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올레.. 한천올레..2
아직 가지 않은 길은 아름답다
누구든지 잠 못 이루며
그 길을 바라보리라.
아직 가지 않은 길은 아름답다
누구든지 잠 못 이루는 이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숲 가까이서
혹은 멀리서
그 길을 지켜보리라......
'숲에 가서'라는 제목의 노향림의 시 한부분입니다.
이 시하고는 어울리지 않을 겁니다만....
얼마전 한천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가 멈추었지요.
꼭 방선문 까지 가야 하는 것도 아닌데...
그리고 한두번 가본 것도 아닌데...
가야할 길을 가다가 그만둔 것 같은 찜찜함이 있습니다.
시간의 짜투리를 이용 한북교 아래로 다시 내려가
새로 개설하는 도로 못미쳐 있는 가카원이까지 가겠습니다.
가카원이에서 다리로 올라 와야지요.
가카원이...
오라올레 안내에는
이곳 한북교 바로 북쪽에 있는 소를 가카원이라고 표기하였습니다만
정실일대에 살고 계신 촌로들은 애조로 새다리 바로 북쪽에 있는,
깍아지른 절벽을 내려가야만 만나는 소가 가카원이라 합니다.
조선시대 사용하던 길이 붕괴되어
일정시부터 철사다리를 가설하여 물을 뜨러 다녔다고 합니다.
1970년대 초부터 일대에 상수도가 보급되어
그 위험한 다리를 사용할 일 없으니
지금은 그 잔해만 데롱데롱 달려있습니다.
가카원이를 둘러싼 암벽중 하나에
가카원이를 차자하여
각하천(覺夏泉)이라고 마애를 쓴 것이 있는데
이왕이면 覺河泉이라 하지 왜 覺夏泉이라 했을까 혼자 궁시렁거린 기억이 있습니다.
가카원이를 지나면
창꼼소라 하던 소가 있습니다.
창꼼소라는 이름은 고유명사가 아니라 일반명사처럼 쓰이던건데
지금은 고유명사가 되어
오라올레 입구 두번째 소에 이름을 뺏기었습니다.
지금은 그 남쪽으로 다리가 놓이면서
교각공사로 인해
주변이 많이 훼손되었습니다.
그곳으로 가기위해...
한천 계곡으로 내려갑니다.
아 뒤돌아서 한북교를 보고...
다녀올게!!
조금 쉽게 올수도 있었는데..
굴속을 기어 통과하고 암벽을 오르내리느라..
고생을 조금 하느라
사진은 많이 않찍은 것 같네요.
잠시 숨돌릴겸
이 부근에 있는 마애를 보고가지요.
하나의 암벽에 쓰여진 각기 다른 글씨체 두점과
부근 바위 애매한곳에 써놓은 또 한점입니다.
마애가 있는 암벽으로 다가갑니다.
윗 사진에서 글씨를 보셨나요?
오른쪽에 선명하게 영천이라 음각되어 있습니다
서울 북한산을 가보셨나요?
느닷없이 왠 북한산?
북한산에 가시면 통일신라시대때 창건했다하는 승가사가 있어요.
그곳에 승가굴이라 부르는 굴법당이 있는데...
그 안에 승가조사상이 모셔져 있고..
승가조사상 옆 바위에서 약수가 올라옵니다.
그 물을 먹으면 거의 모든 병에 효험을 준다하여 영천이라 부르지요.
하루에도 수없는 사람이 이물을 먹으러 줄을 서지만
승가굴입구 암벽에 영천이라는 글씨가 음각되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영묘한 샘이라는 靈泉이라고 쓰여진 글자는
누구는 이절 뒷산 꼭대기에 있었던
북한산 진흥왕순수비를 확인하러 이 부근을 지나갔을
김정희가 쓴 글씨라고도 합니다만
그만큼 글씨가 멋있다는 이야기 일 뿐 신빙성은 없습니다.
그런데 그 영천이라느 글자가 이곳에도 있습니다.
그 영천이라는 글씨는 우에서 좌 방향으로 쓰여있고
이곳 글씨는 상하로 쓰여 있다는 차이만 있을 뿐
누가 언제 썼다는 내용도 없이 글씨체만 그대로 모사되어 써 있습니다.
모사해서 새긴다면 그 이유가 있을텐데
최초 원전의 주인공도 밝혀지지 않았는데 누가 누구를 숭모해서 각자를 했을까요?
그리고 왼쪽으로 소령구
小건 大건 둘러진 궤도 없는데
무슨 영구일까?
등령구라는 말은 들러진 궤라는 들렁궤를 멋지게 차자하여
영주산을 오르는 언덕이라는 뜻으로 등령구라 한건데
그러면 소령구는
영주산을 오르는 작은 언덕???
하여간 글씨체는 가늘고 긴게 참 예쁩니다(내취향으로는...)
그리고 반선
반쯤 신선이 된듯하다 합니다만..
신선놀음에 취해 있을 겨를 없이
앞으로도 가야 할 길이 꽤나 멉니다
아래 두장은 당일 사진이 아니고 2008년 어느날 폰으로 찍은 사진입니다만..
조금 더 올라오면
꽤 여러분의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암벽에 글을 새길 쟁이를 데리고 올 정도니
한가닥 하는 사람들이겠습니다만
누구인지 아는 사람도 없고
모임을 언제 한건지 에 대한 기록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부근 샘이 나던 자리
바위 벽에
가카우니를 차자하여
써놓은 각하천이라는 마애입니다.
이 사진을 찍을때
주제넘게스리...
마애명을 보면 자연스러이 나오는 찬탄이 여기서는 나오지 않아서
오늘도
지난번 그날처럼
그냥...
누군가의 습작이거니..
하고
그냥 지나쳤습니다.
오늘 글을 쓰면서 그게 아쉽고...
뉘신지 모르나
그 글씨를 쓰신 분께 공연히 미안하여
옛사진 뒤져 여기에 올립니다.
앞쪽으로 새로 놓이는 다리가 보입니다
좌우로 깍아지른 벼랑들이 서 있습니다.
예전에는
지금은 다 녹이슬어 사용하면 큰일날
쇠사다리로 오르내렸다 합니다.
나름 넘어갈 방법을 궁리 하다가..
더이상 다가가는 것을 포기하고
꽤 많이 돌아 내려와
기슭으로 올라옵니다.
기슭으로 올라와서 올레길에서 본 다리의 모습..
다리위에서 동쪽을 보고
서쪽을 보고...
올라온 길과...
남겨놓은 길을 봅니다.
두갈래중 오른쪽
왼쪽
그래 다음번 이 계곡을 이어갈때는 왼쪽으로 가보자.
I Believe