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송악자생지, 주진천(인천강)
선운산 송악
공식 명칭으로는 천연기념물제367호, 고창(高敞) 삼인리(三仁里)의 송악 입니다.
고창 선운사로 들어가는 길 왼쪽으로, 나는 나오는 길이니까 오른 쪽...
도솔천 건너편 암벽 아래쪽에 뿌리를 내리고
5m정도에서 부터 보이는 푸른잎이 덮인 덩굴 줄기가
해발 약 60m까지 암벽을 따라 위로 올라가며
자라고 있습니다.
송악은 난대성 상록의 덩굴식물로서
이 곳이 내륙의 생육지로서는 북방한계에 가깝고,
큰 노거수로서 의미가 있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한문으로는 松萼, 솔 松, 꽃받침 蕚을 쓰는데서 알 수 있듯이
겨울에도 소나무처럼 푸른 기운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상록성 덩굴식물입니다.
그리고 줄기와 가지에서 지네발 같은 작은 덩굴손이 나와
기어오르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곳과 같은 절벽지대에서는 아주 적합한 식물입니다.
이곳에 있는 송악을 보면
사람이나 식물이나 어느자리에 어떻게 있어야 하는가가
엄청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 제주에서는
송악은 무덤의 돌담이나 타고 다니는 아주 하찮은 식물이고
송악이 나무에 붙어 있으면 나무의 생장을 저해한다고 하여
밑둥을 잘라 죽여버리고
겨울에는 노루 먹이로 줍니다.
이곳에서는 다른 식물에게 폐를 끼치지도 않고
깍아지른 절벽을 멋지게 장식해 주니까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으며
이 송악을 보기 위한 관광객의 발길도 사시사철 이어지고 있습니다.
안내판의 내용과는 약간 틀리지만
크기로 말하면 이 나무 보다 더 큰것이 가까운 곳에 있다고 합니다.
같은 권역인 선운산도립공원 수리봉 9부 능선에서 자라는 나무로
이 나무보다 수령이 앞서고, 크기도 크다고 하는데
이것이 지정되기전 까지는 발견되지 않았지요.
크기가 더 크다하지만 접근성에도 문제가 있고
같은 권역의 나무라 계속 이나무가 지정 보호되는 것 같습니다.
물이 불어서 도솔천을 건너지 못하여 멀리서만 사진을 찍습니다.
향토유물전시관 주변 식당중에서 한 곳을 찾아
맛있는 식사를 하고
소화겸 주변 각종 안내판을 꾹꾹하고...
풍천을 갑니다.
지금 말하는 풍천은 고유명사가 아니고 일반명사입니다.
역사책에 자주 나오는 황해도 풍천이나
하회마을이 있는 안동군 풍천면이 아니고
바닷물과 강물이 합쳐져, 섞이는 지점을 일컫는 말입니다.
삼인교차로 연기교옆에 차를 세워
다리 위에서 바다를 향해 흘러내려가는 주진천을 봅니다.
어제밤부터 오늘 오전까지 내린 큰 비로
흙탕물이 엄청 불어 있습니다.
예로부터 큰 바람이 서해 바닷물을 몰고 들어오는
약 4km에 달하는 이곳 선운사 어귀의 주진천(인천강)은
최적의 풍천이었다고 합니다.
풍천은 바다로 나가는 민물장어가 적응하는 공간입니다.
머나먼 여행을 출발하기 위해서는 적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염분의 영향이 강한 기수역에서
고된 적응 훈련을 거듭하여 체질을 변화시킨 다음
심해를 찾아갑니다.
이 주진천 하류지역은 긴 거리에 걸쳐 바닷물의 영향이 미치기 때문에
뱀장어의 이동 통로로 적지이며,
풍부한 갯벌의 영양과 담수의 교차로 질 좋은 먹이가 지속적으로 공급됩니다.
그리고 감조 구간이 10km 이상의 긴 거리에 걸쳐 있어
뱀장어 육질향상의 환경으로 최적지이랍니다.
예전엔 가까이에 있는 염전으로 인해
이곳 바닷물의 염도가 높아 뱀장어의 맛이 더욱 좋게 되었다고도 합니다.
그래서 풍천장어라고 하면 이곳에서 잡히는 뱀장어를 일컫는 말이 되었던 거지요.
지금도 주변엔 향토음식점인 풍천장어집들이 늘어서 있습니다만...
비싸도 너무 비싸서 손님이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
뱀장어성어를 잡기 힘들어 진지는 이미 오래 되었고
인공사육을 하려해도
깊은 바다에서 알을 낳는 특성 때문에 인공부화가 어려워
양식업자들은 강에서 치어(실뱀장어)를 잡아 키우는데
이제는 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홍수를 막는다는 이유로
여기저기 하구둑을 세워서
치어들이 올라갈 수가 없고
용캐 올라가 어른이 되었다 한들 다시 내려올수가 없으니
강과 단절된 바다, 돌아오지 않는 강을 만들어 낸 하구둑은
이제 식생활도 바꾸어 놓고 있습니다.
강을 가로 막고
양쪽에 기다란 팔을 펼친 채 드리워져 있는 그물이 애처럽게만 보입니다.
저기에 잡힐 치어의 양도 적은 것이 현실이기도 하지만...
저렇게 길목을 완전히 차단하면
어떤 놈이 거슬러 올라가 성어가 되어 내려올 것이며
필리핀 앞 심해까지 돌아가 다시 알을 낳을 성어가 없으면
이제는 뱀장어라는 어류를 볼 수 가 없을 겁니다.
유럽산 뱀장어는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상황은 여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만의 편의를 위한 의도적인 무지가
또 한 생물의 종을 끊어 놓고 있습니다.
공연한 답답함에 카메라를 높게 들어 멀리 변산반도를 봅니다.
Dmitry Shostakovich
The Gadfly, suite from the film score, Op. 97a (assembled by Atovmyan) Romance
James Galway, Flu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