가면서 아테네 신께 구해 달라고 기도했고. 아테네는 공주를 몰약 나무로 변하게 하였습니다.
화가 풀리지 않은 아버지는 나무를 향해 활을 쏘았고 화살을 맞은 자리에서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아테네는 사건의 유발자인 아프로디테에게 이 아이를 책임지라 햐였고 아프로디테는 이 아이에게 아도니스라는 이름을 주고 저승과 지하 세계의 신 하데스의 아내 페르세포네에게 맡겼습니다.
아도니스는 점점 자라면서 세상에 보기 드문 미남이 되었습니다.
페르세포네는 아도니스를 자기의 곁에 두고 몹시 귀여워하였습니다.
그리고 더 자라자 연인 사이가 되었습니다.
아도니스는 사냥을 매우 좋아하였습니다.
가끔 페르세포네의 허락을 받고 지하 세계를 빠져나와 지상 세계에 숲속에서 사냥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프로디테가 아도니스와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도 어찌어찌 아프로디테는 아도니스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아도니스도 아름답고 관능적인 아프로디테에게 한눈에 반하였습니다.
아프로디테 역시 아도니스에게 푹 빠졌습니다.
산과 숲에서 사냥하는 아도니스를 따라다니기 위해 올림포스까지 등지고 마법의 띠를 이용하여 아도니스의 정욕을 계속 부추겼습니다
이에 질투를 느낀 아프로디테의 또 다른 연인 아레스가 멧돼지로 변하여 아도니스가 자주오는 사냥터에 나타났습니다.
멧돼지를 발견한 아도니스는 화살을 날렸습니다. 화살을 피한 멧돼지는 아도니스의 몸 깊숙이 날카로운 어금니를 박아 넣었습니다.
아도니스는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습니다.
올림포스를 향해 하늘을 날던 아프로디테는 아도니스의 비명을 듣고 급히 백조 마차를 돌려 지상으로 향했습니다.
피투성이가 된 아도니스를 발견하고 끌어안고 외쳤습니다. "오! 마이 아도니스!"
그 뒤에, 그리고 그 앞에 여러가지스토리가 있지만 다 생략하기로 하고 이러한 신화에 근거해서 이 꽃의 꽃말은 ‘슬픈 추억’입니다.
이렇듯 서양인들에게 복수초는 슬픔과 아픔을 상징하는 꽃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사랑의 아픔 또는 슬픔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영원한 행복을 느끼게 한다는 게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서양의 복수초를 보게 되면 이게 또 그래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동양의 복수초 아무르 아도니스는 노란색이고 이른 봄에 피지만 유럽의 복수초인 플라메아아도니스는 그 색이 다홍색이고 여름에 핍니다.
수국이 색깔마다 느낌이 다르고 그래서 꽃말이 다르듯이 이 복수초도 색깔에 따른 분위기차이가 있나봅니다.
행복을 상징한다는 동양의 복수초는 꽃이 피고 나면 아직 지기도 전인데 사람들에게 잊혀집니다.
복수초가 피기 시작하면 바로 이어서 모든 봄꽃이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하지요.
내가 언제 2월 말과 3월 초에 복수초를 찾아 복도라진 오름, 노꼬메 상잣성, 왕이메 굼부리를 헤매었던가?
<3월 9일 사진>
복수초의 꽃이 흰색으로 바래고 그 자리에 연두색 열매가 열린 것을 본 적이 있었나?.
슬픔을 상징한다는 서양의 복수초는 시가지의 여름을 화사하게 장식하며 그 꽃이 지는 시기까지 사람들의 관심을 끕니다.
실체가 없는 행복과 슬픔
어쩌면 뜬구름같은 이야기인듯 하기도 합니다.
이런저런 생각하는중 봄이 오면서
봄이 갑니다
.......
가녀린 봄바람에 실려온
그대소식이 내마음을
하염없이 흔들기에
그대 가장 반기려
노란 제마음을 피워둡니다.
이명희의 시 '복수초'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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